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성범죄 대란’ 노린 허위신고 천태만상

물 만난 꽃뱀들…한번 물리면 끝장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강력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요즘, 성범죄에 민감한 사회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로 인한 성범죄 허위신고도 뒤따르고 있다. 일명 꽃뱀들이 상대 남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갖고도 성폭행 당했다며 금품을 요구하거나 허위로 신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애매한 처벌법으로 애먼 남성들만 피해를 보는 실정.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성범죄 허위신고. 그 기막힌 사연들을 공개한다.

“나하고 섹스하자.”

2003년 충북 제천경찰서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신고를 한 후 피해 남성에게서 합의금을 받아낸 여대생 김모씨와 대신 허위신고를 감행한 후배 박모씨를 구속했다.

미모에 눈먼 남성
한순간에 강간범

김씨는 제천시의 한 대학 체육관 공터에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남성 박모씨에게 자신과 섹스하자며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대학의 홍보도우미로 활동했을 정도로 미모가 빼어났던 김씨가 미인계를 이용해 박씨를 꼬드긴 것이다. 박씨는 김씨의 외모에 반해 욕구를 참지 못하고 곧바로 성관계를 가졌다. 둘의 섹스현장을 목격한 후배 박씨는 선배 김씨가 피해 남성 박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자 박씨는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고 강간범으로 구속됐다. 동생의 검거소식을 들은 박씨의 누나는 김씨에게 합의를 요청했고 500만원의 합의금을 내주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사건은 약 2주 후에 반전됐다. 여대생 김씨와 박씨, 두 여성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던 피해자의 여자 친구 이씨가 사건에 의심을 품고 집요하게 추궁했기 때문. 이씨는 평소 행동거지가 올바르지 못한 김씨가 사건을 조작했을 것이라 믿고 홀로 재조사에 돌입했다.


이씨는 김씨와 자신의 남자친구 박씨를 불러 3자 대면 겸 화해의 자리를 마련 후 이 자리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를 녹음했다. 이후 피해자 박씨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이씨는 김씨에게 ‘헤어진 지 오래’라고 거짓말을 해 진실을 말하게끔 유도했다.

김씨는 이씨에게 “평소 박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 혼내주려고 거짓신고를 했다”고 털어놨고 이 녹취록을 접한 경찰은 곧바로 김씨를 검거했다. 김씨가 경찰 진술에서 사전에 계획된 범행임을 자백함으로써 모든 진상이 밝혀져 피해자 박씨의 억울함이 풀렸다. 네티즌들은 이 사건을 보고 꽃뱀 여대생과 유혹에 넘어간 남성을 동시에 비난했다. 반면 다른 여성과 바람피운 남자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준 이씨는 자비롭고 관대한 여성으로 여겨지며 웃지 못할 사례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낙태하려고 친아빠에 성폭행 혐의 뒤집어씌워
애인이 뚱뚱하다 무시해 불만 품고 거짓 증언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하고 다른 가족들이 알게 될까 두려워 자신의 친아버지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어이없는 사건도 있었다. 일찌감치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남자친구와의 수차례 성관계 끝에 임신을 하게 된 A양은 대학생인 친언니에게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고백했다. 이 소식을 접한 언니는 동생 A양을 데리고 산부인과에 가서 낙태수술을 시키는 것으로 입을 닫았다.

4개월 뒤 자매는 아버지가 집 안에서 흉기를 들고 폭력을 휘두르자 경찰에 신고했고, 이 과정에서 A양은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결국 경찰은 A양의 진술이 자세하고 일관돼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아버지 B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사건에 의심을 품었던 B씨의 형이 우연한 계기로 A양의 일기장을 보게 됐고 모두 허위였음이 밝혀졌다. 검찰은 사건기록을 다시 살핀 뒤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A양으로부터 “허위 신고해 아버지에게 미안하다”는 진술서를 받아냈고 B씨는 구속 13일 만에 철창신세를 면하게 됐다. 검찰은 A양을 무고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아버지 B씨는 친딸의 허위 신고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딸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A양은 검찰 진술에서 “남자친구와 성관계로 임신해 배가 불러오자 낙태 수술을 받으려고 언니에게 거짓말 했고, 아버지의 잦은 폭력에 허위 신고를 결심하게 됐다”고 자백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B씨는 자신의 평소 행동을 후회하면서 딸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부녀 사이에 신뢰가 깨진 씁쓸한 사건”이라며 혀를 찼다.


