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범죄 집합소 ‘메타버스’ 두 얼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23 07:07:28
  • 호수 14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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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모르는 로블록스? 제페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내가 원하는 외모와 체형으로 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메타버스’가 바로 꿈을 이룰 수 있는 실현 장소다. 아동·청소년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메타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동시에 성범죄 장소로 둔갑했다. 진짜 문제는 범죄가 일어나 경찰에 신고해도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광받은 것이 있다. 메타버스가 이것. 메타버스는 Web 3.0과 NFT 기술 발전과 함께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는다. Web 3.0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데이터 소유를 개인화하는 3세대 인터넷이며,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의미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토큰이다.

경제적 활동
사회적 활동

메타버스는 이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게임뿐만 아니라 관광, 문화예술, 교육, 의료, 오피스 등에서도 사용된다. 
메타버스가 다양한 분야서 활용되고 사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그 특징 때문이다. 기존 사이버 공간은 온라인이라는 특성이 있는데, 메타버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경계가 모호해 사용자가 높은 실재감이나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아바타를 활용한 게임이나 오락 서비스 제공에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와 유사한 사회·문화·경제활동이 가능한 장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 같은 특징 때문에, 기존 인터넷 환경서 발생하지 않았던 사이버 범죄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각종 위협에 노출된다.

문제는 메타버스의 사용자 대부분이 미성년자라는 것이다.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국내서 가장 잘 알려진 메타버스 플랫폼의 이용자의 연령은 ▲7~12세 50.4% ▲13~18세 20.6%로 아동·청소년이 전체 이용자의 70% 이상이다. 성별로 봤을 때 여성 이용자가 전체 이용자의 77%에 달한다. 


결국 메타버스는 규범의식이 자리 잡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이 범죄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장이 된 것이다. 특히 단일 게임 플랫폼이 아닌 경제적 활동과 사회적 활동이 함께 결합된 방법으로 성장하고 있어 범죄에 악용될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이용자는 원하는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등 현실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발생하는 과정서 ▲가상화폐를 노리는 사기 ▲공갈 ▲해킹 ▲성폭력 범죄까지 노출된다. 여기서 성폭력 범죄는 아바타를 상대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를 유발하는 행동 ▲스토킹 ▲공연 ▲음란 등 새롭게 등장한 범죄 행위로 단속이 쉽지 않다.

우선 메타버스서 일어나는 사이버 범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로는 경찰청서 분류한 사이버 범죄에 해당하는 범죄다. 

이용자 대부분 여성·아동·청소년
꿈 이루는 실현 장소? 범죄 악용도

구체적으로는 ▲접근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사람이 컴퓨터나 정보통신망에 침입해 저지른 시스템 데이터를 훼손·멸실·변경 등의 행위가 포함된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 ▲피싱·스미싱 등의 개인·위치정보 침해 ▲저작권 침해 등의 정보통신망 이용 범죄 ▲법률서 금지하는 재화와 서비스 또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배포 및 판매·임대·전시하는 불법 콘텐츠 범죄다.

두 번째는 메타버스서 사용자와 동일시되는 아바타의 법적 지위 및 기존 사이버상서 찾을 수 없었던 기술과 급진적인 발전 속도와 넓어진 활용 범위 등으로 유형을 구분하기 어려운 범죄다.

정보통신망 침해 범죄 사례로는 2020년 5월, 로블록스 해킹 사건이 있다. 로블록스 직원이 뇌물수수 후 해커에게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백엔드 고객 지원 패널에 접근해 한 달 간 1억명이 넘는 활성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플랫폼 내의 가상화폐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해커에게 넘긴 사건이다.


로블록스는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게임 플랫폼으로 단일 게임이 아닌 여러 대형 게임에 관한 정보가 모두 유출됐다. 무료로 기본 제공되는 창작 툴을 이용해 이용자가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다른 유저에게 인게임 소액 결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인데, 단일 게임이 아닌 여러 대형 게임에 관한 정보가 다 유출된 것이다.

전문 게임 크리에이터들은 로블록스의 플랫폼서 기업 형태로 창작 활동을 하고 로블록스는 해당 크리에이터들로부터 중간서 수수료를 취하는 형태로 운영돼왔다. 많은 양의 정보를 가진 해킹 가해자는 로블록스의 주요 게임들에 관련된 정보가 담긴 스프레드시트와 직원들의 민감한 정보들을 볼모삼아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로블록스는 협상에 응하지 않았고, 4GB에 달하는 자료가 결국 한 온라인 포럼에 업로드됐다.

넘치는 유혹
다양한 사기

로블록스는 “탈취된 문서는 (해킹범이)갈취 시도의 일환으로 불법적으로 획득한 것이며, 우리는 해킹범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사건 발생 이후 조속히 외부 전문가들과 접촉, 자체 보안팀으로 보완했으며 비슷한 시도의 식별과 방지를 위해 시스템을 조정했다”고 전했다.

