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유총연맹 동원 선거개입 논란 대통령실 참모 수상한 통화 공개

콘크리트 지지 ‘극우 유튜버’ 깔고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통령실이 직접 선거개입에 나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참모의 녹취나 정황 증거도 상당하다.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와 접촉한 인사 대부분은 ‘극우 아스팔트 유튜버’다. 진보 진영 깎아내리기 시위와 데모를 요청받은 이들은 김건희 여사의 고모인 김혜섭 목사와도 연관이 깊은 것으로 파악됐다.

“우파 시민들 총동원해서 시위해야 된다.” “주변에 좀 그렇게 전하라.” 이는 지난해 9월 이뤄진 국민의힘 관계자 A씨와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간 통화 내용이다. 이외에도 강 수석은 A씨에게 강신업 변호사의 당 대표 출마를 “자제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직접적 선거개입 논란이 터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직접적 개입
대통령 의지?

A씨와 강 수석이 통화한 건 지난해 9월 MBC의 ‘바이든-날리면’ 관련 보도 직후인 22일이다. 녹취록서 강 수석은 “MBC나 저런 놈들,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자 A씨는 “MBC 앞에 가서 우파 시민들 총동원해서 시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그렇게 전하시라”며 사실상 데모를 지시했다.

실제로 이들의 통화 이후 지난해 말까지 MBC 앞에서는 30번이 넘는 외부인 집회가 신고됐다. 강 수석이 언급한 보수 유튜버 소모씨는 집회를 진행했고 강 수석과 식사도 했다. 당시 소씨 성을 가진 집회 신고자는 지난해 9월27일부터 10월14일까지 11차례였다. 강 수석은 강 변호사 측에게 출마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강 수석은 지난 1월4일 A씨와의 통화서 “저기, 강신업 변호사 출마 좀 자제시킬 수 없냐”며 “왜냐하면, 전선이 지금 이렇게 V(대통령)가. 이번에는 당 대표, 최고위원이고 V가 그림을 그려서 총선을 내년에 V 얼굴로 치러야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간 갈등 과정서 김건희 여사가 논란이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 변호사는 결국 컷오프당하면서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전 대표로서 유튜브 채널 ‘강신업TV’를 운영하며 여권 내 입지를 넓혀갔다.

그러나 그가 당 대표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본심이었다는 분석은 여권 내에서 제기돼 왔다.

해당 녹취들은 시민언론 <더 탐사>와 KBS가 지난달부터 단독 보도했던 내용이다. 보도 이후 강 수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모씨가 A씨에게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그는 1992년 현대그룹의 ‘왕회장’인 고 정주영의 대선 출마 당시 정무특보를 맡았던 인물이다.

이씨는 A씨에게 지난 8일 “윤석열과 강승규를 배신하고 나니 기분이 좋냐? 대통령실서 법적 조치를 하려고 해서 내가 김대기 실장에게 하지 말라고 요청했는데 월요일 수석비서관 회의서 결정이 날 것 같다. 별일 없기를 하늘에 빌어라”고 반협박식 어조로 문자를 보냈다.

A씨는 자신이 작성한 ‘반성문’을 보내자 “잘 썼네. 그대로 전달하겠다”는 이씨의 연락을 받았다.

강승규 수석, 국힘 관계자에 데모·시위 지시
윤석열 “대통령 귀찮다” 김건희 “감사” 통화

A씨는 강 수석과의 친분이 깊지 않다. 강 수석보다는 윤 대통령, 김 여사와 먼저 통화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뿌리인 호남의 원로 정치인들과도 알고 지내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내용은 A씨와 윤 대통령 간 통화서도 드러난다. 윤 대통령과 A씨의 통화는 대선 전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보다 국힘을 더 싫어한다”며 “(국민의힘)이놈 XX들 들어가서 개판 치면 당 완전히 뽀개 버린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 이제 주워 먹으러 가야 한다”고 국민의힘을 비하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는)정권교체하려고 나온 사람이지, 대통령을 하려고 나온 사람이 아니다”며 “어쨌든 이거(문재인정부)는 엎어줘야 하고, 국힘에 이걸(대통령) 할 놈이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 이준석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라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판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해당 녹취 파일의 제목에는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다. 취재 결과 해당 번호는 김 여사의 최측근이자 코바나컨텐츠 출신인 정모씨의 연락처였다. 정씨는 김 여사가 지난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 수행원이기도 했다.

특히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와 함께 코바나컨텐츠서 여론조작 의혹을 받던 인물이기도 하다. 정씨는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왔다.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코바나컨텐츠 정식 직원이 아니었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했다. 그는 공식적인 대선 캠페인에도 참여하면서 윤 대통령의 SNS 계정 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대통령 총무비서관실 한남동 공관팀 소속으로 근무했으나 지금까지 근무 중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A씨는 축하를 전달하려 했다. 대신해 전화를 받은 건 김 여사였다. 김 여사는 “선생님 고생 많으셨다”며 덕담을 건넸다.

녹취 파일
들어보니…

A씨는 “윤석열정부 성공하려면 지방선거 압승해야 한다. 경기도지사에 김은혜 당선시키려고 제가 특보로 임명받았다. 선거전략 다 만들어놨고 윤 대통령 당선시켰는데 경기도지사 그까짓 거 당선 못 시키겠냐”고 하자 김 여사는 “선생님 감사하다”고 답했다.