의도적 접근으로
돈 뜯을 궁리만

내연관계에 있던 남성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허위 신고한 여성도 있었다. 지난 2009년 김씨는 내연남과의 관계를 청산하면서 보상금을 받을 목적으로 상대가 자신을 3회에 걸쳐 강간했다고 신고했다. 김씨는 당시 내연남이 유부남이란 점을 미리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김씨는 내연남에게 ‘관계를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한 후 합의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사업상 손실을 이유로 1억7000만원을 한 차례 더 요구했다가 상대가 거절하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거짓진술로 일관하고 있고, 강간죄는 법정형이 3년 이상이라 상대방이 자칫 그 이상의 형을 살 수도 있었던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남자친구가 결별을 받아들이지 않자 강제출국 시키기 위해 감금·성폭행 당했다고 허위신고를 한 여대생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여대생 C씨는 인도인 선박 설계사 D씨와 6개월가량 교제하다가 다른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들통 나자 외국인 남자친구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관계가 종결될 줄 알았던 C씨의 예상과는 다르게 양다리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D씨는 결별을 받아들이지 않고 C씨에게 지속적으로 구혼을 시도했다.

C씨는 숱한 이별 선언에도 심경에 변화를 보이지 않던 D씨를 성폭행 및 감금죄의 형사 처벌로 강제출국 시키기 위해 이 같은 일을 꾸몄고 이 일은 얼마가지 않아 경찰에 탄로 났다. C씨는 경제적 능력이 여유로웠던 D씨와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중간에 다른 남자친구가 생겼다. C씨는 이를 계기로 인도인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청산하려 했으나 상대의 마음을 돌리기가 힘들어 범죄자로 둔갑시키려 허위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남성과 불륜 저지르고 들킬까 다른 진술
빌려준 돈 갚지 않자 앙심에 강간당했다 신고

돈을 빌려간 남성이 돈을 갚지 않자 앙심을 품고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신고한 여성도 있다. 2012년 5월 말 유모씨는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이모씨를 승용차 안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씨는 경찰에 유씨를 신고한 후 자기의 몸에 난 상처를 근거로 일관되게 “유씨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줄곧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는 한동안 변명으로 여겨졌다. 유씨의 범행이 기정사실화 되며 구속 기소될 즈음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상한 점들을 발견했다.

이씨가 설명한 당시 상황으로 판단할 때 여성치고는 체구가 큰 편인 이씨가 유씨의 승용차 안에서 자기가 설명한 형태로 비좁은 공간에서 완벽히 상대에게 제압당한 채 강간을 당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 또 이씨 몸에 난 상처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보낸 결과, 국과수는 “상처의 방향으로 볼 때 여성 본인이 자신의 몸을 손톱으로 긁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사건 발생 직후 의사가 작성한 응급치료 기록지에도 손톱으로 인한 상처는 기록되지 않았다. 이씨는 “범행 당시 유씨가 손톱으로 할퀴어서 몸에 상처가 났다”고 진술해왔다. 결국 검찰은 거짓말 탐지기 등을 동원해 이씨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관계자는 “이씨가 유씨에게서 빌려준 돈을 받아내려고 하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성폭행을 당했다며 거짓 신고를 했다”며 “이씨를 무고죄로 구속 기소한 후 억울하게 수감돼 있던 유씨를 석방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성폭행 조사 때 수사기관이 피해 여성의 진술을 존중하는 추세를 역이용했다. 거짓 진술로 유씨를 구속에 이르게 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상처만 남긴
감정적 대응

