경기도 성남시 판교 택지개발지구 내 SK케미칼연구소 신축공사 현장. 지난 15일 터파기 공사를 하던 중 흙더미가 쏟아져 인부 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붕괴 사고 책임에 대해 시공사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터파기 책임시공사인 SK건설은 수도관이 터져 공사장 벽이 무너졌다고 하는 반면, 상수도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은 공사장 가건물이 먼저 무너지면서 수도관을 건드려 터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그 책임공방전 속으로 들어가 봤다.
SK건설 “도로 쪽 수도관 터지면서 공사장 옹벽 붕괴”
삼성물산 “공사장 가건물이 무너지면서 수도관 건드린 것”
지난 15일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 택지개발지구 내 SK케미칼연구소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와 관련 시공사 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터파기 책임시공사인 SK건설은 도로 쪽 수도관이 터지면서 공사장 벽이 무너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상수도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 측은 공사장 가건물이 먼저 무너지면서 수도관을 건드렸다고 의견을 내세우고 있는 것.
시공사간 책임 떠넘기기
SK건설과 삼성물산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것은 5명 이하의 사망사고가 생긴 공사현장에 대해선 시공사에 영업정지 등으로 책임을 묻는 한편 유실된 도로도 재시공이 불가피해져 사고 책임여부에 따라 이미지 실추와 금전적 손실까지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판교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사고 하루 뒤인 지난 16일 시공업체를 상대로 부실공사 등 위반 여부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새벽까지 SK건설 관계자 4명과 삼성물산 관계자 등 10여명을 불러 사고 당시 상황과 대피 경위 등 밤샘조사를 벌였다.
조사에서 SK건설 측은 “상수도관에 연결돼 있던 소화전관에서 물이 새어 나와 그 물이 흙을 적시면서 공사장 벽이 무너졌다”며 “물의 양이 많아지면 측압이 많아지고 과도한 측압이 흙막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건설현장의 지반이 약해져 상판이 먼저 무너져 내렸고 이 때문에 수도관이 파손됐다”며 “그 이후에 물이 나온 거지 상수도가 문제가 돼 영향을 준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결국 붕괴 원인은 경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밝혀질 전망으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명확한 원인을 규명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에 지난 17일 SK건설과 삼성물산 현장사무소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설계도면대로 시공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도로공사를 시행하거나 시공한 2곳은 논란이 있는 도로변 누수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건설 현장소장과 공사과장, 안전과장 등과 은창ENC 현장책임자, 희림종합건축사 감리팀장 등 공사 관련자 5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또 토목전문가 3명과 성남시청 직원 등과 함께 시공상의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그러나 하루 뒤인 지난 18일 SK건설과 공사장 옆 도로공사를 담당한 삼성물산측이 붕괴원인으로 공방을 벌이는 소화전 누수 여부에 대해서는 현장 접근이 어려운데다 전문가들도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아 진위 파악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SK건설과 삼성물산은 경찰의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SK건설 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앞으로 안전관리에 더욱 노력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측은 “지금상황에서는 경찰의 조사결과만 지켜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책임소재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결과 지켜볼 뿐
한편 붕괴사고 당일 현장에서 수습된 사망자 3명의 빈소가 마련된 분당제생병원에서 유가족들은 “안전사고로 사람이 죽었는데 관련 업체들이 모두 책임 떠넘기기만 해 오후까지도 빈소를 차리지 못했다”면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하지 않느냐”고 하소연하는 약간의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19일 현재 사망한 3명 가운데 고 노동규(66)씨와 유광상(59)씨의 장례가 지난 17일과 18일 차례로 치러졌으며 고 이태희(36)씨는 SK건설 측과 보상금 협의가 끝나지 않아 장례가 지연되고 있다.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