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보호처분’의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2.13 15:06:23
  • 호수 1466호
  • 댓글 0개

집에 보내도 부모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촉법소년의 강력범죄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단순히 어린 나이의 범죄가 아닌,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인지하고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충격이다. 문제는 촉법소년의 개선·교화를 목적으로 시행되는 보호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재범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서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를 말한다.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기에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가정법원이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전과 기록
남지 않아

촉법소년은 소년법에 따라 소년보호재판을 받고, 이를 통해 보호처분에 처한다. 소년보호재판 절차는 사건이 접수되면 내용에 따라 소년보호사건으로 수리된다. 재판은 소년부 판사가 관장하지만, 전문 조사관이 판사의 지시를 받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사 과정서 병원, 소년분류심사원 등에 위탁하는 조처를 할 수 있다. 이 단계서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보호가 필요한지 자료를 수집하고 생활 환경이 어떤지 조사한다. 조사 내용에 따라 심리일에 10가지 보호처분 중 하나를 선택해 결정을 내리거나 검찰에 송치한다.

보호처분은 ▲보호자나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감호 위탁 6개월 ▲수강 명령 100시간 이내 ▲사회봉사 명령 200시간 이내 ▲보호관찰관의 단기 보호관찰 1년 ▲‘아동복지법’에 따른 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 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6개월 ▲병원, 요양소 또는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년 의료 보호시설에 위탁 6개월 ▲소년원 송치 1개월 ▲소년원 송치 6개월 ▲장기 소년원 송치로 나뉜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촉법소년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24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법원에 접수된 소년보호사건은 4만3042건으로 2021년 3만5438건보다 7604건 증가했다.

소년보호사건은 ▲2018년 3만3301건 ▲2019년 3만6576건 ▲2020년 3만8590건 등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1년 3만5438건으로 감소했지만, 다시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2022년 처리 사건의 61.8%에 달하는 2만4933명이 보호처분을 받았는데 그중 촉법소년은 5245명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만 10세 144명 ▲만 11세 523명 ▲만 12세 1196명 ▲만 13세 3382명 등으로 나타났다.

보호처분 원인으로는 우발적 행동(43.3%)과 호기심(40.4%)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생활비 마련(5%), 유혹(3.9%), 사행심(2.3%)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보호처분이 소년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결과가 도출돼, 실효성 있게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만 10세∼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
1∼10호 10가지 중 하나 선택 결정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희 아들이 집단폭행을 당했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의 부모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최근 아들이 상가 구석진 곳에서 집단 폭행당하는 걸 누가 신고해줘서 경찰이 출동했다. 부랴부랴 경찰서에 갔더니 아들은 만신창이였고 양쪽 귀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한쪽 귀는 퉁퉁 부어 손도 못 댈 정도였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아들 B군은 10대 7명에게 둘러싸여 2시간가량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돈을 빼앗고 사이버불링(온라인상 집단적 괴롭힘)을 하는 등 B군을 지속해서 괴롭혔다.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B군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메시지를 보내 계좌 비밀번호를 받아낸 뒤 통장 잔액을 모두 빼갔다. 이들은 “오늘까지 30만원을 갖고 오지 않으면 옥상서 뛰어내려라”는 협박도 했다. B군의 휴대폰을 뺏어 본인들이 보낸 협박 메시지를 삭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A씨는 “이게 중학생들이 할 짓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B군은 사건 당일 폭행을 예상하고 동생의 휴대폰을 가져가 녹음했다. A씨는 “녹음 듣다가 진짜 그 새끼들 찾아가서 죽여버리고 싶었다. 대부분이 우리 애가 일방적으로 맞는 소리였다. 이번 일을 경찰 신고하면 잠시 보호처분 받고나서 죽여버린다고 보복 협박 예고도 하더라”고 분노했다.

7명의 가해자 중 5명은 촉법소년이었다. 당연히 이들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명령 등의 보호처분만 받는다. 보호처분은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여전히 높은
고아 비율

A씨는 “정신적, 신체적 보상 안 받고 그냥 처벌받게 할 수는 없나. 형사 사건이라 어찌 되는지 아는 게 없어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한 건물서 배현진 의원을 돌덩이로 여러번 공격한 혐의(특수폭행)로 10대 C군을 체포했다. 경찰은 보호자 입회하에 C군을 조사했고, 건강 상태를 고려해 그를 인근 병원에 응급 입원시켰다.

C군은 연예인 사인을 받기 위해 미용실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배 의원을 만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체포 당시 그는 ‘촉법소년’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나이가 15세라고 말했다.

