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재명 풀어야 할 숙제 셋

팔도 누비는 토끼…이제 출발한 거북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여의도에 돌아왔다. 부산 방문 도중 피습당한 지 15일 만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흐름 바뀌는 정치판서 보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동안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 대표 앞에 산적했다. 낙제점을 피하기 위한 이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가 당무에 공식으로 복귀했다. 당초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복귀 시점이 이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정이 앞당겨진 데에는 이낙연 전 총리와 비명(비 이재명)계의 연쇄 탈당 등 분열을 봉합하기 위함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쪼그라든
민주당

하지만 이 대표의 복귀 메시지는 ‘4·10총선 정권 심판론’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고 인재영입식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러고 안 되니 칼로 죽여보려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며 “국민께서 이 정권이 과연 국민과 국가를 위해 주어진 권력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민주당 지형에 변화가 일어났던 만큼 당내 통합에 주력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지난 10일 혁신계 모임인 ‘원칙과상식’서 윤영찬 의원을 제외한 김종민·조응천·이원욱이 예고해 온 대로 탈당을 선언했다. 그동안 요구해왔던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한 통합 비대위 구성 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치 포럼 ‘당신과함께’를 구성하는 박원석·정태근 전 의원과 손잡고 제3지대를 잇기 위한 ‘미래대연합’(가칭) 신당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6월 귀국 직후부터 이 대표와 각을 세우던 이 전 총리도 민주당을 떠났다. 원칙과상식의 세 의원이 탈당한 다음 날인 지난 11일, 이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1인 정당’으로 변질됐다는 점을 꼬집으며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6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고 신당 ‘새로운미래’의 시작을 알렸다. 새로운미래는 시·도당 창당대회와 중앙당 창당대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 초 공식적으로 창당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민주당 소속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문재인정부서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상징성을 지닌 이 전 총리가 새로운 둥지를 꾸리자 ‘탈당 러시’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신경민·최운열 전 민주당 의원과 최성 전 고양시장 등 전직 국회의원·기초단체장 5명이 탈당을 선언했다. 이 전 총리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은 이 대표 체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최 전 의원은 민주당을 “진보라고 위장하고 있는 당”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몸 풀 시간 없이 총선 레이스 투입
복귀 후 여의도에서 내뱉은 각오는?

장만채 전 전라남도교육감도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균형성장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장 교육감은 이 대표를 에둘러 비판하며 권력욕에 함몰돼 신의를 저버리는 데 실망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 당일에도 줄탈당은 이어졌다.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광주 광산을에 출마할 예정이었다. 이날 박 전 행정관은 민주당이 아닌 새로운미래를 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새로운미래와 함께하는 신정현 전 경기도의원도 “1000명의 청년 당원들과 민주당을 떠나고 새길을 여는 창당 활동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신 전 의원이 말한 ‘청년 당원 1000명’은 이 전 총리가 탈당을 선언한 직후인 지난 12일부터 3일간 온라인을 통해 탈당한 81년생 이후 세대를 집계한 수치다.

민주당 측에서는 연쇄 탈당을 막기 위한 이 대표의 화합 메시지를 기대했다. 총선을 앞두고 더 이상의 탈당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원론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당내 ‘샤이 비명’의 거취마저도 불안정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는 복귀 당일 인재영입식 모두발언서 탈당한 이들에 대해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이낙연 전 총리께서 당을 떠나셨고, 몇 의원들께서 탈당하셨다”며 “통합에 많은 노력을 다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단일한 대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희망을,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총선 심판론을 위한 단합을 강조했다.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잡음이 새어나갈 경우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 대표가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로 당내 통합이 제시된 이유다.

지난해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때 20~30여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한 손에 탈당 카드를 쥐고 있는 비명계가 당 곳곳에 잠식한 셈이다.

주변에…
단독 드리블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의 행태를 비판하며 샤이 비명의 존재감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평생 이렇게 살아 굳은살이 박였지만 속살 보드라운 다른 의원들은 말할 엄두를 못 낸다”고 전했다.

공천이 가닥 잡히고 제3지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2월을 기점으로 샤이 비명이 대거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총선을 앞두고 도미노 탈당이 이어진다면 당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해서는 이 대표와 지도부의 결단력 있는 모습이 요구된다. 하지만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의 화합 메시지가 다소 약했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미봉책에 그칠 우려도 제시된다. 이 대표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신당을 견제하면서도 진보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 숙제는 정부여당과의 차별화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이 연일 존재감을 과시하는 만큼 총선 이슈의 주도권을 끌고 와야 한다. ‘신인 정치인’ 한 비대위원장과 비교하는 여론이 커지는 만큼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시된다.


이 대표가 병원 신세를 지던 보름 동안 한 비대위원장은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했다. 이후 광주, 부산, 인천 등 전국 곳곳을 돌며 지역민심 몰이에 주력했다. 순회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개혁 카드를 잇달아 꺼내며 야당 압박에 나섰다.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을 받을 경우 세비를 반납하고 국회의원 정원을 250명으로 감축하는 법안도 제시했다.

