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00억’ 파두 사태 전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2.07 15:22:24
  • 호수 1456호
  • 댓글 0개

불려도 너무 불린 ‘뻥튀기 상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조800억원 가치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파두(FADU)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기대와 달리 미미한 실적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파두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주가가 반토막 나자 투자자들은 집단소송을 언급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라는 날개를 달았던 파두의 추락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시작은 호재였다. 파두는 2015년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 출신 이지효 대표와 SK텔레콤 융합기술원서 반도체 연구원으로 일했던 남이현 대표가 세운 스타트업이다. 주력 제품은 데이터센터서 데이터 처리속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전송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SSD(Solid State Drive·데이터 저장 장치)컨트롤러다. 

날개 달고

지난 2월 120억원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이뤄냈다. 스타트업 펀딩 냉각 속에서 명확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됐다.

SSD 컨트롤러는 SSD에 탑재되는 시스템반도체를 의미한다. SSD 내에서 읽기, 쓰기, 수명 관리 등을 처리한다. 주요 고객사로는 SK하이닉스와 페이스북 지주사 메타가 있다. SK하이닉스에는 ‘Gen 3 SSD’ 컨트롤러를 공급하고 있으며, 메타에는 ‘Gen 4 SSD’ 완제품 형태로 납품했다.

이밖에 주력 사업은 디스플레이 구동시스템 반도체(DDIC), 메모리 하드디스크(HDD, 컴퓨터 대용량 저장장치) 설계 등이다. 국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말고는 독자 설계가 불가능한 기술인 만큼 기대감을 키웠다. 파두 연구원들은 서울대 반도체 연구실서 박사 시절부터 십수년을 갈고닦은 재야의 고수들로 평가받는다.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매출은 564억원으로 당시 Gen 3 SSD 컨트롤러 매출은 439억원, Gen 4 SSD 완제품 매출은 123억원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도 인텔, 마이크론, 도시바 정도가 낸드와 SSD를 이해하고 컨트롤러를 독자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그렇기에 파두의 도전은 의미가 있었다.

기대와 달리 상장 직후부터 불안감을 안겼다. 이지효 파두 대표는 지난 7월24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서 “PMIC, 네트워크 반도체, CXL 관련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상장을 통해 확보된 자금은 내년부터 양산을 위한 운용자금으로 사용하고,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도 아낌없이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파두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IPO서 총 625만주를 공모했다. 주당 공모 희망가액은 2만6000~3만10000원으로 상장 후 예상 기준시가 총액은 약 1조2495억~1조4897억원으로 측정됐다.

이 대표의 포부와 달리 지난 8월7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파두는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도는 부진한 성적으로 거래를 마쳤다. 당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15.2% 하락한 2만63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 초반 2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하기도 했으나 결국 공모가보다 11% 낮은 2만7600원으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1조3263억원으로 코스닥 시장 44위에 머물렀다.

파두는 상장 전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서 참여 기관 84.4%가 희망공모가격(2만6000원~3만1000원) 상단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며 공모가를 3만1000원으로 확정한 바 있다.

국내 유일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장밋빛 기대…까보니 매출 5900만원


하지만 수요 예측 경쟁률은 362.9대 1로 지난 7월 수요 예측을 실시한 곳 가운데 파로스아이바이오(303대 1),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192대 1)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일반 청약 경쟁률도 79대 1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부푼 기대감이 흥행에 독이 됐다고 풀이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8월7일)파두의 주가는 회사의 기업가치 대비 공모가가 11% 비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파두는 상장 3개월이 지나서도 사상 최저가를 나타냈다. 지난 9일 파두 주가는 전날보다 1만400원(29.97%) 내린 2만43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파두 종가는 상장 첫날 기록했던 역대 최저가(2만7600원)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이날 급락으로 파두 시가총액은 전날 1조6890억원대서 1조1830억원대로 하루 만에 5000억원 규모가 증발했다.

10월까지만해도 파두 주가는 4만원선서 거래되며 기대감을 안겼다. 그러나 계속된 주가 부진에 이어 하한가를 맞이하면서 투자자들은 회사명에 빗대어 “파두 파두 끝이 없는 지하실”이라고 비꼬았다. 이날 코스닥서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파두가 유일하다.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은 이날 3분기 실적이 공시된 이후 불거졌다. 파두는 3분기 매출 3억2100만원, 영업손실 14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분기는 이보다 더한 5900만원에 그쳤다. 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올해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80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주가가 반토막 위기에 놓이자 이 대표는 실적자료를 통해 “메모리 산업은 지난 10년간 가장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볼 때 파두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큰 그림서 파두는 올해 강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악화된 실적에 겹쳐 최근 3개월 보호예수 물량(373만8044주)이 풀리면서 매도세가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3억800만원, 83억4200만원 규모의 파두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33억9800만원을 순매수하며 저가매수에 나섰다.

매출 공백으로 돌아선 투심은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의 주가는 2만850원으로 전일 대비 550원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 실질적인 매출보다 고평가된 파두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할 수 있었다.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성과 미래가치를 인정받은 파두는 비교적 진입장벽을 쉽게 넘었다는 것이다.

기술성장기업은 일정 시가총액, 매출, 매출 증가율,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가능했다. 실제 기업가치보다 부풀려지기 쉽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술특례상장’ 손질 나선 당국
업계선 SSD 시장 하락세 감지

파두 사태에 관해 상장주관사의 책임도 부각됐다. 파두 상장을 주관했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상장 전 제시되지 않은 2분기 매출 공백에 대해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주관사가 모를 수 없다고 봤다. 최근 투자자들은 파두와 상장주관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례상장 기업들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공시 위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금융당국은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나섰다. 당장 예비 상장사들은 IPO(기업공개)를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시 제출 직전 월까지의 매출액·영업손익 등(잠정 포함)을 추가로 기재하고, 자본잠식 상태 기업들은 자본잠식 해소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주관사, 코스닥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상장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IPO 시장의 공정과 신뢰 제고를 위해 ▲상장 추진기업의 재무정보 투명성 제고 ▲상장 주관업무 내부통제 강화 ▲유관기관 협력 확대 등을 통해 상장 프로세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날 김정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IPO 시장은 무엇보다도 투자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투자자를 기망하는 등 시장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 역량을 총동원해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추락

한편, 업계에선 이번 파두 사태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파두가 주력으로 개발하는 SSD 컨트롤러 시장이 위축될 전망은 이미 나온 얘기라는 것이다. 해당 업계에선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주목을 받으면서 SSD보단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부각될 것으로 점쳐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두의 매출 공백은 SK하이닉스 수주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파두가 주력하는 SSD 시장이 침체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