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고려아연 지분경쟁

흔들리는 70년 동업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70년에 걸친 영풍그룹 동업 경영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핵심 계열사를 두고 치열하게 지분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주식 사들이기에 몰두하자, 다른 한쪽에서는 백기사를 끌어들여 균형을 맞춘 양상이다. 

영풍그룹은 고 장병희 창업주 집안과 고 최기호 창업주 집안이 힘을 합쳐 만든 기업집단이다. 두 집안은 각각 ㈜영풍(장씨 집안), 고려아연(최씨 집안)을 나눠 맡아 70년 넘게 동업 경영을 이어왔다.

찢어진 구도

동업 경영은 2022년 11월경부터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그룹 중추 격인 고려아연을 두고 두 집안 간 물밑경쟁이 표면화된 모양새였기에 주목도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 무렵 고려아연은 보유 중이던 자사주 6.02%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총 처분 금액은 7868억원이었고, 처분한 자사주는 119만5760주에 달했다.

해당 결정은 외부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함이었다. 일부 주식은 LG화학(2576억원), ㈜한화(1568억원)와 4144억원 규모의 주식 맞교환 용도로 활용됐고, 나머지 주식은 트라피구라(2025억원), 모건스탠리(653억원), 한국투자증권(1045억원) 등에서 3723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쓰였다.


다만 재계에서는 자사주 처분을 단순히 외부 투자 유치쯤으로 보지 않았다. 장씨 집안에 비해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이 약했던 최씨 집안이 사업적 파트너를 끌어들였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고려아연은 최씨 집안이 경영을 책임지지만, 실질 지배력은 장씨 집안이 우위를 점하는 구조를 띠고 있었다. 2022년 3분기 기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지분 26.11%를 보유한 그룹 지주사 ㈜영풍이었고, 장씨 집안 우호 지분의 총합은 31.25% 수준이었다. 15%를 밑돈 최씨 집안 지분율과는 현격한 차이가 존재했다.

이는 곧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필두로 한 최씨 집안이 고려아연 경영을 책임질 뿐, 실질 지배력은 장씨 집안의 절반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고려아연 지분을 얻게 된 외부 투자자 중 일부가 최씨 집안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면서, 결과적으로 2022년 말 기준 지분율 격차는 16%대에서 10% 이내로 좁혀졌다.

두 집안 간 지분경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2년에는 최씨 집안이 공세적인 자세가 두드러졌다면, 해를 넘긴 이후에는 장씨 집안과 최씨 집안이 치열한 주식매입 경쟁에 나선 모습이었다.

장씨 집안의 지배력이 미치는 ▲㈜영풍 ▲씨케이 ▲에이치씨 ▲시네틱스 ▲코리아써키트 ▲영풍전자 등은 지난해 2000억원에 근접하는 규모의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였다. 이들이 장내매수에 나선 횟수만 해도 160건을 훌쩍 넘긴다. 

계열사 동원해 우위 확보
백기사 끌어와 균형 맞추기

특히 에이치씨, ㈜영풍, 씨케이 등이 적극적으로 지분매입에 나섰다. 에이치씨는 지난해 860억원가량을 투입해 매입 규모가 가장 컸고, ㈜영풍과 씨케이는 각각 350억원, 550억원을 지출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장씨 집안이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 강화 수순을 밟는 건 그룹에서 이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2022년 말 기준 고려아연의 총자산은 약 10조원으로, 영풍그룹 총자산(16조8920억원)의 60%가량을 차지한다.

만약 최씨 집안이 고려아연을 떼어내 계열분리 수순을 밟게 되면 영풍그룹은 심각한 외형 축소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고려아연은 연결기준 2022년 11조원, 지난해 3분기까지 8조2600억원 매출을 기록한 그룹의 캐시카우로 수익성도 꽤나 양호하다. 2021년과 2022년에 거둔 영업이익은 각각 1조961억원, 9191억원이었고, 해당 기간 영업이익률은 11.0%, 8.2%였다.

다소 부침을 겪었던 지난해에도 연말 기준 7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최씨 집안도 그냥 지켜보지 않았다. 최 회장과 최 회장 일가인 ‘해주최씨준극경수기호종중’이 각각 100억원, 2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했고, 최씨 집안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계열사가 10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주식을 사들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우군의 등장도 최씨 집안에 호재로 작용했다.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출자한 해외법인 ‘HMG글로벌’은 지난해 9월 고려아연이 발행한 신주 104만5430주(지분율 5%)를 총 5272억원에 사들였다.

최씨 집안은 외부 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장씨 집안과의 지분경쟁을 50대50 싸움으로 몰고 오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장씨 집안과 장씨 집안이 직접 확보한 지분은 각각 32.09%, 15.35% 수준이다. 다만 HMG글로벌, 한화그룹, LG화학 등을 최씨 집안 우호적인 세력으로 분류하면 최씨 집안이 오히려 1% 이상 장씨 집안을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종 승자는?

일각에서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두 집안의 눈치싸움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집안 대표 격인 장형진 고문과 최 회장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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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