당의 도덕성과 문제 해결 방식을 두고 이 대표와 한 비대위원장이 비교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지명된 민경우 민경우수학연구소장의 노인 비하 발언이 뇌관으로 작용했다.

벌어진 격차
대반전 카드

논란이 불거지자 대한노인회는 성명을 내고 민 대표의 사퇴와 한 비대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한 비대위원장은 대한노인회를 찾아 직접 사과했으며 민 소장은 사퇴했다. 지난해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사태와 대조된다는 평이다.

민주당 현근택 예비후보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또다시 격돌이 일어났다. 이 대표가 현 예비후보와 관련해 병상서 정청래 의원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 언론에 포착되면서다.


현 예비후보는 지난달 29일 한 술집서 열린 시민단체 송년회서 성추행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지역 정치인 A씨와 여성 수행비서에게 “부부냐, 같이 사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 9일 이 대표는 정 의원에게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피습 사건의 여파로 병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이 대표의 물음에 정 의원이 “당직 자격정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천관리위원회 컷오프 대상”이라고 보냈고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 예비후보가 친명(친 이재명)인 만큼 일부러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게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내서도 반발이 일어났다. 박용진 의원은 “자격 없는 후보들, 형편없는 인물을 공천하면 민주당은 망하는 길”이라며 “한 위원장이면 즉각 조치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비대위원장 역시 현 후보의 성희롱 의혹과 관련해 “우리 공천관리위원회는 두 번 생각할 필요 없다”며 공천 배제 대상임을 강조했다. 결국 현 예비후보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번 총선은 이 대표와 한 비대위원장의 간판으로 치러지는 만큼 계속해서 비교 선상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상 민주당 도덕성에 흠집이 새겨진다면 당내 잔류한 비명계는 물론 유권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비대위원장 체제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총선 어젠다를 제시하고 특히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한 도덕성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평이다.

‘당내 통합’부터 ‘PK 지지율’까지
‘한동훈 그늘’서 벗어날 수 있을까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국민의힘보다 월등히 높은 도덕성을 보여야 하는데 최근 불거지는 논란을 보면 아쉬울 따름”이라며 “‘정권 심판론’이 아닌 ‘야당 심판론’으로 번질 가능성을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 숙제는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대표의 피습이 ‘동정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오히려 사건이 발생한 PK(부산·경남) 지역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6일∼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PK지역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28%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전달(41%) 대비 2%p 상승한 반면 민주당은 전달(34%) 대비 6%p 하락했다. 해당 여론조사의 표준오차는 95% 신뢰수준서 ±3%p다.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3.1%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 같은 결과는 이 대표가 피습 당시 119소방헬기로 부산대병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일부 의료계를 중심으로 “명백한 특혜이자 지역의료계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피습 직후 경찰이 현장을 물걸레로 청소하고 이 대표가 입고 있던 와이셔츠가 폐기물 업체에 버려져 있다는 점을 두고 ‘증거인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강성 지지자까지 합세하자 PK 분위기도 덩달아 격앙되는 형국이다.

지난 11일 이 대표가 퇴원하면서 “부산의 소방, 경찰, 그리고 부산대 의료진분들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지만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PK는 민주당 우세 지역이 아니지만 제1야당 대표의 피습 사건에도 지지율이 하락한 점을 미뤄봤을 때 전체 지지율까지 답보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지자들의 강성 발언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한다. 지역갈등 조장을 멈추고 사태를 빠르게 수습해야 추가적인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 지지율과 관련해서는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으로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제시했다.

산적한
과제들

결국 이 대표에게 주어진 모든 숙제는 ‘통합’이라는 하나의 큰 틀로 귀결된다. 민주당은 줄곧 정권 심판론을 강조해왔다. 이 심판을 오직 ‘이재명 원팀’으로 치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면 분열은 예견된 사안이다.

물리적 화합이 어려워진 만큼 이 대표는 심리적으로 화합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내 비명계를 말살하겠다는 움직임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약간의 다른 의견조차 품고 갈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이재명 사당화’라는 논란을 벗어나 총선 체제를 갖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룡대전’ 성사?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선전포고에 나섰다.

지난 16일 원 전 장관은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에 방문해 “우리 정치가 꽉 막혀있다”며 “제가 온몸으로 돌덩이를 치우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돌덩이’에 비유하며 사실상 계양구 출마 의지를 재차 밝힌 셈이다.

원 장관에게 있어 계양을은 험지기 때문에 이번 도전은 꽃놀이패로 여겨진다.

이 대표를 대상으로 승리한다면 단숨에 대권주자로 승급하고, 만일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싸움으로 남게 된다.

‘명룡대전’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이 대표가 어떤 전략으로 총선에 나설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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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