지난 2010년 8월 20대 여성 이모씨는 충남 금산군의 한 공장 앞길에 주차된 김모씨의 승용차 안에서 김씨로부터 한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김씨가 성폭행 사실을 극구 부인하자 공장 부근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해 김씨가 사건 발생 장소에 주차한 사실이 없고, 차량 이동경로도 고소인의 주장과 다르고 이씨가 김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도 합의에 따른 성관계를 암시하고 있었음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이씨를 집중 추궁했다. 결국 이씨는 “김씨와 성관계를 전제로 만났는데 뚱뚱하다는 이유로 무시해 앙심을 품고 고소하게 됐다”는 자백을 받아냈고, 검찰은 이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자신이 다른 남성과 모텔에 간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들키자 상대방을 성폭행 혐의로 무고한 10대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우모씨는 대전 중구 선화동의 한 모텔에서 E씨에게 성폭행 당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검찰은 우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날 이후에도 E씨와 여러 차례 통화했고, 우씨가 E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도 성폭행 피해자로 볼 수 없는 자연스러운 대화였다는 사실을 토대로 집중 추궁 끝에 “남자친구로부터 E씨와 모텔에 간 이유를 추궁당해, 이를 모면하려고 강간당했다고 허위로 고소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최근 성폭력 행위를 엄히 단속하는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수사기관을 악용하는 신고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개인적인 앙갚음 등의 목적으로 허위 고소하는 사례가 주를 이루고 있어 성폭력 고소 사건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잘못된 선택이
무고한 사람 파멸로

오원춘 인육사건 이후 허위신고 사례는 점점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만우절 같이 사회풍토상 거짓말이 수용되는 날에는 범행 수위나 횟수도 만만치 않아 정작 도움 받아야 할 사람들이 국가기관으로부터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피해를 봐야했다. 이후 일반 허위신고에 따른 법적 처벌은 더 강화됐지만 성범죄 허위신고 처벌법의 경우, 신고자의 자백을 받아내지 않는 이상 수사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

성범죄 처벌법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그에 따른 형량도 높아지고 있다. 한 순간의 잘못된 감정대응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파멸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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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바빠진 검찰의 두 얼굴

