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 8조 상조업계 불편한 현실

돈 냄새 맡고 기웃기웃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상조업계가 순풍을 타고 있다. 타 업종에서 상조업에 발 들이고자 호시탐탐 노리는 게 공공연한 상황일만큼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다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선두권 업체들로 돈이 몰리는 구조가 공고해지는 동안 대다수 상조업체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상태다.

과거 대다수 상조업체는 가입자가 약정된 금액을 매월 2만∼4만원씩 약 10년에 걸쳐 분할납부하는 선불식 상품을 내세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례식을 치를 때 한꺼번에 목돈이 들지 않는 장점이 부각되는 방식이었다. 선불식 상품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이를 토대로 상조업계는 2010년대 중반경 등록업체 약 300개, 가입자 수 500만명에 육박하는 거대 시장으로 탈바꿈 할 수 있었다.

잘나가는
최근 행보

그러나 덩치가 커진 것과 달리 상조업계의 기초체력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우후죽순처럼 업체가 늘어난 데다,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재정 상태가 최악으로 치달은 상조업체들이 연달아 나타났다. 이 여파로 2010년대 접어들 무렵 자본력이 열악한 상조업체가 줄폐업하는 현실이 사회문제로 부각됐고, 상조 가입자가 선수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상조업계는 수년 전부터 기존의 상조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상조 상품을 다른 분야와 연계하는 전환을 시도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토탈 라이프 케어 서비스’ 방식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게 보편화됐고, 이를 토대로 상조업계는 제2의 전성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지난달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조업체들의 선수금 규모는 8조389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4916억원 증가했다. 상조 가입자는 5년 만에 약 50% 늘어 지난해 말 기준 750만명을 돌파했다. 고령화·핵가족화에 따라 전문 상조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진 상태에서 상조업체들의 영역 넓히기 작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양상이다.


서비스 상품 다각화 작업이 순조롭게 정착된 결과 상조업계 상위권 업체들은 선수금 규모를 크게 불릴 수 있었다. 프리드라이프는 지난 4월 말 기준 업계 최초로 선수금 2조원를 돌파하며 1위를 재확인했고, 대명스테이션, 보람상조, 교원라이프 등도 선수금 1조원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공교롭게도 상조업계의 고공행진은 뜻하지 않은 고민거리를 남겼다. 순항하는 상조업계를 타 업종에서 예의주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생명보험업계의 상조업 진출 의지는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보험법에서는 금산분리법에 따라 보험사의 상조시장 진출이 막혀 있다. 상조업이 보험업법 시행령에 열거된 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생명보험사들은 신사업 진출의 일환으로 상조업계 진출을 위해 법 개정을 요구 중이다.

생명보험협회는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815만명이던 62세 고령인구가 2050년에는 1900만명이 되고 상조 서비스도 늘어날 것”이라며 “요양·상조와 사업 연관이 높은 생명보험사가 서비스를 결합해 토털라이프 리스크를 보장하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극심해지는 소수 독점 흐름
군침 흘리며 생보업계 관심

생보사의 상조업 진출 가능성은 기존 상조업체에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일단 생보사가 상조업에 진출하게 되더라도 선두권 상조업체가 당장 생존에 엄청난 위협을 받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나머지 상조업체들은 다르다. 자본력을 앞세운 생보사의 진출은 특히 덩치가 작은 중·소형 상조업체에 엄청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상조업계가 맞이한 활황이 중소형 상조업체들의 획기적인 외형 성장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온전히 업계 활황의 수혜를 누린 건 선두권 업체들이었고, 이는 선두권과 나머지 상조업체 간 격차 확대로 이어졌다.

상위권 선수업체가 보유한 선수금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곧 상조업체 사이에서도 상위권과 나머지 업체 간 체급차이가 현격함을 뜻한다. 가입자가 1000명 이하인 하위 회사와 비교하면 상조업계의 대·중소사 간 격차가 드러난다. 하위 회사는 전체 가입자와 선수금의 0.1%만 보유하고 있다. 

생보사가 상조업계에 진입하면 중소형 상조업체들은 생존마저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여전히 기준선인 자본금 15억원을 겨우 충족시키는 상조업체가 부지기수다. 최악의 경우 2010년대에 접어들 무렵, 자본력이 열악한 상조업체가 줄폐업했던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상조업체가 폐업했을 시 가입자는 ▲부도나 폐업 후 다른 상조업체로 인수될 시 납부한 돈을 떼이거나 서비스가 제한되는 사례 ▲중도해지 시 턱없이 적은 해약환급금 ▲가입된 상조업체의 연락두절 등에 노출된 바 있다. 

폐업 시 소비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선수금은 50%다. 만약 소비자가 해당 업체의 폐업·등록 취소 사실을 제때 인지 못한다면 이마저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막고자 공정위는 상조업체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면서 한때 300개에 달했던 상조업체는 현재 70여개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앞으로 공정위는 상조업계의 재무 기준을 더 강화할 방침이기에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 하는 영세업체들이 또다시 사라질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등록 요건인 자본금 15억원 이상 기준을 상시 유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곳곳에
허점 투성

상조업계 일각에서는 상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추진해 중소 상조기업의 경영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반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업종의 경우, 해당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진출이 일정 부분 제한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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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