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사고] 사건 X-파일

가짜 쇼핑사이트 사기범
5일간 억대 ‘꿀꺽’

가짜 쇼핑사이트에 속은 900여명의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피해금액만도 1억여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어린 학생들. 이들은 유명 브랜드 제품을 40% 할인해 판다는 광고에 현혹돼 선뜻 돈을 보냈다가 피해자로 전락했다.
사기행각은 벌인 일당은 윤모(39·구속)씨와 이모(21·불구속)씨 등 7명. 이들 일당은 지난해 10월20일쯤 중국에 2개의 쇼핑몰 서버를 개설했다. 그리고는 11월30일부터 12월3일까지 국내 포털사이트 등에 의류를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허위 광고를 냈다.
이들은 해외 서버를 원격 관리하기 위해 30개의 대포통장과 20대의 대포폰, 5대의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 현지 전화상담원 2명까지 고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기행각에 5일 동안 이모(18·여)씨 등 890명이 1억여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본드 마시고 친누나 살해한 30대
“날 무시해! 어디 혼나봐”

자신의 누나를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욱이 사건은 환각상태에서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에 거주하는 A(38)씨가 그 장본인.
A씨가 사건을 일으킨 것은 지난 7일 오후 10시30분경이다. 당시 그는 본드를 마신 상태에서 자신보다 5살 많은 누나의 몸을 흉기로 10여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이유는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 누나가 숨진 것을 확인한 그는 범행 후 스스로 경찰 지구대를 찾아 자수했다.
한편 A씨는 본드를 흡입한 혐의로 10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다.


아랫집 털던 40대 덜미 잡힌 사연
어라! 윗집 아저씨네~

경남 진해에서 배관을 타고 아랫집을 털다 주인과 마주치자 줄행랑을 쳤던 40대가 붙잡혔다. 그는 대담하게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아랫집을 노렸다.
폭력을 휘두른 혐의(준강도)로 구속된 A(44)씨가 범행을 시도한 것은 7일 오전 3시30분쯤. 당시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김해시 장유면 모아파트에서 가스배관을 타고 4층 B(42)씨 집에 침입해 훔칠 물건을 물색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B씨가 자다가 물건을 훔치는 A씨를 발견하고 격투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그는 주먹으로 B씨의 옆구리를 폭행하고 달아났다. 그렇지만 그의 도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의 범행으로 보인다는 B씨의 증언으로 탐문수사에서 덜미가 잡혔기 때문이다.


20대 변심 애인 찌르고 투신자살
 “헤어지자고? 그건 못해!”

변심한 애인에게 칼부림을 한 20대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지난 9일 오전 4시5분쯤 김모(27)씨는 여자친구 A(23)씨의 집인 부산 사하구 괴정동 모 아파트를 찾아갔다.
그는 집에 있던 여자친구 어머니 B(48)씨와 승강이를 벌이던 중 싱크대에 있던 흉기로 B씨를 찌르고 15층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자살했다.
김씨와 A씨가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한 것은 6개월 전. 이들은 1년 전 게임사이트에서 만난 사이다. 그런데 최근 A씨가 “다른 남자가 생겼다. 그만 만나자”라고 통보했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김씨는 이 같은 A씨의 말에 격분해 직접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
한편 A씨의 어머니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씨의 시신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건 발생 1시간여 만에 아파트 3층 상가 옥상에서 발견됐다.


50대 상습절도범 잡고 보니
 콘도만 노린 ‘전국구’

전국구 상습절도범이 붙잡혔다. 강모(52)씨가 그 주인공. 강씨는 지난 2007년부터 올 1월31일까지 약 3년 동안 60회에 걸쳐 현금과 수표 등 5000만원을 훔쳤다.
강씨가 활동(?)한 주무대는 경주 보문단지, 제주 중문단지, 강릉, 속초, 대전 등지의 콘도와 리조트 팬션. 그는 범행을 위해 렌터카를 이용해 투숙객이 잠든 시간을 노렸다. 투숙객이 술에 취해 문을 열어 놓고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침입한 것.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전국 관광지 콘도 등을 상대로 지갑 속에 든 현금만 절취해 가는 동일수법 절도사건이 빈발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 착수한 경찰은 경주지역 콘도에 설치된 방범 CCTV 녹화화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강씨 검거에 성공했다. 결국 특가법(절도)혐의로 철창행 신세를 지게 됐다.



생후 2개월 아들 버린 인면수심 30대<스토리>
 “다른 여자 만나려고…”

부정을 버린 인면수심 30대가 쇠고랑을 찼다. 불과 생후 2개월된 아들을 버린 것이다.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구속된 박모(30)씨가 그 장본인.
박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께 의정부시내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 그리고는 분만실 앞 의자에 태어난 지 2개월된 아들을 버리고 달아났다.
직업이 없어 아이를 먹여 살릴 능력도 없고 아이가 없어야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와 계속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병원에 버렸다는 게 박씨의 진술 내용. 경찰은 그가 자신이 다른 여자와 사귀고 있는 것을 눈치챈 동거녀가 아들을 집에 둔 채 친정으로 가버리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억대 절도로 ‘형제애’ 버린 남동생<스토리>
동생이라고 믿었는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형제애’까지 버린 씁쓸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자신의 고용주가 잠을 자는 사이 1억6000만원 어치의 자기앞 수표와 신용카드를 훔쳐 사용한 혐의로 운전기사 신모(31)씨를 붙잡았다.
신씨의 범행은 치밀했다. 운전기사로 취직한 것 역시 계산된 수순이었다. 자신의 친형과 일했던 김모씨가 수십억원대의 자산가임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것. 친형에게 부탁해 위장취업한 뒤 절도행각을 벌인 것도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신씨는 지난 1월15일 낮 12시쯤 부산진구의 한 호텔에서 절도행각을 벌였다. 김씨가 잠을 자는 사이 지갑 속에 있던 자기앞 수표 1억6000만원 상당과 신용카드를 훔쳤다. 그리고는 훔친 신용카드로 1000여만 원 상당을 사용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20대 ‘2인조’ 청부살인 카페 개설 사기 행각
의뢰받아 돈 뺏고 협박해 돈 뜯고

대전지역에서 인터넷에 청부살인 카페를 운영하면서 의뢰인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황모(25)씨와 신모(25)씨가 그 주인공.
이들은 범행을 시작한 것은 지난 9월이다. 당시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청부살인’이란 카페를 개설한 것이 시초다. 그후 최근까지 인터넷에 청부살인 카페 3곳을 만들고 회원을 모집했다. 회원들은 다양했다.
실제 청부살인 의뢰는 남편을 살해해달라는 주부, 인터넷에서 폭언을 한 상대방을 해코지해달라는 대학생 등이 있었다.
일례로 카페회원 한모(19)씨는 아버지에 대해 115만원을 주고 청부살인을 의뢰했다.
하지만 이들 일당은 한씨에게 의뢰비를 챙긴 뒤 한씨의 아버지에게 이메일을 보내 ‘아들이 당신을 죽여 달라고 했다. 경찰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880여만원을 뜯어냈다.
한편 이들은 최근까지 총 6명으로부터 청부살인 대가로 540만원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황씨 등이 실제 살인행위를 저지른 적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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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