갑자기 바빠진 검찰의 두 얼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검찰을 비판하기 바쁘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4년간 수사해 무혐의로 판단했는데 재수사에 들어가자, 주가조작 입증 정황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란 핵심 피의자에 대한 보석을 법원에 요청한 것에 대한 지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사건 모두 특검과 연관돼 검찰이 특검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이 정권이 바뀌자 미진했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3대 특검과 관련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에 대해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특검과 주도권 경쟁을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수사하자 정황 증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이 김 여사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 수백개를 새롭게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을 때와 달리 김 여사가 주가조작 가능성을 인식한 정황이 담긴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김 여사는 또 지난해 7월 초 검찰의 조사가 임박했을 당시 김주현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과도 30분 넘게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차순길)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동원된 김 여사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거래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으로,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담당하던 직원과 2009년부터 약 3년 동안 통화한 녹음파일 수백개를 새로 확보했다고 한다. 이 시기는 2010년 말경부터 시작된 2차 주가조작 시기와 겹친다. 검찰이 해당 녹음파일들을 분석한 결과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에게 계좌를 맡기고 수익이 나면 그중 40%를 그 일당들에게 주기로 했다’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육성 녹음파일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증권사 직원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가 주식 매매 세력에 가담했다고 당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여사가 본인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원래 일임매매하면 10~30% 수익은 보장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2020년부터 4년 넘게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같은 증권사를 압수수색하면서도 해당 통화 녹음을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걸로 파악돼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팀은 김 여사 미래에셋 계좌에서는 2010년 11월 3일~12월 3일 사이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했는데, 전화 주문을 한 게 아니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이뤄진 거래여서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내용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육성 수백개 녹취파일 이제야? 계좌 로그인 기록엔 블랙펄 IP 주소도 당시 수사팀은 전화 주문 방식으로 거래된 다른 증권사 5곳(신한·DS·DB금융·한화·대신)에서는 김 여사가 통화한 녹음파일을 모두 확보해 분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수사를 통해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이하 블랙펄)와 김 여사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정황도 파악했다. 김 여사 명의의 주식 계좌에 여러 차례 접속한 IP 주소가 블랙펄 사무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전 수사팀은 김 여사 계좌에서 주식 매매 시점에 HTS에 접속해 있던 IP 주소들만 분석했는데, 재수사팀은 HTS 프로그램에 로그인하는 시점에 사용된 IP 주소들까지 미래에셋증권에 추가 요구한 끝에 해당 흔적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수사팀은 블랙펄 측이 IP 주소를 숨기기 위해 김 여사 아이디로 HTS를 이용할 때 별도의 무선 인터넷 장비를 이용했지만, HTS 프로그램 로그인 시점에는 실수로 사무실 인터넷망을 몇 차례 이용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을 주도했던 블랙펄의 IP가 없는 것이 김 여사 불기소 결정 이유 중 하나였지만 이마저도 뒤집힌 것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이 혐의 없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재수사에 들어가 파일을 찾아냈다”며 “정말 스스로 자폭한 일이다. 국민들이 보기엔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미래에셋도 압수수색했다고는 하지만, 그 중요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며 “검찰이 그걸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지금 와서 보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인지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언제 확보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4년 전 압수수색을 하고도 확보하지 못했던 김건희 주가조작 증거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검찰발로 쏟아지고 있다”면서 “주가조작의 ‘스모킹건’인 녹음파일을 검찰이 언제 확보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변인은 “새롭게 공개된 육성 파일에는 김 여사가 맡긴 구체적 액수와 수익 배분 내용이 명확하게 담겨있다”면서 “검찰은 4년 동안 존재를 몰랐다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우연히 파일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이 말을 믿으라는 말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난 4년 동안 권력에 기생하며 선택적 수사로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줘왔던 검찰의 족적이 확연히 남아있는데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뒤집히는 불기소 이유 문 대변인은 “김건희만이 아니라 검찰도 특검 대상”이라며 “민중기 특검은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뿐만 아니라 검찰 면죄부 수사의 진실도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18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줬던 검사들을 당장 수사해야 하고, 당장 구속시켜야 한다”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부실 수사로 김씨를 무혐의 처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 의원은 “같은 검사인데 그때 수사했던 검사는 왜 그걸(통화 녹취 파일) 발견 못했을까? 왜 지금 검사들은 이걸 발견했을까”라며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이 봐줬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주가조작보다 더 심각한 범죄는 주가조작을 봐주는 것”이라며 “특검으로 낱낱이 밝혀야 한다. 