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서비스 기준

필자는 고향이 전라도여서 전라도 한정식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고향 친구들의 모임은 주로 한식당서 갖고, 지방 출장을 가도 그 지역서 소문난 한식당을 찾곤 한다.

최근 필자가 자주 찾는 한식당은 서울 서초동 교대역 입구의 A 전주한정식과 수원 이목동의 B 한식당, 그리고 연천 왕징면에 있는 C 식당 3곳이다. 모두 음식 맛이 일품일 뿐만 아니라, 사장이 종업원과 함께 직접 서빙하는 식당으로 소문 나 코로나 때도 항상 손님이 북적댔던 곳이다.

서울 서초동 A 전주한정식은 고급식당으로 변호사, 정치인, 대기업 임원 등 주로 상류층이 찾는 곳이며, 수원 이목동 B 한식당은 주변에 거주하는 중산층이 많이 찾는 곳이고, 연천 왕징면 C 식당은 공사 현장서 일하는 노무자 등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필자는 우리 주변에 전라도 한식당이 많지만, 유독 위 3곳이 잘 되는 이유를 관찰해봤다.

서울 서초동의 상류층 손님은 직접 서빙하는 사장의 수준이 자신보다 높아야 제대로 대접받는다고 생각하고, 수원 이목동의 중산층 손님은 종업원과 함께 서빙하는 사장이 자신보다 낮은 수준여야 서비스가 좋다고 생각하고, 연천 왕징면의 서민층 손님은 사장이 자신과 같은 수준이어야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손님이 선호하는 서비스 기준에 맞게, 서울 서초동 A 전주한정식 사장은 말솜씨나 재치로 봐서 손님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였고, 수원 이목동 B 한식당 사장은 손님보다 낮은 수준으로 보였고, 연천 왕징면 C 식당 사장은 손님과 같은 수준으로 보였다.


그래서 필자는 위 3곳의 한식당들이 손님이 선호하는 서비스에 맞게 서빙하는 사장 덕에 장사가 잘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중산층이 많이 사는 전주서 정육점을 하는 친구가 ‘최상의 서비스는 항상 손님보다 낮은 자세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주로 서민층이 사는 시골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선배가 ’장사 잘 하려면 손님과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서비스 기준이 장사의 성패를 가르는 포인트가 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대인관계도 하나의 서비스 개념으로 볼 때, 대인관계서 성공하려면 많이 배우고 돈 많고 똑똑한 사람에게는 잘난 모습으로 접근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평범한 보통 사람의 경우 낮은 자세로 대해야 상대가 편하게 생각하며 좋아하게 되고, 인생서 실패하거나 낙심한 사람을 대할 때는 높은 자세나 낮은 자세가 아닌 친구처럼 동등한 관계로 만나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상류층은 자신보다 윗사람을 좋아하고, 중산층은 자신을 부러워하는 아랫사람을 좋아하고, 서민층은 같은 수준의 사람을 좋아하고, 그리고 잘난 사람은 더 잘난 사람이 필요하고, 보통 사람은 자신보다 못난 사람이 편하고, 못난 사람은 같은 수준의 친구가 편하다는 의미다.

며칠 전 소도시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부자 친구와 함께 연천 왕징면 C 식당에 갔다. 필자는 종업원과 함께 열심히 서빙하고 있는 사장이 친구 같았고, 성격도 좋게 보여 편한 마음으로 식사했다. 그런데 친구는 한식당 사장이 촌티난다며 음식 맛도 별로다고 했다.

필자는 서민층이 확실하고 친구는 부자가 확실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사람을 좋아하면 상류층이고, 자신보다 낮은 수준의 사람을 좋아하면 중산층이고, 그리고 자신과 같은 수준의 사람을 좋아하면 서민층이라는 원리가 심리학자들의 연구과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필자는 친구에게 서민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 출마해 당선되려면 왕징면 C 식당 사장처럼 유권자와 친구가 돼야 한다며, 유권자보다 잘나게 보여서도 안 되며 유권자보다 못나게 보여서도 안 되고 그냥 친구 같은 모습으로 보여야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    

친구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 역시 유권자의 성향을 잘 파악해 유권자를 만날 때마다 성향에 따라 다르게 대해야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아무 데나 가서 자신의 성향만을 드러내는 전략은 삼가야 한다.

유권자의 수준에 따라 높은 자세도, 낮은 자세도, 그리고 친구 같은 자세도 갖는 게 필요하다. 

특히 강남 서초구에 출마하는 후보는 유권자보다 똑똑하고 부자라는 이미지를, 중소도시에 출마하는 후보는 유권자보다 부족하고 못난 이미지를, 시골에 출마하는 후보는 유권자와 동등한 친구 같은 이미지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는 게 중요하다.

정당도 지역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선거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중도층을 중산층으로 착각하고 중도층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을 잘 섬기겠다며 낮은 자세의 ‘겸손 코스프레’ 전략만 남발하는 건 삼가야 한다.

중도층 표를 얻으려다 상류층이나 서민층 표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강한 메시지도, 겸손한 메시지도, 편안한 메시지도 낼 줄 알아야 한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하면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됐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아직도 겸손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될 때 우리 국민은 똑똑한 지도자를 선호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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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