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맘카페 댓글로 폐업 위기 유치원 사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9.04 11:47:59
  • 호수 1443호
  • 댓글 2개

사이비 교주가 운영하는 유치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7월30일, SBS는 서울 강남의 유명 영어유치원(이하 영어유치원) 대표 A씨가 특정 학부모 3명이 볼 수 있도록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을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저승사자 남성의 얼굴, ‘너희 애 많이 컸더라. 학교 마치고 어디 가는 길일까?’ 등의 사진과 글귀다. A씨는 이 일로 영어유치원 대표직을 사직했다. A씨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 <일요시사>는 부적절한 멀티프로필을 작성해 강남 영어유치원 대표직을 사직한 A씨를 만났다. 딱 봐도 기력이 없는 얼굴이었다. 

A씨는 <일요시사>에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원을 운영했던 사람이 부적절한 카카오톡 멀티프로필을 작성한 것에 부끄럽고 괴롭다”며 “멀티프로필을 작성할 때 나는 정신과 약을 복용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멀티프로필은 나의 절규였다”고 말했다.

멀티프로필
뭐길래…

이어 “남편이 변호사인 학부모의 갑질과 맘카페의 마녀사냥으로 운영하던 영어유치원이 수년간 질타를 받았다. 나는 맘카페서 말도 안 되는 모욕과 공격을 겪어 공황장애, 대인공포증, 불면증, 자살 충동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A씨의 진단서에는 ‘2021년 1월부터 지속된 특정인들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감, 불안감, 자살 사고, 분노 등의 우울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신의학적 치료를 하고 있다.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나, 스트레스 요인이 지속되는 한 치료 효과에 있어 한계가 있다’고 기록돼있다.


극단적 선택 후 찾았던 응급실 기록에는 ‘상기 환자는 2년 전 사업과 관련해 인터넷서 마녀사냥을 당한 이후 현재 소송 중이며 그 이후 시작된 우울, 불안, 자살 사고로 약제 처방받아왔다’며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고 있다. 2개월 전 우울, 자살사고가 더욱 악화됐으며 약제를 복용해도 증상 호전이 없었고 내원 이틀 전 주말, 죽고 싶은 마음에 차도로 뛰어드는 일이 있었다. 우울, 자살사고가 지속돼 본원 응급실 내원, 본과 진료를 의뢰했다’고 나와 있다.

해당 보도 이후 유치원은 지역 맘카페에 원색적인 비난을 받았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를 향해 ▲인간 쓰레기가 운영하는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사람들이 신기하다 ▲아이들이 그 원의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도 싫다 ▲해당 원은 사이비 교주가 운영한다 등의 글이 줄을 이었다.

물론 일이 이렇게 될 때까지 A씨와 영어유치원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송이 여러 번 진행됐고, 법원은 맘카페 게시물에 관해 “각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미 퍼진 소문은 사라질 리 만무했다.

영어유치원은 원생이 가득 차고 대기가 60번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이 사건을 겪고 난 이후에는 원생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제1분기의 매출이 기존 매출에 비해 43.9%가량 증가했으나, 게시물이 올라온 뒤인 2021년 제1분기에는 약 32.2% 하락했다. 

당장의 수익도 문제지만, 나빠진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었다. 게다가 유치원서 사명감을 갖고 수업했던 강사들이 아동 폭력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 일은 강남·서초 지역 맘카페와 영어유치원 정보 카페서 시작됐다. 해당 영어유치원은 수업하는 동안 CCTV를 학부모에게 휴대전화로 보내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친 원생 ‘보험’ 문제로 시작
학부모 “내 남편은 변호사다”


그러던 어느 날 영어유치원의 한 학부모가 수업 중 자신의 아이(5세)가 발표하고 싶어서 손을 들어도 담임이 다른 아이를 먼저 시킨다며 정서 학대를 한다고 지적했다. 담임 교사는 학부모에게 정서 학대를 한 적 없다고 여러 번 반박하자, 학부모는 “젊은 교사가 이런 일을 혼자 하진 않았을 거다. 학원 운영자가 담임 교사에게 아이를 정서적 학대하라고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 남편이 변호사다. 맘카페에 지금 있었던 일을 모두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영어유치원 원장이 촌지를 준 아이에게는 잘하고 촌지를 안 준 아이에게는 잘해주지 않는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결국 영어유치원 대표와 담임교사가 유치원에 학부모를 모아놓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원장은 “촌지를 받거나 차별을 지시한 적 없다. 아이를 정서 학대하라고 한 적도 없다”며 CCTV까지 오픈했다. 