김건희씨 주가조작을 봐준 사람들 모두 국민을 우롱한 죄까지 모아 최대한의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도 최소한 수사팀에 대한 감찰·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해당 검사와 수사관에 대한 최소한의 감사, 감찰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통화 녹취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파일 확보를) 안 했다면 왜 안 했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주가조작) 1~2차에 걸쳐 3개 계좌를 이용한 사람은 김건희씨밖에 없다”며 “‘공범 중에 왕공범’인 김건희씨만 왜 수사 안 했느냐는 의혹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이 출범하자 이제야 증거를 찾았다는 점에서 수사의 진정성보다는 수사의 주도권 다툼에 더 가까운 행보로 읽힌다”며 “특검이 제대로 수사하기 전에 검찰이 기소한다면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수 없고 공소 유지에만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다르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외에도 검찰은 내란 핵심 피의자의 보석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내란 수사는 하지 않고 오히려 핵심 피의자를 풀어주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오는 26일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조건부 보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보석 허가 이유에 대해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른 1심의 구속 기간이 최장 6개월로 그 기간 내 심리를 마치는 게 어렵다”며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피고인 출석을 확보하고 증거인멸을 방지할 보석 조건을 부가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 통상의 실무례라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2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2개월이 원칙이며, 필요 시 2개월 단위로 2차례 갱신할 수 있다. 이에 법원은 지난 2월25일과 4월22일 김 전 장관의 구속 기간을 갱신했다. 검찰 측은 구속 기간 만료를 열흘가량 앞둔 상황에서 재판부에 보석 조건부 직권보석을 요청했고, 김 전 장관 측은 보석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속 기간 만료 시에는 단순 석방되는 반면, 보석으로 풀려날 경우 여러 조건이 따라붙는 탓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할 것 ▲증거를 인멸하지 않을 것 ▲법원 허가 없이 외국으로 출국하지 않을 것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나 피고인, 참고인이나 증인 등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을 것 ▲주거 제한 ▲보증금 1억원 납부 등을 명령했다. 김 전 장관이 이 같은 보석 조건을 어길 시에는 보석이 취소되고 보증금이 몰취되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게 된다. 앞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은 혈액암에 따른 건강악화를 이유로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지난 1월 보증금 1억원 납부와 사건 관계인 등과 연락 금지 등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김 전 장관의 보석으로 인해 노상원 전 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 내란 핵심 피의자들도 보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군 검찰은 최근 재판에서 이들에게 직권 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수사·내란 동조 등 비판 나와 “특검 시작하면 검찰은 할 게 없다” 다만 김 전 장관이 보증금 제출과 사건 관계자와 연락할 수 없는 조건이 붙은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했으며 이로 인해 오는 26일 무조건 석방될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내란 핵심 피의자들도 보석 결정에 불복하고 석방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과 군검찰은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돼 내란 핵심 피의자들이 다시 모이는 것을 방지하고자 조건부 보석을 요청했다는 입장이지만 ‘내란을 비호하는 행위’ ‘특검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검에서 내란종사혐의로 내란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은석 특검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8일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비상계엄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2일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지급받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전달하고, 같은 달 5일엔 수행비서 역할을 한 민간인 양모씨에게 계엄 서류를 없애라고 한 혐의다. 이는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수사로 새롭게 드러난 부분이다.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조 특검이 임명 6일 만에 곧장 수사에 돌입한 것은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를 유지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내란 특검이 김 전 장관에게 새 혐의로 추가 기소한 데 이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그의 구속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등 사건 관계자와 연락하거나 당시 상황에 대한 ‘말 맞추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정 부분 덜 수 있다. 특검 입장에서는 기존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외환 의혹 수사를 위해서도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를 수사의 ‘첫 단추’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이유로 내란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주요 군 장성들이 내란 특검 초기 수사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특검 입장에서는 (주요 인물을) 그냥 풀려 나가게 둘 수 없다는 기조일 것”이라며 “(다른 사령관에 대해서도) 추가로 기소할 것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다만 김 전 장관 측은 특검의 기소를 두고 “수사 준비 기간 중에 있어 공소 제기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권을 남용해 김 전 장관을 불법 기소했다”며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수사 시작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수사를 시작하면 검찰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추가 기소 가능성은? 특검을 경험한 한 변호사는 “최근 검찰의 행보는 검찰개혁을 앞두고 특검과 힘겨루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검 임명 후 20일 동안 특검팀을 구성하는 동안 수사 실적으로 올리거나 해서 특검 내에서 검찰의 목소리를 더 키우기 위해 갑자기 새로운 증거를 갖고 오고 구속 만료를 앞둔 피의자들의 보석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조은석 특검처럼 특검이 수사를 빨리 시작해 검찰이 사건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우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