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12번째 한국인 IOC 위원 김재열

장인 이어 올림픽 유치 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한국인으로서는 12번째다. ‘언론 재벌’이자 삼성가의 사위인 김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대를 잇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이 IOC 위원이 되면서 한국 스포츠 외교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김재열 신임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은 현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직과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직을 맡고 있다.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 위원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형은 김재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회장 겸 채널A 대표이사 회장인 ‘언론 재벌’이다.

엘리트 가문
언론 재벌

김 위원은 1968년 10월14일 김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미국 노스필드마운트허먼스쿨을 거쳐 웨슬리언대학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고 존스홉킨스대학 대학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서 인터넷비즈니스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마치고 미국 이베이서 일했다.

삼성가와 어렸을 적부터 인연을 쌓아왔다. 이재용 삼성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청운중학교 동창이다. 김 위원과 이서현 사장의 만남을 주선한 사람도 이재용 회장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이 미국 텍사스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을 때 병문안을 갔는데 당시 이건희 회장을 간병하던 이서현 사장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둘은 이 병문안을 계기로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져 결혼했다. 이건희 회장은 김 위원을 무척 아꼈다고 알려진다. 김 위원과 이서현 사장이 결혼하자 “보면 볼수록 든든하다, 아들 하나를 더 얻은 기분”이라고 흡족해했다.


영어에 능통하고 사교성이 좋은 것도 이건희 회장에게 각별한 신임을 받는 데 한몫했다. 이건희 회장은 국제스포츠계 인물을 만날 때 김 위원을 늘 대동했고 통역 역할을 맡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전 때 이건희 회장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면서 언론을 통해 존재가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과도 친분이 깊다. 정 부회장은 김 위원의 어머니가 별세하자 고려대 안암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밤새 위로해줬다고 한다. 정 부회장의 전 부인인 고현정씨가 고려대 영문과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둘의 친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김 위원은 독실한 불교신자다. 그는 “전부터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절에 다닐 수 있는 아내를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서현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주장이 강하고 끈기 있는 성격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평가한다. 청운중 3학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이는 김 위원 본인의 강력한 뜻이었다. 1980년대라 조기유학이 쉽지 않자 김 위원은 유학 방법을 연구하다 <한국일보>서 주관하는 청소년 미술대회에 입상하면 부상으로 미국유학이라는 특전이 주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노력해 입상에 성공했고 마침내 미국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김 위원은 IT산업 쪽으로 관심이 많다. 그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심을 쏟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다. 김 위원은 “전부터 정치학이 재미있어서 다른 것은 신경도 안 쓰고 정치학 공부만 했다”고 회고했다.

미국 웨슬리언대학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존스홉킨스대학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것도 정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아일보> 사주 집안 태어나 삼성가 사위로
이건희 회장 보좌하며 스포츠계 인맥 넓혀

제일기획에 상무보로 입사해 제일모직으로 옮긴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고 입사 9년 만인 43세에 사장이 됐다.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옮겨 경영수업을 더 받은 다음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제일기획에 복귀했다.

김 위원은 2014년 12월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에 오르면서 삼성그룹의 스포츠를 포괄적으로 담당하게 됐다. 그가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에 오르기에 앞서 제일기획은 삼성그룹 스포츠단을 하나씩 인수했다.

2014년 삼성 프로축구단 수원삼성 블루윙스를 시작으로 배구단인 삼성화재 블루팡스, 삼성전자 남자농구단, 삼성생명 여자농구단을 인수했다. 2015년에는 프로야구단인 삼성라이온스도 인수했다.

제일기획은 스포츠단 통합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자생력을 높이는 데 나서고 있다. 축구단의 경우 K리그 유료 관중비율 1위 달성, 유소년 클럽 등 선수 육성 시스템 강화, 통합패키지 스폰서십과 브랜드데이 도입 등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

제일모직서 근무할 당시 제일모직의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제일기획에 상무보로 입사해 제일모직 전략기획실 경영기획담당 상무와 제일모직 경영관리실 경영기획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이후 전무와 부사장을 거쳐 2011년 3월부터 12월까지 제일모직 사장을 지냈다.

제일모직서 9년 동안 주력 사업인 케미칼 부문과 신규 사업인 전자재료사업 부문의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등 업무처리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아왔다. 특히 미래 첨단소재 사업을 개척해 제일모직 소재사업의 역량 강화와 글로벌화를 주도했다고 한다.

동계올림픽 분야를 통해 스포츠계서 활동 폭을 넓혀왔다. 소치동계올림픽 대한민국선수단 단장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국제빙상경기연맹 집행위원, 대한체육회 부회장,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정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병문안 이후…
이서현과 결혼

김 위원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고 있던 2014년 빙상계에 ‘성추문 논란’이 일면서 김 위원과 삼성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빙상연맹은 2014년 1월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던 지도자를 임시 직무 정지한 뒤 태릉선수촌서 퇴출 조치했다. 해당 지도자가 과거 지도하던 여제자를 성추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일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빙상연맹이 해당 지도자의 징계와 관련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퇴출 조치도 지나치게 늦게 결정됐다는 논란이 확산됐다. 빅토르 안(안현수)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의 부친인 안기원씨는 한 라디오방송서 해당 지도자가 빙상연맹의 고위 임원과 관련돼 소치동계올림픽 코치로 발탁될 수 있었다는 내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2018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삼성이 빙상연맹을 후원하며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에 모든 권한과 힘을 실어줘 파벌 문제 등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빙상연맹은 2012년에도 성추문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외국인 코치를 임명하려다 비판이 거세지자 철회한 적이 있다. 이후 미성년자 선수의 음주와 쇼트트랙 대표팀의 폭행사건 등도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빙상연맹이 선수 관리와 인재 영입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후 김 위원은 2016년에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직서 물러났다.

