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당했다’ 허위신고 “가족 잃었는데 징역 8개월이라뇨?”

여성공무원 항소심서 4개월 감형
네이트판에 “추가 피해자 없어야”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가족을 잃었는데 8개월이라뇨? 가해자에게 어떻게 더 큰 벌을 줄 수 있을까요? 도와주세요.”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저의 아주버님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도와 달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글 작성자 A씨는 “뉴스서만 보던 이런 일이 저희 가족에게 생긴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눈팅만 하던 이곳에 더 이상 추가 피해자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쓴다”고 운을 뗐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고인은 재학 중이던 대학교서 조별과제 중 여성 B(32)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이후 10년을 넘게 연락하며 지내다가 B씨가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고인은 B씨로부터 ‘같은 지역으로 내려와 공무원 시험을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고인은 시험에 합격했고 이듬해 해당 지역으로 발령받았다고 한다.

A씨는 “이후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졌던 두 사람은 스킨십 후 B씨가 ‘어깨가 아프다’며 병원에 방문했다. 당시 진단서 및 처방은 받지 않았다”며 “이후 녹내장 초기 증상으로 1200만원을 요구하는 등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병원 치료비 목적으로 90만원~천만원 단위까지 뜯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속되는 요구에 아주버님께선 대출까지 받으시는 상황에 이르렀고 빚에 시달리며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할 때 (B씨는)그 돈을 보톡스, 쁘디성형 및 쇼핑으로 소비했다”며 “(아주버님은)8월 초쯤 모든 사실을 알고 괴로워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사에서도 나와 있듯이 ‘내 소원은 너와 결혼’ 등의 대화를 주고받는 등 아주버님께선 진심이셨다. 힘들고 괴로워하시다 ‘부모님 얼굴을 뵙고 싶어 왔다’며 얼굴만 마지막으로 뵙고 며칠 뒤 극단적 선택을 하셨다”고 주장했다.

당시 딸을 임신하고 있었다는 A씨는 “(아주버님은)형제끼리 자라 유난히 딸이라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힘드신 와중에 기쁜 척하셨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며 “이제 제 딸은 하나밖에 없는 삼촌을 사진과 유서로만 기억해야 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 효자고 좋은 형이었고 좋은 가족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좋은 사람을 고통에 이르러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가해자는 ‘성폭행을 당했다’며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저희 가족의 가슴에 한 번 더 대못을 박고 사과 한 마디 없이 보여주기식 공탁금을 걸어 형이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A씨의 ‘추가 피해자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씨 측에서 B씨에 대한 이름 및 주소지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데다 공개했다가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는 탓이다.

지난 17일, 청주지법 제22형사부는 “성관계 도중 다쳤다”며 A씨 아주버니를 상대로 치료비로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여성 공무원 B씨에 대한 항소심서 징역 1년의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형사 처벌 이력이 없는 점 ▲유가족의 피해복구를 위해 4700여만원의 공탁금 등을 이유로 4개월을 감형했다.

B씨는 2021년 3월, 고인과 성관계 도중 ‘어깨를 눌려 통증이 생겼다’며 치료비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47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 과정서 가로 챘던 현금이 치료비로 쓰이지 않았고 쇼핑이나 보톡스, 지방분해 주사 등 미용 시술을 받는 데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씨로부터 성폭행당해서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받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합의금을 받은 것이라면 애써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와 ‘나의 소원은 너와 결혼’이라고 말하는 식의 대화를 한 점 등을 미뤄볼 때 ‘강간치상 범죄’가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극단적 선택이라는 참담한 결과가 발생했음에도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있는 데다 피해자를 성범죄 가해자로 취급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호소글에는 “저 공무원이라는 여성은 무조건 신상 털렸으면 좋겠다. 죗값 치르고 평생 빌어도 모자랄 판에 양심이 없으니 저럴 것” “한 사람이 죽었는데 8개월이라니…너무하네요” “1년 받은 것도 억울한데 감형이라니…”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징역 8개월? 이 나라 법 개정이 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러니까 사기 치는 사람들이 날뛰는 것 아니냐?” 등의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댓글이 달렸다.

이 외에도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나 합의도 없었다는데 무슨 감형?” “저 공무원이 누군지 밝혀져서 평생 꼬리표를 물고 살아가게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저런 사람이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되면 안 된다는 것” “재판부 감형이 웃긴 게 저 꽃뱀이 뜯어간 돈이 4700만원인데 공탁을 4700만원을 걸었고 유족들과 합의한 것도 아닌데 저 이유만으로 4개월을 감형해줬다는 게 무슨 이런 법이 있나 싶다” 등의 비판 위주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반면 “실형 받고 돈도 받았는데 도대체 뭘 도와달라는 글인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댓글도 달렸다.

한 회원은 “어떤 스킨십을 했길래 어깨 아프다며 치료비 달라는 말에 순순히 줬는지, 후에도 돈 달라고 해서 척척 내주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며 “공무원 시험 합격할 정도면 멀쩡한 성인인데 사리분별을 못했을 리는 없을 것”이라고 의문을 표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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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