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초동수사’ 까칠한 조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3.04 15:12:42
  • 호수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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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고 사는데 법타령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강력범죄는 초동수사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 범죄가 발생한 시점서 피해를 막을 순 없지만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의 강력범죄 수사 시 발목을 잡는 게 있다. 바로 성인 실종 신고자를 수사할 법령이 없는 것이다.

강력범죄는 폭력이나 무기를 사용해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 폭행, 살인, 방화, 강도, 절도, 성폭력이 여기에 해당된다. 당연히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초동수사를 하는 것이다. 초동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피해자의 생존 여부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보통 강력범죄는 ‘성인 실종신고’로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을 수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

위험성
알려도…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실종신고 당시 14세 미만인 아동은 ‘실종아동을 발견하기 위한 수색과 수사를 한다’ ‘개인 식별 목적을 위한 혈액, 모발, 타액 등의 검사 대상물로부터 유전자를 분석한다’ ‘경찰서는 실종아동의 발생 신고를 접수한 때에는 지체 없이 수색 또는 수사의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등의 법률로 실종아동을 찾아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있다.

반면 실종 성인을 찾기 위한 법령이 전혀 없는 상태라 실종신고가 들어와도 찾기가 쉽지 않다. 실종 당시 생명의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신고하면 ‘단순 가출’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가출인은 실종 수색을 할 수 없다.


경찰이 개인적인 판단으로 수사를 하고 싶어도 ▲사생활 침해 ▲보복 ▲채권추심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종자의 수는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 사례는 연평균 약 2만명에 육박하지만, 성인 실종신고는 연평균 7만여건으로 아동 실종과 비교하면 약 3.3배나 많다. 미해제 건수는 평균 540여건으로 약 29배 많은 수치를 보인다.

법적 근거가 없는 성인 실종신고로 발생한 강력범죄 사례로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이 있다. 2021년 3월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서 20대 남성 두 명이 또래 남성을 감금해서 장기간 갈취, 폭행한 끝에 피해자를 기아로 사망하게 만든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으로 재점화됐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 출신이었던 피해자는 성인이 된 후 아버지에게 “서울에 가야 한다”고 카드를 한 장 받고 친구 두 명을 따라 상경했다. 당시 친구들은 학창 시절에 피해자에게 장기간 학교폭력을 행사했던 친구였다. 

학교폭력의 정도는 심각했다. 학교 탈의실 안에서 유사 성추행을 했고, 피해자의 바지를 벗겨서 인터넷 방송에 송출하기도 했다.

“친구와 서울에 간다”는 아들이 연락이 되지 않자, 아버지는 지역 경찰서에 아들의 실종신고를 두 차례나 했다. 당시 경찰이 바로 수사에 들어갔더라면 강력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경찰서는 증거불충분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매년 늘고 있는 성인 실종자
전화 통화로 확인만 하고 끝


전화로만 피해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했고, 피해자는 가해자와 함께 있는 상태라 구조 요청을 할 수가 없었다.

경찰 수사는 피해자의 카드 내역을 조사해 수소문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후 인근 편의점 사장이 폭력을 당한 것을 직감해 경찰에 사건을 인계했고, 피해자는 건강검진을 받고 입원했다. 이때 피해자는 아버지를 만나 “가해자가 서울로 올라오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고, 전화 통화한 것은 피해자가 시켜서 대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우리와 같이 있지 않다고 대충 말하고 끊으라”고 시켰던 것이다. 피해자의 체중은 감금 전 52㎏이었으나, 발견 당시에는 34㎏으로 심각한 기아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장기간 기아 상태에 놓였으며 강제적으로 음식 공급이 끊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수사담당관의 잘못이 인정돼 정직 2개월, 심사담당관은 견책, 담당 과장에게는 불문 경고의 징계를 내렸다.

이 같은 성인 실종신고의 문제점은 전 남편을 살인한 후 유기했던 고유정 사건서도 드러났다. 2019년 5월18일 고유정은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제주도에 입항했다. 일주일 뒤 전 남편 사이서 태어난 아들과 함께 펜션서 머물다 같은 달 25일 전 남편을 살해하고 이틀 뒤 펜션을 나와 제주도를 빠져나갔다.

피해자의 남동생은 경찰에 “형이 전 부인을 만나러 갔다가 연락이 두절됐다”고 신고했고, 경찰은 제주도 펜션서 혈흔을 발견해 고유정의 주거지인 충북 청주서 전 남편 살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실종됐다는 동생의 신고를 받은 후 고유정과 통화했다. 고유정은 경찰에게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도망갔다”며 거짓말했고, 담당 경찰은 그대로 믿었다.

대부분
단순 가출

재판을 앞둔 시점 고유정은 “계획적 살인이 아닌, 성폭행 방어 과정서 저항했다”고 주장했다. 

실종신고 당시 고유정의 말을 그대로 믿은 것 외에도,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살해 현장 주변 CCTV를 최초로 확보한 것도 경찰이 아닌, 피해자의 유족(동생)이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증거물 중 하나인 졸피뎀이 든 가방도 초기 체포 과정서 놓쳤다. 이 가방은 고유정과 재혼한 남편(나중에 이혼)이 제출해 확보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러 CCTV와 고유정의 진술 내용을 분석한 결과, 잔혹한 범죄 이후 행동에 심리적인 장애가 드러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은 고유정 사건 부실 수사에 대해 인정했고, 범죄 관련성이 높은 실종사건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했다.

초동조치와 수사 과정 등에서의 부실 의혹에 대한 과실을 확인한 경찰청은 고유정 사건을 계기로 현행 실종자 분류 체계 판단을 정밀화했다. 경찰은 현재 15개가량의 항목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를 통해 실종자를 크게 고·중·저 3단계로 나눴다.