최순실 게이트에도 연루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2016년 11월 검찰은 삼성서 최순실(최서연으로 개명)씨 측에 사업상 특혜를 제공하는 과정에 김 위원도 개입한 것으로 보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김 위원을 상대로 삼성전자가 최순실씨의 조카인 장시호씨가 운영을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자금을 지원하게 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삼성전자는 장씨가 운영을 주도한 비영리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빙상캠프 후원금 명목으로 2015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16억원을 지급했다.

2016년 12월 김 위원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그룹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주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그룹이 결정했다면서도 누가 이 지원을 결정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2016년 12월 삼성 관계자 최초로 김 위원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이 국민연금공단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의 대가였던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순탄치 않은
사건·사고

김 위원은 이재용 회장이 2016년 2월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서 직접 전달받은 문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종합형 스포츠클럽 꿈나무 드림팀 육성계획안’을 제출했다. 이 문건은 이재용 회장의 구속에 물증 역할을 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도 특검 조사에서 해당 문건을 두고 “대통령에게 받은 게 맞다”고 진술했다. 김 위원은 특검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관련한 재판에 여러 번 중요 인물로 언급됐다.

2017년 3월13일 열린 재판서 김종 전 차관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으로부터도 ‘(최순실씨가 운영하는)동계스포츠센터영재센터에 지원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고 증언했다.

김 위원은 같은 해 4월7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15년 8월20일 김 전 차관을 만나 영재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BH(청와대)라는 말을 듣고 정확히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재센터의 이야기를 듣고 김 전 차관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봤더니 이규혁(당시 영재센터 전무)을 만나면 잘 알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가볍게 듣고 흘릴 얘기가 아니라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관 변호인은 “증인(김재열)과 김 전 차관이 만난 시점에는 이미 이재용 회장이 청와대의 지시사항을 이행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이재용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지원 지시를 받고 당연히 증인을 만나 상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은 “이 부회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해 7월11일 재판에서는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가 증인으로 나와 김 위원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BH 관심사항”이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6년 2월22일 이 상무는 빙상 국가대표 출신 이규혁 전 영재센터 전무를 만나 ‘영재센터 빙상 영재선수 지원 계획안’을 전달받았다. 이 상무는 이를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과 김 위원에게 보고했다. 김 위원은 보고를 받은 뒤 이 상무에게 “BH 관심사항이니 잘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비유럽인 처음으로 ISU 회장 당선
최순실 게이트·빙상 성범죄 진땀

특검 공소 사실에 따르면 2015년 7월25일 이재용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2차 독대자리서 박 전 대통령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유망주 양성과 은퇴한 메달리스트 지원 등을 도와달라고 이재용 회장에게 요청했고 이재용 회장은 이를 승낙했다.

김 위원은 노력 끝에 한국인으로 12번째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선대 회장님 덕분에 국제 스포츠계에 입문했다”면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는 지난 2010년 1월에 시작해 1년 반 만인 2011년 7월, 삼수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당시 이건희 회장의 통역 겸 비서로 활동하면서 IOC 위원 등 국제 스포츠계 인사들과 교류하고 인맥을 쌓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를 발판 삼아 김 위원은 지난해 6월 비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ISU 회장에 당선됐고, 이 여세를 몰아 1년여 만에 IOC 위원 자리까지 꿰차면서 당당히 국제스포츠계 중심 인물로 서게 됐다. ‘한국인 IOC 위원으로 한국 스포츠 외교력 제고라는 보이지 않는 의무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스포츠 발전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130년 ISU 역사에서 제가 비유럽인으로 처음 회장에 당선된 것은 우리나라 국격이 그만큼 높아진 데다 선배들이 길을 잘 닦아 놓았기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이어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2년간 지내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다양한 분야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봤다”며 “어떤 젊은이들은 기업 스포츠 마케팅 분야서, 어떤 젊은이들은 IOC 등 국제스포츠 단체서 일하는데 그런 젊은이들을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돕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대한빙상연맹 회장을 지내면서 빙상선수들을 많이 봤다. 국가대표 선수까지 오르기까지는 정말로 엄청난 훈련을 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그런데 국가대표 선수들은 일부(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 밑에 있는 (많은 다른)선수들에게도 (성장할)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스포츠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은 “이를테면 올림픽이 열리면 전 국민이 모두 스포츠 팬들이 되는데 올림픽이 끝나면 스포츠에 관심이 많이 떨어진다”면서 “(국민들이)선수들에게 응원과 사랑, 관심을 많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은 스포츠계 관심사인 ISU 회장 재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난해 6월에 ISU 수장으로 당선된 김 위원은 ISU 회장 4년 임기 중 1년여를 이미 보낸 상태다.

스포츠 발전
중요한 역할

그는 이번에 국제경기연맹(IF)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에 뽑혀 IOC 규정상 ISU 회장 임기까지만 IOC 위원으로 활동하게 돼있다. 따라서 ISU 회장직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서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지금 (그 부분에 대해)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각국 빙상연맹 회장이 모여 ISU 회장을 뽑는 자리서 ‘스포츠계도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면서 “남은 임기 동안 공약을 이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제가 ISU 회장에 다시 나설지 여부는)투표권자들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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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