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끝’ 밀리는 선거제도 개혁

150석만 얻으면 땡?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가자 =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여야 간 선거제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일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어쩐지 자당의 이익에만 불을 켜는 분위기다. 정치가 점점 퇴행하고 있다는 말은 잘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유불리만 따지며 정작 제대로된 개혁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는 탓이다. 

여야가 뒤늦게 선거제도 개편에 나섰다. 선거제 개편을 두고 국회는 지난 4월 전원위원회를 20년 만에 소집해 기대감을 모았다. 전원위는 법률안 등의 안건을 국회 본회의서 처리하기 전 의원 전체가 모여 해당 안건을 심의하는 제도다. 여야 의원은 모두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조직 지키기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적어도 지난 7월까지는 선거제 개편을 끝내야 한다고 의견을 냈으나 2개월이 지난 현재 여전히 답보 상태다. 마지막 정기국회서 선거제도를 두고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각자의 셈범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선거제 개편이 언급돼왔으나 정쟁에만 휩싸인 나머지, 답보상태라는 점이다. 지난 1일 김 국회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여야에게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신속하게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여야는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했으나 각 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노선이 달랐다. 그나마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 지점은 소선구제 유지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의원을 더 늘리자는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비례의원 정수 축소,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등을 놓고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 협상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이유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행 지역구는 253석, 비례대표는 47석으로 배정돼있다. 지역구당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전국 단위로 비례대표 의석 중 일부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연동해 배분하는 전국·준연동형 선거제로 나뉜다. 민주당은 소선구제인 현재 제도를 유지하면서 권역별·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민주, 비례의원 비율 늘려야
국민의힘, 의원 수 축소해야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눈 뒤 비례대표 중 일부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자는 것이다. 3개 권역의 대표적인 지역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지역과 중부(충청·대구경북·강원)지역, 남부(호남·부울경·제주)로 크게 나누고 현재 비례대표 47석을 각각 18·14·15석으로 나누는 안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병립형 선거제도를 선호한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을 30명 줄이자는 주장을 내놨다. 의석수를 유지하자는 민주당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병립형 선거제도는 지역구 의석과는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별로 의석을 나눠 갖는 것을 뜻한다.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이전에 병립형 선거제를 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전제로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권역별비례제 도입을 두고 협상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총 의석수에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끝난 탓이다. 다만 병립형 선거제 역시 당내서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진척 여부는 미지수다. 

여기에 의원 정수 축소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주권자인 국민이 의원 수가 많다고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는 정치 과잉”이라며 “의원 숫자가 줄어도 국회는 잘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선거개혁 이슈 선점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도 풀이된다.


또 비례대표제 완전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어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원 정수 축소를 두고서도 정치권에선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구 조절 문제, 인구 감소 지역의 경우 대표성마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소수 야당인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은 병립형 선거제도를 반대하는 분위기다.

제3지대 진입 어렵게 만들어
앞으로 캐스팅보트 없어질 것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 여당의 경우 양당이 원하는 선거제도를 규탄하고 있다. 특히 정의당은 지난 총선서 이른바 ‘위성정당’으로 인해 의석을 잃으면서 현재 단 6석만을 가져오는 뼈 아픈 기억이 있다. 매번 본회의 표결서 캐스팅보터 역할까지 했던 이들은 군소정당이 추락하면서 이번 총선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여야가 물밑서 표 계산을 끝내놓고, 이미 자신의 당에 유리한 룰을 만들기 위한 수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는 이미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을 넘겼다. 통상 1년 전에 확정을 해야 하지만 여야의 견해 차가 워낙 큰 탓에 선거를 약 7개월 남겨놓고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선거구 확정 시기도 매번 늦게 처리됐다.

제3지대의 출현도 여야의 견제 사항 중 하나다.

흔히 선거에는 무당층이 많기 때문에 연동형비례대표제로 개혁한다면 제3지대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지만, 양당이 정쟁에만 몰두할 경우 거대 양당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제3지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이 같은 시도는 민주당의 권역별비례제로 일찌감치 차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당 득표율로 나눠 의석을 나눌 경우, 결국 지역주의 기반 정당이 아닌 정당으로선 비례대표 입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중도층도 결국 민주당 혹은 국민의힘만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신들의 당에 불리한 부분은 협의하지 않고, 거대 양당에만 득이 되는 선거 방향으로 선거제도 개편을 하는 셈이다.

유리하게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기득권을 지키면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으로만 선거제도를 개편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캐스팅 보트를 주도할 당이 없어질 수 있다. 거대 양당이 다음 총선서 과반인 150석 이상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려는 모습”이라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