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배우자 살해 통념과 현실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3.12.22 13:29:07
  • 호수 14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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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또는 연인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 행위는 어제오늘에 국한된 범죄가 아니다. 어쩌면 인류 역사와 함께한 인간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빈번하게 이어져왔다.

학대적인 관계서, 여성은 약자의 위치서 빈번하게 폭력에 노출되곤 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셋 중 한 명 비율로 생애 어느 시점에 학대적인 관계를 경험했으며, 9초마다 여성 한 명이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여성이 배우자인 남성을 살해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지만, 이는 학대 관계를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폭력 행위에 따른 절대 다수의 피해자는 경제적·신체적·사회적 취약성에 노출된 여성이다.

통계적으로 배우자 살해의 70%는 여성이 피해자다. 동남아시아 지역서 발생한 여성 살인사건의 약 55%는 남편이 범인이었고, 아프리카와 미국서 벌어진 여성 살해사건 역시 40%는 남편이 저지른 것으로 보고된다. 이 같은 통계는 배우자 살해와 관련해 여성이 일반적으로 피해자 위치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배우자 살해를 의미하는 ‘Uxoricide’는 라틴어로 아내를 뜻하는 ‘Luxor’와 죽이다(kill) 또는 자르다(cut)라는 뜻을 가진 ‘Caedere’의 합성어다.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는 사례는 ‘Mariticide’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배우자에게 살해당하는 것일까?


먼저 심리 역동적 설명으로서 무의식적 갈등과 충돌을 꼽을 수 있다. 배우자를 살해하는 남성은 배우자에 대한 무의식적 의존과 분노를 동시에 경험하며, 남성은 그러한 관계를 떠나고 싶지만 알게 모르게 아내를 떠나기에는 너무나 무력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결국 아내나 연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유일한 방법이 살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아동기 폭력과 배우자 살해 사이에도 연관성이 있다는 설명으로서 아동기 피학대 경험이 방어기제의 성인기 가정폭력 가해자가 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 경우의 폭력은 아동기 외상과 다른 사건에 대한 무의식적인 방어적 적응이라는 것이다.

남성이 배우자를 살해하는가에 대한 또 다른 흥미로운 관점은 ‘부산물 이론(Byproduct Theory)’이다. 남편의 아내 살해는 남성의 성적 소유권(Sexual Proprietariness)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남자들이 자신의 배우자나 연인을 소유하거나 소유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경향인데, 여기에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그 하나는 가부장적 사회와 문화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되고, 다른 하나는 그런 믿음은 경쟁에 대한 적응반응으로 보아 배우자를 자신만의 소유로 제한함으로써 번식의 성공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자에 대한 강압적 통제로 외도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믿는 것이며, 배우자 살해는 여기에 따르는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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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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