이날 자리에는 학부모와 남편인 변호사도 있었고, 학부모들은 영어유치원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후 해당 학부모의 자녀는 유치원을 퇴소했다.

여기까지가 A씨가 밝힌 사건의 시작이다. 그리고 2021년부터 영어유치원 정보 카페에는 알 수 없는 댓글과 게시물이 올라왔다. 내용은 영어유치원을 다닐 때 아이가 수업 중에 얼굴을 다쳤고, 아이를 피부과에 데려갔지만, 얼굴에 흉터가 남았는데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문제는 영어유치원은 수업시간에 일어난 일(사고)임에도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고 안부만 물었다. 아이 얼굴에 평생 남을 흉터가 생겼는데 내가 알아서 치료해야 한다니, 나는 해당 영어유치원의 태도가 책임감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며 “(유치원이)내게 대처가 미흡했다고 사과를 했으면 글을 내렸을 텐데,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내 댓글을 신고하고 삭제했다”고 적혀있다.

게시물에는 특정 유치원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댓글은 폭발적이었다. 영어유치원을 알아보던 학부모들은 “피해야 하는 영어유치원인 것 같다. 어딘지 알 수 있냐”는 질문이 쇄도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쪽지 보내서 알려준다. 나도 진작에 알고 피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속상하다”는 답변이 달렸다.

영어유치원은 메리츠화재의 에듀파트너 종합보험에 가입돼있었고, A씨는 DB손해보험사의 학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돼있었다.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었던 A씨는 카페 채팅을 통해 “상해보험에 가입돼있다. 만약 보험처리가 되지 않은 경우 3년 내에는 언제든지 처리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카페에는 계속 글이 올라왔고, 영어유치원은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공지를 올렸다.

갑질과 
마녀사냥

해당 글 작성자는 “영어유치원이 공지사항으로 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아이는 언제든지 다칠 수 있고, 나는 유치원에 어떻게 다치게 할 수 있냐고 따져 물은 적 없다. 그저 대처에 관해 이야기 했을 뿐”이라며 “나는 유치원을 비난하고자 올린 글이 아니다. 나도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올리기 조심스럽지만, 불특정 다수의 학부모에게 전달된 나에 대한 잘못된 이야기를 바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 글에는 “해당 원이 어디냐” “정보 꼭 알려달라” “듣도 보도 못한 대처” “변호사 대동하고 언론에 대응하라”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당시 담임교사였던 B씨는 영어유치원이 다친 영‧유아의 병원비와 치료비에 관해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B씨는 “음악 수업시간에 핸드벨을 손에 쥐고 흔들다가 아이가 흔든 핸드벨이 왼쪽 눈두덩이에 부딪혔다. 눈썹 아래서 피가 났고 바로 원장과 교수부장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원장이 학부모에게 연락했고 근처 피부과서 진료받았는데 대학병원에 가서 꿰매야 한다고 드레싱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상황에 관해서는 “치료가 끝나고 학부모에게 전화했더니 아이를 그냥 하원 셔틀에 태워 보내라고 했다”며 “어느 기관이든 크고 작은 사고 발생 시 모든 치료가 끝난 후 보험처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영어유치원서 병원비와 치료비에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는 2019년 8월26일부터 7개월 동안 원장, 당시 교수부장, 담임교사가 사랑으로 돌봤다. 그런데 아이의 학부모가 맘카페에 사실과 다른 글을 올려 모두에게 힘든 상황을 초래했다”고 증언했다. 

게시물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영어유치원이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거나 ▲식사에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했고 ▲영어유치원 게시글이 공익목적이라는 것에 대한 탄원서를 모았으며 ▲아동학대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자신의 아이가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는 “아이가 3세 때 영어유치원 선생님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도깨비 전화(교육용 앱으로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캐릭터가 전화를 해서 유아의 나쁜 버릇을 고쳐줌)를 사용했다”며 “이건 공포심 유발을 하는 협박이다. 또 밥을 잘 먹는 아이에게만 비타민을 줬다. 이런 일을 겪은 애가 최소 3명이나 있다”고 분개했다.


신고자는 맘카페 회원으로, 영어유치원이 아동학대를 했다는 글을 보고 신고했다. 자세한 내용은 ‘영어유치원 내에서 피해 아동의 머리를 때리거나, 도깨비 전화를 이용해 아동을 놀라게 하는 방법으로 폭행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얼굴의 흉터
그날 진실은?