실제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는 2022년 해킹을 통해 도난당한 가상자산은 19억달러라고 발표한 바 있다. 주공격 대상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시스템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였다.

해킹 외에도 기존 사이버 환경 대비 실시간 소통과 높은 현실감을 보이는 메타버스 특징으로 인해 아바타에 대한 추행이나 폭행 등의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메타버스 아바타를 이용해 10대 여자아이를 상대로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 30대 남성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국내서 메타버스 아바타를 이용한 성범죄자에 대한 첫 번째 수사다. 일산동부경찰서는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동복지법 위반으로 A씨(38)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던 A씨는 2022년 1월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통해 캐나다에 학교를 다니던 B(11)양에게 접근해 뽀뽀하는 모습이나 입 벌린 사진, 결혼서약서 등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양의 나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나이를 비밀로 하고 놀자”며 아바타 관련 아이템을 사주고 환심을 산 뒤 집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또 B양에게 “숙녀로 보인다. 네가 존댓말 쓸 때면 흥분된다. 행동을 확실히 하라” “몸 찍은 영상이나 사진 보내 볼래?” “초콜릿 기프티콘 선물로 줄게. 역할 놀이 하자” 등 심리적으로 지배하려는 전형적 가스라이팅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바타
법적 지위?


A씨는 제페토에 가입한 뒤 미소년 같은 외모로 아바타를 치장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길게는 1, 2개월간 연락하며 친분을 쌓은 뒤 성적 대화를 나눴다. 자신의 신체를 찍은 영상을 피해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같은 수법으로 메타버스서 약 1년간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 아동 청소년 11명의 신체 사진 등을 받아 성착취물을 제작해 보관했다.

국내에 거주 중이던 B양 부모는 A씨 행각을 알게 된 뒤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인도청구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전례가 없는 범죄로 신병을 구속·인도하는 절차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범죄인인도 불 청구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무혐의를 주장하기 위해 귀국한 A씨를 공항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선물을 주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한 뒤 피해자들이 노출 사진과 영상을 보내도록 만드는 A씨의 수법은 전형적인 온라인 그루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바타를 스토킹하는 행위는 처벌이 어렵다. 아바타가 행위의 객체라는 지위를 갖지 않아서 법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서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해, 행위의 주체가 사람만 인정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6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메타버스 내 아바타 범죄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이 처벌 대상 행위를 ‘성적 언동’이라는 포괄적 표현으로 반영한 반면, 같은 당 윤영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성적 수치·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와 ‘스토킹’으로 불법 행위를 구체화했다. 그만큼 메타버스 스토킹 범죄가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기프티콘 줄게 역할 놀이 하자”
그루밍, 스토킹, 성착취 등 빈번

온라인 스토킹 피해 실태 조사 결과, 20대 여성 응답자 903명 중 715명(79.2%)이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은 대부분 스토킹처벌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들이었다. ▲개인정보를 알아내 저장하기 56.8% ▲사생활 캐내기 56.4% ▲원치 않는 글‧이미지 전송하기 54% 등의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했다는 응답자 수가 절반을 넘었다.

중학교 2학년 C양은 최근 한 메타버스 플랫폼서 사이버 스토킹과 성희롱을 당했다. 한 남성 아바타가 C양의 아바타를 계속 쫓아오며 말을 걸었다. C양이 이를 계속 무시하자 욕설과 함께 성희롱성 발언을 퍼부은 것은 물론 의도적으로 아바타의 신체를 접촉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D양은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서 한 남성 아바타에게 계속 쫓기고 성적인 요구를 받았다. 제페토,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서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과 스토킹, 그루밍 등 디지털 성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및 가상공간에서는 현실 세계와 달리 타인의 접근과 호의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이들이 많고, 이런 점 때문에 아동·청소년이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실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이 현저히 부족해, 경찰의 사건 예방은 기대기 힘든 게 현실이다.

경찰청은 경찰공무원 경력 경쟁 채용시험을 실시해 사이버수사 분야에 전문적인 인력을 선발하고는 있지만, 범죄 발생 건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물리적인 인력 부족과 더불어 지능화하는 범죄 수법에 대한 무지도 수사력 가름에 배제할 수 없는 원인이다.

충분한 인력과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서 새로운 영역인 메타버스서 발생하는 범죄 수사까지 하게 된다면, 수사 효율의 저하 등의 악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은밀화
지능화

결국 메타버스 이용자가 아동·청소년인 만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을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이석원·김민영 자주스쿨 대표는 “최근 10년간 의무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한 결과 아이들이 성적 자기 결정권, 성적 동의, 성폭력의 정의와 유형, 현실서 해도 되는 성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하는 성 행동 등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상공간의 성교육은 보편화돼있지 않은 데다 어른들조차 로블록스, 제페토, 이프랜드, 게더타운 등이 뭔지 모르는 만큼 메타버스 시대에 대비해 자녀는 물론 부모의 성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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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