경찰은 실종자 분류 체계 체크리스트에 ‘범죄 관련성’을 반영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했다. 현행 미성년자와 여성, 장애인, 치매 노인 등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고위험 기준에 범죄 가능성도 세밀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사건서도 원한 관계 등 범죄 가능성이 높은 경우, 세밀하게 따져볼 것이다. 체크리스트는 일선 수사관 의견 청취를 거쳐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체크리스트 등 매뉴얼 수정은 고유정 사건 진상조사에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이 실종 사건과 관련해 유사 피해와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돕는다. 사건 초기부터 피의자인 고유정의 진술만 믿고 사실 확인을 부실하게 했다는 게 고유정 사건 감찰의 결론이다.

가해자
말만 듣고…

경찰은 실종 수사뿐 아니라 종합적인 판단과 신속한 대응을 위한 대책으로 ‘종합대응팀’을 신설했다. 초기 수색·인력투입 등이 관건인 실종 사건과 사회적 관심사가 높은 주요 사건을 체계적으로 다루겠다는 설명이다.

고유정 사건 진상조사를 위한 경찰청 합동점검단 관계자는 “일선 수사 과정에 본청, 지방청의 의견을 반영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청과 지방청 단위서 직접 수사에 개입하는 종합대응팀과 관련해 검찰의 지휘권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고위험군이란 ▲택시 탑승 후 지인이나 애인 또는 가족에게 전화나 문자로 탑승 사실을 알린 후 귀가하지 않고 소재 불명 ▲통화 당시 다투는 소리, 우는 소리, 악 소리 등 범죄 피해가 의심되는 상황이 있는 경우 ▲구조 요청 전화와 문자(큰일 났다, 살려 달라 등) 발송 후 신고자가 보낸 회신을 읽지 않는 경우 ▲최근에 타인으로부터 신변 위협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전화 통화 시 다른 사람이 실종자 전화를 받은 경우 ▲금전거래(대출, 입금, 송금, 계좌이체 등)와 관련된 장소 또는 사람들(대부업체, 직업소개소 등)을 만나러 간 이후 연락이 두절된 경우 등을 말한다.

그러나 고위험군이라고 판단돼 경찰이 수사해도,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사건처럼 성인 실종자가 직접 범죄 피해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또 고유정 사건과 같은 유형은 실종신고 접수 및 수사 개시를 주저하기가 쉽다. 현장 경찰관들은 부부싸움 후 홧김에 가출, 회식 후 연락두절,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불안한데 감금된 것 같다’ 등 단순 가출로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강성 비난’을 대비해 지나치게 많은 경찰력을 동원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초동수사와 경찰력 낭비의 경계가 모호하다. 모든 경찰관이 범죄 및 교통사고 예방 등 본래의 기능을 멈추고 현장에 출동할 경우, 치안 공백과 경찰업무의 피로도 증가 문제점도 발생한다.

가정불화나 개인 사정 등으로 잠시 집을 떠나거나 가족들과 연락하지 않는 경우인데도 최대한 빨리 찾기 위해 극단적 선택이나 범죄와 연관된 것처럼 허위·과장 신고하는 사례가 잦아져 경찰력 낭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신고해도 현장 출동 불가능
“범죄 연관성 있어야 간다”

실제로 2021년에는 거짓 실종신고로 수개월에 걸쳐 경찰관들을 고생시킨 여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도 있다. A씨는 2020년 제주지역 경찰서에 찾아가 “16년 전 친척 집에서 당시 4살이었던 아이를 잃어 버렸다”고 실종 신고했다.

A씨 친척도 경찰에 “당시 일하고 집에 와 보니 아이가 없었고, A씨에게 알려주려 했으나 연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력범죄 연루 가능성이 있다고 본 여성·청소년수사팀과 형사팀 경찰관들은 실종 현장 인근을 탐문하는 한편, 2004년 발생한 변사 사건을 수개월 동안 일일이 확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씨의 실종신고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아이를 B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했던 A씨는 후에 개인적인 이유로 C라는 이름으로 재차 출생신고를 했다. 그러다 최근 B에게 병역판정검사 통지서가 나오자 제적시키기 위해 경찰에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신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종됐다던 아이는 A씨와 함께 살고 있었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차주희)는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차 부장판사는 “공무원들의 정당한 직무 집행이 방해되는 결과를 낳은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 이중으로 출생신고된 아이에게 병역통지서가 나오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성인 실종자가 매년 늘어나는 상황인 데 반해 현행 실종자정보시스템은 노후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년간 실종 법령‧제도 등이 변하고 실종 사건 데이터양이 증가했지만, 현행 시스템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실종자정보시스템에서는 발생지, 목격지 등 장소에 대한 정보를 텍스트로 관리하고 있어 실종자 동선이나 행적을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영등포구 여의도동 33번지서 실종’과 같이 실종자의 위치는 텍스트로 표기된다.

이는 지도상 좌표 값으로 변환할 수 없어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 중인 112시스템, 지리적프로파일링(GEO-Pros), 폴리폰 등과 연계도 힘든 실정이다.

중요한
현행법

경찰 관계자는 성인 실종자에 관해 “현행법에 따르면 성인에 대한 실종신고가 들어와도 영장 없이 수색할 방법이 없다. 더구나 범죄와 연관이 없다면 단순히 소재 파악을 위한 영장은 나오지도 않는다. 112에 극단적 선택 의심신고가 들어와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우려가 있다면 위치를 추적할 수도 있지만, 단순 가출신고는 수색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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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