경찰이 피해 아동의 학부모를 찾아갔지만, 학부모는 맘카페에 올린 글과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해당 학부모는 “도깨비 전화가 학대인지 모르겠다. 이미 학원을 그만뒀다. 그때 일이 언제 있었는지도 사실 잘 모른다. 경찰에 나가서 진술하고 싶지 않다. 아들이 3세인데 진술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당시 일을 기억하면서 진술하라고 하면 아들한테 나쁜 영향을 끼칠 것 같아 더 이상 사건 진행을 원하지 않는다. 확실하지도 않은데 굳이 가야 하나? 그냥 알아서 종결해라”고 진술했다.

피해 아동의 진술 및 사건 진행을 거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어제 너무 감정이 앞서나가고 흥분해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을 했는데 손찌검은 확실치 않다”고 피해 사실도 불명확하게 해, 영어유치원이 아동학대를 한 범죄 혐의를 인정할 수 없었다.

영어유치원은 맘카페에 글을 제일 많이 올리는 한 회원에게 명예훼손행위금지 소송을 걸었다. 해당 회원이 맘카페에 올린 글은 각 4600회, 7100회, 1만4000회, 6300회, 6800회, 7900회, 9400회로 조회수가 총 5만6000회를 상회했다. 

각 글에 달린 댓글은 각 43건, 200건, 623건, 151건, 179건, 222건, 339건으로 댓글 수만 총 1756건에 이르는 등 파급력이 컸다. 

법원은 게시물을 올린 학부모에게 “맘카페에 영어유치원이 특정되거나 유추될 수 있는 내용의 게시물 및 댓글을 작성하거나 쪽지, 카페 채팅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 채권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판결과 함께 벌금을 내렸다.

<일요시사>는 해당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영어유치원은 이 변호사가 게시물을 올린 학부모의 남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요시사>는 ▲학부모가 맘카페에 악플을 남긴 이유 ▲영어유치원 대표가 악플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것을 아는지 여부 ▲변호사가 영어유치원 관련 악플을 남긴 학부모의 남편이 맞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등을 질문했다.

댓글로 원색적인 비난 쇄도
원생 줄더니 결국 폐업 위기

변호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영어유치원이 잘 알고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잘 알고 있다. 수년 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자신에 관한 비판이 있으면,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며 학부모들의 입을 막아왔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번에도 영어유치원이 학부모에게 학원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법적 조치를 운운해 협박했기 때문에 학부모가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 조사 결과 영어유치원에 관한 학부모의 문제 제기는 근거가 있고 공익적인 목적이 있다고 판단됐다. 그리고 이 학부모 외에도 영어유치원에는 여러 학부모, 직원들과도 불화가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며 “영어유치원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고소당한 사람은 여러명이다. 현재 퇴사한 원어민 강사 측이 학원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이에 대해서도 학원이 고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당 변호사는 불기소 결정서 등 세 개의 자료를 보내왔다. 학부모가 영어유치원을 대상으로 온라인에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을 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학부모가 영어유치원 전 대표 A씨에게 접근 금지 가처분신청서다.

법원은 A씨에게 “A씨는 전화,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상태 메시지를 통한 메시지 전달 등의 방법으로 학부모의 평온한 생활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해당 사안은 A씨가 멀티프로필을 만든 것으로 시작됐으며, 법원은 A씨가 멀티프로필을 이용해 학부모의 생활을 방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 번째는 현재 소송 중인 자료로 여기엔 “학부모가 작성한 글이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허위 인식을 갖고 작성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작성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 영어유치원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범의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불법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데 영어유치원이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을 계속해 학부모 가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다”는 것이었다.

위에서 말한 방법은 ▲고소 ▲주거침입 ▲학부모 협박 ▲멀티프로필 생성 ▲아동학대다. 

정신과 치료
누가 거짓말?

A씨와 영어유치원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A씨는 “나는 멀티프로필 일로 대표직서도 물러났고, 나 때문에 영어유치원 직원들이 고통받는 것이 너무 힘들다. 학부모를 고소한 것은 명예훼손 때문이며, 무작위로 고소하지도 않았다”며 ”주거침입과 학부모 협박도 한 적 없고 변호사가 말하는 원어민 강사 문제는 해당 사건과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멀티프로필 기사가 SBS에 뜨자 학부모는 맘카페에 또 글을 올렸다. 나는 지금 영어유치원 대표도 아니다. 그런데 맘카페에는 원장의 프로필이라고 해서 전 대표가 아닌 현재 원장과 선생님이 욕을 먹고 있다. 사람들은 학부모 남편이 변호사라고 그 사람 말을 다 믿는다. 변호사다. 이미 학부모 게시글 가처분 결과에 벌금이 아니라 상대편이 변호사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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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