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bhc 박현종 막전막후

머슴은 머슴…‘팽’ 쫓겨난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랫동안 이어진 이른바 ‘치킨 전쟁’의 한 축이 무너졌다. 치킨업계를 대표하던 인물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는 명분도 과정도 뜬금없는 상황에 그 배경을 알아보는 데 분주한 모양새다.

박현종 GGS(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 대표이사가 해임됐다. bhc 지주사 GGS는 발 빠르게 새 대표이사로 차영수 사내이사를 세웠다. 박 전 대표를 제외한 출석 이사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bhc=박현종’ 공식이 깨진 순간이다. 

손 못쓰고
당했다?

GGS 이사회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GGS 등기임원이자 MBK파트너스의 운영 파트너인 차 신임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임금옥 bhc 대표이사 해임, 이훈종 사내이사의 대표이사 선임안도 의결했다. 

8일에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산하 자회사에서 박 전 대표와 임 전 대표를 해임하고 각 신임이사와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안건도 함께 결의했다. 박 전 대표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 대표도 맡아왔다.

GGS 이사회 관계자는 “악화되는 외부 경영환경에 맞서 GGS와 자회사 bhc의 기업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지속성장성을 추구하는 한편 글로벌 수준의 기업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GGS는 bhc 지분을 100% 소유한 지주회사다. MBK파트너스와 다른 투자사가 약 45%씩 지분을 갖고 있고 박 전 대표의 지분은 9%가량이다. 박 전 대표는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튼그룹이 BBQ로부터 bhc를 인수할 당시 CEO로 영입됐다.

MBK는 2018년 박 전 대표가 로하튼그룹으로부터 bhc 인수를 추진할 때 컨소시엄에 참여해 첫 투자를 진행, 보유 지분을 45%까지 확보했다. 

업계는 박 전 대표의 해임에 ‘갑작스럽다’ ‘뜬금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bhc가 종합외식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1등 공신으로 꼽히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핵심 인물이 공개적으로 경질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갑론을박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배경을 찾기 힘들어 경쟁업체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금옥 대표도 함께 해임
소송·가맹점 갑질 리스크?

bhc치킨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해 왕좌를 차지했다. 영업이익률은 28%에 이른다. 2017년 2400억원대였던 치킨 매출이 5년여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다른 외식 분야서도 아웃백스테이스하우스가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던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GGS 측이 내놓은 박 전 대표의 해임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외식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서 박 전 대표가 안고 있는 리스크가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준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특히 10년 넘게 이어진 bhc와 BBQ의 이른바 ‘치킨 전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hc와 BBQ는 한때 한 기업이었지만 2013년 6월 BBQ가 bhc를 매각한 이후 10년째 30여건의 소송전을 벌여왔다. 대부분 기업 대 기업 소송이지만 일부는 박 전 대표 개인이 연루된 소송도 있다. 실제 BBQ 전산망 불법 접속 의혹은 1심서 박 전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사법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다.


박 전 대표는 2015년 7월 불법으로 습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표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법 접속 내역이 BBQ 서버에 없으며 증거 역시 없다고 주장하지만 직접적 증거가 없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며 “간접증거를 모아보면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기업에서
진흙탕 싸움

직접증거는 없을지라도 정황상 박 전 대표가 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으로 접속했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박 전 대표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항소심서도 무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 역시 박 전 대표에 대한 원심 양형이 가볍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서울동부지법서 진행된 3차 공판에서는 ‘죄질이 불량’하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검찰은 “박 전 대표는 경쟁사의 대표이사로 자신의 사무실서 상대방 회사의 내부 전산망에 무단 접속해 정보를 취득하고 200억원대의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재판서 승소까지 했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며 수사 시 증거인멸이나 수사 심의 및 신청고 취하 등의 방식으로 수사를 지연시켰고 법정서도 명백한 증거에 대해 거짓을 말하고 있기에 가벼운 원심 양형은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의 배경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6월 BBQ가 로하틴그룹에 bhc를 매각하는 과정서 불거졌다. 당시 로하틴그룹은 계약 하자를 주장하면서 잔금 약 100억원 지급을 거절했다. BBQ가 매각 과정서 진술 보증한 bhc 점포 수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었다. 