촉법소년 3명 중 1명은 재범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전문가는 “소년 범죄자의 재범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강력범죄 재범 소년들에 대해서는 처벌 강화를 검토해야 하지만, 이외 다른 소년들에 대해서는 교정 교화 및 범죄예방 프로그램이 확실하게 이뤄져야만 재범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소년의 교정 교화 및 범죄예방 프로그램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인데, 바로 여기서 보호처분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소년법 제32조 제6항에는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돼있다. 이 항목으로 인해 법원 소년부 보호처분은 형사처벌과 달라서 소년원에 송치돼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소년원 가면 
범죄만 모의

또 소년법상 제32조 제1항 보호처분 중에서는 부모나 소년보호시설에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10가지로 규정돼있다. 크게 ▲보호자 위탁 ▲보호관찰 ▲복지시설이나 요양소 위탁 ▲소년원 송치로 구분되는데, 실질적으로 촉법소년에게 1호 처분을 제외하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를 위탁’ 처분하는 경우는 사실상 비행소년을 부모나 기타 보호자에게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다. 사법기관이 보호처분만 부과할 뿐 집행 과정이나 집행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도화한 것도 없다.

감호를 맡은 부모나 기타 보호자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소년의 재범방지 프로그램에 따른 감호를 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감시와 통제에만 급급할 뿐이다.

물론 부모의 무책임으로부터 비롯된 범죄는 부모에게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맞지만, 가정 내에서 훈계하는 것이 어려운 가정도 있고, 부모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더 큰 문제는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들 중에는 부모, 조부모, 친척이 없어서 형제·자매가 보호자 노릇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소년원 송치처분의 경우에는 고아인 소년의 비율이 매우 높고, 그 다음이 보호자가 편모인 소년이 많다. 소년원에 송치된 소년 중에는 부모와 동거하지 않는 소년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이다.


또 보호자에게 범죄 경력이나 음주벽, 정신장애와 같은 문제가 있는 소년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 결론적으로 보호처분이 소년의 재범률을 낮추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강력범죄 재범 절대 막을 수 없다”
보호자 없는데…1호 처분 가장 많아

성인범과 달리 소년범에게 보호처분을 내리는 이유는 소년범에 대해 사건의 경중과 관계없이 경찰, 검찰, 법원의 사법절차를 모두 거치도록 하면 사법처리 기간이 상당히 길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년이 사법절차가 종료된 후에도 정상적인 회귀가 어려워져 재사회화에 방해가 된다.

현재 촉법소년들에게 이뤄지고 있는 형사처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은 소년원 송치다. 그러나 소년원은 교육을 통해 개선하게 하는 곳이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촉법소년 강력범죄자를 교화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죄를 지었으니 감옥 생활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고 반문하지만, 보호처분의 핵심은 응보가 아닌 교화다. 그러나 소년원 등 보호시설에 있는 소년들 역시 감옥 그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말로는 “재범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니 자신의 선택에 확신하지도 못한다. 소년원에 있는 한 소년은 “여기 애들 대부분이 달력을 보며 날짜만 센다. 나가서 어떻게 사고 칠지 궁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년범들의 사후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보호관찰의 실효성은 더 문제다. 이미 세 번째 보호처분을 받는 소년도 있을 정도다. 중학생 때 친구들과 조건 사기(성매매를 미끼로 돈을 빼앗는 범행)를 쳤다가 소년원에 한 달 가게 됐고, 그 후로는 보호관찰법 위반으로 두 번 6호 보호처분을 받았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보호관찰의 외출 제한 조치를 어기고 가출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시설을 들락날락하느라 학교는 일찌감치 그만뒀다. 그렇다고 달리 도움받을 곳도 없다. 집은 폭언·폭행을 일삼는 할머니와 아빠 때문에 가기 싫었고, 친구와도 사이가 틀어져 친구 집에도 갈 수 없었다.

이런 상황서 소년은 “정말 갈 곳이 없어서 노래방서 그냥 잤다. 나중에야 보호 관찰관에게 ‘그런 상황인 줄 알았으면 쉼터라도 연결해줬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적절한
대책은?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선 현재 시행 중인 소년법 보호처분 제도의 이념을 고려해 소년법 제32조에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예방과 재범에 대한 적절한 보호처분을 마련해야 한다. 보호처분의 내용을 명확히 해서 촉법소년의 강력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개선·교화에 실효성 있는 제도로 변모시킬 필요가 있다.

소년재판을 전담했던 한 부장판사는 “어린 나이에 소년원을 경험하면 그 안에서 고참의 문화를 배우는 한편, 눈치만 늘고 주눅이 들어 사회에 나와 원만히 관계를 맺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