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정부 출구전략

대통령이 굽혀야 끝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의료 대란이 본격화되면서 환자와 일부 의료진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이대로 가다간 의료붕괴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한지 한 달이 흘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6일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됐던 의대 정원을 내년도 입시부터 2000명 증원해 총 5058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9년 만에
격한 진통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정원 확대의 배경으로 의료 취약 지구 의사 인력 증원, 급격한 고령화 등을 들었다. 2035년까지 1만명 수준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게 되면 2031년에 배출되기 시작해 2035년까지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된다는 계산이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때 의료계의 요구에 따라 351명 감축됐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변동이 없었다. 2020년 문재인정부서 의대 정원을 400명 늘리겠다고 했지만 의사 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윤석열정부는 문정부 당시와 비교해 의대 정원을 5배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전공의 사직, 의대생 동맹 휴학 등 의사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기준 1만명에 가까운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공의 10명 가운데 8명 수준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보건복지부가 주요 99개 수련병원에 대한 서면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80.6% 수준인 9909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소속 전공의의 72.7%인 8939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6일 기준 전국 의과대학생의 휴학 신청이 1만3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19일 1133명, 20일 7620명, 21일 3025명, 22일 49명, 주말인 23~25일 847명 등 26일까지 누적 1만3189명이 휴학계를 냈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과대학 재학생(1만8793명)의 70.2% 수준이다. 

윤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정부 때 의료계 총파업에 굴복했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당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로 의료공백은 치명적이었다. 결국 문정부는 의대 정원 문제를 원점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윤정부는 ‘사법 조치’라는 강력 대응 카드로 의료계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 80% 이상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동력을 얻었다. 실제 조 장관은 “19년이라는 오랜 기간 완수되지 못한 과제를 책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은 국민의 높은 관심과 지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두고 평행선
정부 2000명 증원 의지 확인

정부는 지난달 29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게 현장 복귀 시한을 정해주고 그 이후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등 사법 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비대위원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달 16일 브리핑서 “10명이 사직 후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10명 모두에게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며 기계적인 법 집행 가능성을 예고했다. 또 인턴서 레지던트로 넘어가는 신규 계약자와 레지던트 1년 계약자를 대상으로 ‘진료유지 명령’도 내렸다.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병원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수련병원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는데도 계약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 등을 막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부의 강경 기조에도 일부 전공의가 버티면서 의료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의료현장에는 전공의 집단사직의 후폭풍이 불고 있다. 전공의의 80% 이상이 병원을 떠나면서 남아 있는 일부 의사에 모든 일이 집중되는 상황이 일어나는 중이다.

이 과정서 응급실 과부하로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발생하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한시적으로 전국 수련병원 간호사가 의사 업무의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사전협의를 통해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의료 대란
환자 피해

의사의 집단행동으로 생긴 의료공백을 간호사로 메꾸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한시적인 조치에 불과해 그 피해는 환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을 두고 갈등을 빚는 동안 가운데 낀 환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 보니 결국 정부나 의료계 모두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 이상의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SNS에 “한때 법조인 전성시대가 이제 한물간 시대가 됐듯이 앞으로 의사들도 똑같아질 것”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변호사 수 늘리듯이 순차적 증원으로 서로 타협했으면 한다. 정책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타협”이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한발씩 물러나라는 주문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에 소통을 정례화해 달라고 나섰다. 지난달 26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공의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현장을 떠나고 있다”면서 “이를 돌리기 위한 대책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닌 설득에 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정책을 멈추고 전공의 복귀와 함께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대화 창구를 열어 두겠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지난달 27일 “의료계에 다시 한번 대화를 제안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정부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의료계가)집단행동을 접고 대표성 있는 대화 창구를 마련해 구체적인 대화 일정을 제안한다면 정부는 즉시 화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에 대해서는 “병원의 가장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인내하며 견뎌 온 전공의 여러분의 그 시간을 깊이 공감한다”며 “더 좋은 환경서 일하고 사람을 살리는 좋은 의사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강경 기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발언이다. 

회유책 두고
최후 통첩

이어 정부는 필수의료특례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겠다는 또 다른 회유책을 내놨다. 해당 법안은 필수의료 분야서 과실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책임보험에 가입한다면 의료인의 형을 감면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비의도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와 직접 배상 책임 완화는 의료계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한 내용이다.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정부나 의료계 일부서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왔지만 협상 테이블이 열리거나 결론이 나기까지는 장기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의대 A 교수는 “의료계서 굽힐 가능성은 낮다. 결국은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갈 길은 먼 상태다. 일단 대통령실은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달 28일 대통령실은 “의협은 의료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해 말씀을 들어보면 의협이 대표성을 갖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성을 갖춘 구성원으로 의료계서 의견을 모아 제안해 달라는 요청이다. 

현재 대형병원, 중소병원, 전공의, 의대생, 의대 교수 등 의료계 구성원의 입장이 전부 다른 상태다. A 교수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료계의 대응은 게릴라 식이다. 특정 집단의 통솔하에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의지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화 이야기하면서도
타협까진 갈 길 멀어

여기에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를 요청하고 필수의료 관련 법안 제정을 언급하면서도 확대 정원에 대해서는 물러나지 않고 있다. ‘2000명’이라는 숫자는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부 증원 찬성 의사들 사이서 나오는 수백명 규모와 비교할 때 4배 정도 많은 수치다. 

윤 대통령은 “의료는 복지의 핵심으로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된다”고 못 박았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영빈관서 주재한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벌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모든 국민은 국민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 헌법 36조3항도 언급했다. 국민이 아플 때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국가가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그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는 게 윤 대통령의 입장이다. 

반면 전국 40개 의대 학장단체는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의대 정원 규모가 350명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진행한 정기총회서 나온 수치다. KAMC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전부터 적정 증원 규모는 350명 정도가 적절하다고 밝혀왔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351명과 비슷한 정도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350~500명 증원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균관대 의대 소속 교수 2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다. 이 중 110명(55%)이 증원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찬성한다고 답한 교수에게 증원 규모를 물었는데 500명(24.9%)이 가장 많았고 350명이 42명(20.9%)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세우는 2000명은 8명(4%)에 그쳤다. 

2000대500
4배 차이 나

정원 확대와 유지, 증원 규모, 요구사항 등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은 말 그대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를 요구하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법적 대응과 집회 카드를 만지작대는 중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의지가 의료계 이슈를 마무리할 최후의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윤 대통령은 “타협은 없다”면서 한층 수위 높은 발언으로 의료계를 압박했다. 정부의 승부수가 총선용 꽃놀이패일지, 의료개혁의 신호탄일지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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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