로하틴그룹은 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2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분쟁을 신청했다. ICC는 로하틴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7년 BBQ에 약 98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BBQ는 박 전 대표가 bhc 매각 당시 BBQ 해외사업 부문 대표로 있으면서 매각 업무를 기획하고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고 봤다. 

이 과정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정보를 확보했고 2016년 박 전 대표와 bhc 임직원을 상대로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길고 긴 소송전의 막이 올랐다. 이와 관련해 BBQ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역시 박 전 대표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해묵은 논란
진짜 이유는?

ICC 판결 이후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등 주주 5명은 박 전 대표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고 구상권 성격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매각 업무 담당자가 모두 bhc로 이직해 관련 자료가 없어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구상권은 다른 사람의 채무를 갚아준 사람이 원래 채무를 갚아야 할 사람에게 가지는 권리를 뜻한다. 


1심은 BBQ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 전 대표가 매각 실무 책임자였던 것은 맞지만 BBQ 본사도 매각 과정을 감독하고 확인할 책무가 있어 박 전 대표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지난 1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박 전 대표가 BBQ에 약 27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이다. 

손해배상청구소송, BBQ 내부 전산망 불법 접속 의혹 소송 등에서 법원이 잇따라 상대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지주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제기됐다. bhc가 해외로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갑질 논란 등 가맹점과의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해마다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박 전 대표를 비롯한 bhc 관계자는 단골손님으로 꼽혔다. bhc 가맹점주들은 교촌, BBQ에 비해 크게 높은 bhc의 영업이익률이 원가 폭리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등은 국감에 출석해 ‘상생’을 약속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가맹점에 튀김유 고가 매입을 강제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도 받았다. 지난해 6월 참여연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bhc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기성품인 고올레인산 해바라기유를 고가에 매입하도록 강제한 것이 부당하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뜬금 퇴장’에 수많은 추측
무너진 10년 신화 뒷말 무성

해당 품질에 준하는 튀김유를 시중서 직접 살 수 있는데도 불합리하게 고가 매입을 강제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본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가맹점과 계약을 해지한 bhc에 대한 법원 판결도 나왔다. 서울동부지법은 진정호 bhc 가맹점주협의회장이 bhc 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서 총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부터 울산서 가맹점을 운영해 온 진씨는 가맹점주협의회장으로 선출된 2018년 bhc 본사가 가맹점 사업자들에게 신선육이 아닌 냉동육이나 저품질 해바라기유를 공급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같은 해 8월, 본사 임직원들을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수사 기관에 고발했고 2019년 4월에는 해당 내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그러자 bhc 본사는 진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본사의 명성과 신용을 훼손했다”며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 bhc 본사와 진씨 사이에 소송전이 이어졌고 해지무효확인 본안 소송서 진씨가 승소하면서 해지 통보의 효력이 상실됐다.

이후 진씨는 bhc 본사에 5억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hc 본사가 가맹사업법상 정해진 해지통보 절차를 충족하지 못했고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해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진씨의 재산상 손실인 8225만원보다 많은 액수다. 

해당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기 때문. 2017년 10월 도입된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부당한 거래 거절 등으로 가맹점 사업자가 손해를 입으면 가맹본부가 3배 범위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연루된 소송전과 가맹점 갑질 논란 등이 갑작스러운 해임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해당 사안은 bhc의 ‘꼬리표’로 인식될 만큼 오래전부터 나온 내용인데 이제 와서 갑작스럽게 문제로 삼는다는 게 의아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배경으로 MBK의 의도를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가 ‘리스크’였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과정서 MBK와 bhc 경영진 사이서 누적된 갈등이 박 전 대표 등의 해임으로 폭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가치
높이려고?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 한 bhc의 행보는 안갯속이다. 다만 흥미로운 대목은 박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BBQ와의 치킨 전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당초 소송전 자체가 박 전 대표와의 갈등서 비롯된 만큼 그 요소가 사라지면 전쟁 역시 막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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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