A씨는 강 수석이 윤 대통령을 도와준 대가로 자리를 알아봐준다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지킬 가능성이 없었던 약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자칭 보수 ‘유튜버’만 해도 100여명이 넘는다. 게다가 지난 7월 한국자유총연맹(이하 자유총연맹)이 미디어분과 자문위원으로 보수 유튜버를 대거 위촉한 인사만 수십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던 인물이다. 유튜버로 구성한 자문위원단은 자유총연맹에 이른바 ‘아스팔트 투쟁’ 과정서 발생하는 벌금에 관한 예산 지원도 요청했다. 자유총연맹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매해 약 4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자문위원으로 임명된 사람은 황경구 애국순찰팀 단장 겸 유튜브 채널 ‘시사파이터’ ‘시사창고’ 운영자, ‘짝지tv’ 운영자 유승민씨 등이 임명됐다. 지난해 8월 <한겨레>가 공개한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에 따르면 ‘이봉규TV’ ‘시사창고’ ‘시사파이터’ ‘너알아tv’ ‘짝지tv’ ‘애국순찰팀’ ‘가로세로연구소’ ‘자유청년연합’ ‘정의구현박완석’의 관계자들은 김 여사의 추천으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다.


황 단장은 미디어분과 자문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황 단장은 2021년부터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지지하는 내용의 영상을 올려왔다. 황 단장과 유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위치한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평산마을서 시위를 벌였던 극우 유튜버 중 ‘한동훈삼촌tv’(구 ‘우파삼촌tv’) 운영자 김기환씨도 자유총연맹 자문위원으로 임명됐다.

욕설·막말로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안정권씨의 측근도 자문위원이 됐다. 자유총연맹 신규 자문위원이자 유튜브 채널 ‘홈런왕 김탁탁’ 운영자인 김정환씨는 안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벨라도’의 본부장이다. 그는 안씨가 운영하던 채널인 ‘GZSS’서도 활동했다.

끊을 수 없는
끈끈한 관계

또 다른 자문위원인 이민구 ‘깨어있는시민연대(깨시연)’ 대표도 김 여사와 관련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18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서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사랑’ 카페의 성장을 나와 깨시연이 도와줬다”며 “윤 후보가 이걸 어떻게 알았는지 3·1절날 식당서 나랑 마주 앉자마자 ‘와이프 팬카페 만드는 걸 도와줘 고맙다’며 사인을 해주더라”고 말했다.

황 단장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상진 신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지난해 9월 “묵묵히 흘린 땀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우리의 미래를 비출 것입니다. 대통령 내외 윤석열 김건희”라고 적힌 엽서와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외에도 자문위원 명단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지지하거나 부정선거론을 펼치는 유튜버 등이 다수 포함됐다.

대통령실과 극우 유튜버들 간의 연결고리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극우 유튜버를 포함한 윤 대통령 지지자 수십명은 지난 3월 대통령실을 방문해 김대남 시민소통비서관과 사진을 찍었다. 보수 유튜버들은 당시 계정 폐쇄를 막아달라는 민원을 했고, 대통령실 행정관은 살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일 자유총연맹 자문위원인 한 유튜버(BJ톨)는 “오늘 대통령실 간담회 다녀왔다. 좀 많은 분들이 함께 간담회에 갔다”며 대통령 시계를 받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총선이 7개월여 남은 시점부터 극우 유튜버들이 들끓기 시작한 것은 김 여사의 고모인 김혜섭 목사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김 목사는 지난해부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 유튜버들에게 큰손으로 불리는 ‘로뎀지기’다.

가짜뉴스 생산자 자문위원 위촉만 수십명
비서관에 “계정 폐쇄 막아 달라” 민원도

로뎀지기는 지난해부터 유튜브 채널마다 돌아다니며 슈퍼챗을 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실제로 김 목사로부터 옷이나 신발을 선물 받은 이들이 다수였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을 그만둔 안씨의 누나도 김 목사를 통해 대통령실에 입성할 수 있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 목사는 기하성여의도총회 로뎀교회 소속 목사다. 2002년 2월 대한중앙신학연구원을 졸업하고 2004년 1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연합여목총회서 안수를 받았다. 예장 연학여목총회 산하 교육 기간은 정식 인가하지 못했다. 이후 2006년 2월 기하성 목회연구원(서상식 목사)을 수료하고 2013년 9월 기하성여의도총회 연수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김 목사 남편인 장모씨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거론된 인물이다. 장씨는 경기도 평택 물류항서 큰 이권을 챙겨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관세포탈과 세금 탈루를 일삼던 최순실 국정 농단 세력이 쥐고 있던 가공식품 제조업체 선라이즈F&T를 꿰차는 과정서 비리를 제보하던 이성열 슈퍼마린종합물류회사 대표를 도산으로 몰아넣은 인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기 직전 대검찰청 앞에 많은 화환이 놓였던 일화도 있다. 앞서 안씨와 같은 성향을 띠면서 자유총연맹 자문위원이 된 김상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윤 대통령을 임명했을 당시 계란을 들고 출근하는 윤 대통령에게 계란을 들고 직접 “죽여버리겠다”는 식의 협박하는 방송을 진행하다가 구속된 바 있다.

김 대표는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고 안씨는 김씨를 마중 나갔다. 안씨는 이후 대검찰청 앞을 화환으로 꾸며놨다. 김 목사는 본인이 직접 해당 화환을 둬왔다고 주장했었다. 안씨가 김 목사의 지시를 받아 화환을 놓아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이는
연결고리

대통령실과 친분을 강조한 유튜버도 있다. 이봉규씨는 직접 지난 대선 과정서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이봉규TV’를 즐겨본다”고 주장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는데, 이씨는 해당 사진이 자신의 채널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에 대한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직과 분명한 친분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전혀 없는 말을 지어낸 것으로 보기에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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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