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공룡’ F&F 오너 회사 실체

옥상옥 지배 밑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F&F의 화장품 계열사인 에프앤코가 주목받고 있다. 향후 승계 작업이 본격화 될 경우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를 직접 지배하는 ‘옥상옥’ 구축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F&F그룹은 2021년 5월 인적 분할을 거치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 F&F에서 패션사업 부문을 떼어 내 신설법인(F&F)을 설립하고, 존속법인(F&F홀딩스)은 지주회사로서 투자 부문을 맡는 게 분할의 골자였다.

오너 회사

지주사 체제로 전환 이후 그룹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F&F홀딩스→F&F→자회사’ 등으로 이어지는 구도로 재편됐다. 분할 전 지분 45.01%를 보유한 F&F 최대주주였던 김창수 회장은 분할 후 F&F홀딩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기준 김 회장이 보유한 F&F홀딩스 지분은 67.68%다.

통상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움직임이 뒤따르곤 한다. 후계자 입장에서는 증여·상속 등으로 지분을 승계 받아 지주회사 최대주주로 올라서기만 하면 나머지 사업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수월한 구조 덕분이다.

다만 F&F그룹에서는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경영권 승계를 떠올리게 하는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던 상태였다. 1961년생인 김 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경영권 승계는 긴박한 당면 과제가 아닌 듯 보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들어 다소 바뀐 상황이다. 김 회장이 승계와 연관된 듯 비춰지는 행보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비상장 오너 가족 회사인 ‘에프앤코’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지주사 F&F홀딩스 지분 2.22%(86만 3930주)를 에프앤코에 ‘시간 외 매매(블록딜)’로 매각했다. 이로써 김 회장이 보유한 F&F홀딩스 지분은 67.68%에서 65.47%로 줄었고, 에프앤코는 F&F홀딩스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은 현금 약 200억원과 보유 주식을 맞바꿨지만, 이 행위가 오너 일가의 실질 지배력을 떨어뜨린 건 아니었다. 김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에프앤코가 오너 일가 가족회사였기 때문이다.

장남 부담 덜어주는 우군
증여세 아낄 최적의 묘수

2002년 2월 설립된 에프앤코는 ‘바닐라코’ 브랜드를 운영하는 화장품 업체다. 2008년까지만 해도 F&F 완전 자회사였다가 이듬해 초, 오너 가족회사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에프앤코 지분 88.96%는 오너 일가 몫이다.

김 회장이 매각한 F&F홀딩스 주식을 에프앤코가 사들이는 수순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7월 김 회장은 F&F홀딩스의 주식 41만500주를 블록딜로 에프앤코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평균 처분 단가는 1주당 1만9480원으로, 약 80억원 규모다.

이로써 그룹 지주사 체제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에프앤코는 올해 들어 F&F홀딩스의 지분 3.26%를 확보하게 됐다. 김 회장은 두 번(4월·7월)에 걸친 주식 매각으로 약 280억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보유 지분을 에프앤코로 넘긴 것을 경영권 승계와 연관 짓는다. 심지어 에프앤코가 보조적인 수단에 그치지 않고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F&F홀딩스를 에프앤코가 직접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프앤코의 충분한 자금 여력은 옥상옥 지배구조가 구축될 가능성을 따져보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에프앤코는 전개 중인 코스매틱 브랜드 바닐라코의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 907억원을 쌓는 등 재무 여력이 충분한 상태다. 

수익성도 양호한 수준이다. 에프앤코는 2021년과 지난해에 각각 영업이익 153억원, 117억원을 기록했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은 1111억원으로 집계됐다. 

커진 존재감

옥상옥 형태로 지배구조가 개편되려면 그룹의 후계자인 김 상무를 에프앤코 최대주주로 등극시키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이 경우 김 상무는 에프앤코 주식 취득을 위한 자금 유출이 불가피하지만, 부친이 보유한 F&F홀딩스 지분을 직접 흡수하는 것보다는 부담이 적다.

올해 3분기 기준 김 상무는 F&F홀딩스 지분 6.70%를 보유 중이며, 김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는 57.72%p에 달한다. 김 회장이 보유한 F&F홀딩스 주식의 가치는 지난 7일 종가 기준 3843억원 규모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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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