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실종된 휴가정치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3.08.14 14:22:25
  • 호수 1440호
  • 댓글 3개

국회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난 지난달 28일부터 2주간 휴지기였다. 이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이하 민주당) 양당 대표도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경남 거제 저도에 있는 청해대서 여름휴가를 보냈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베트남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수도권 근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도 8월 둘째 주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8월 임시국회는 정치 지도자의 휴가정치가 끝나는 오는 16일부터 열린다.

정치 지도자의 여름휴가는 그 자체가 정치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쟁의 현장서 벗어나 한 해의 상반기를 분석하고 하반기를 구상하는 중요한 기간이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 중 하프타임에 선수들은 쉬지만 감독은 전반전 결과를 분석하고 후반전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휴가정치 기간에 정치 지도자가 어떤 구상을 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정치 성패가 갈린다. 특히 휴가 장소는 물론 도서 목록, 면담 인사 등이 정치 지도자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근거가 돼 이슈가 되기도 한다. 

올해도 윤 대통령은 보수당의 전통이 깃들어 있는 저도를 찾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대표는 <위대한 협상> <기본소득 비판> <세습 자본주의 세대> 등 3권의 책을 가져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외교와 복지, 세대론을 내세우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 대표는 <같이 가면 길이 된다> <난세일기> 등 2권의 책을 가져가 “사법 리스크와 리더십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전통적으로 휴가정치 기간에 던져진 정치 지도자의 메시지는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휴가정치 기간엔 여야가 대치하거나 서로 헐뜯고 공격하는 정쟁서 벗어나 각자가 자숙하고 미래를 구상하기 때문에 정치 지도자의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우리 국민은 상반기 내내 여야가 매번 서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국가를 위한다면서 자당의 지지율이나 표심에만 관심을 갖는 행태에 질려 있다가도 휴가정치 기간엔 정치인의 진지한 모습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어 위로가 됐다. 그런데 올해는 위로가 됐던 휴가정치마저 실종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먼저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중 군산서 열린 새만금 2차전지 투자협약식과 부안서 열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해 축하했고, 천안함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하고 해군 기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그 밖에 거제 전통시장 방문 및 잼버리 현안 챙기기 등 바쁘게 여름휴가를 보냈다.

휴가 기간만큼은 재충전하면서 하반기 국정운영의 틀을 구상하는 게 중요한데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김 대표도 휴가정치 기간에 SNS를 통해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폄하 발언을 두고 민주당의 DNA를 재확인했다”고 맹공했고, 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부실시공 사태와 관련해서도 “전 정권의 건축 이권 카르텔이 벌인 부패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휴가지서 야당을 공격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보냈다. 

민주당 이 대표도 휴가정치 기간에 정부와 여당을 향해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감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특별감찰관 임명 촉구에 대해 “법에 정해진 것이 있으니 합리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내년 총선에 앞서 10월 퇴진설’ ‘8월 영장 청구설’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선 뭔가 어울리지 않은 휴가지 메시지였다.

야당 역시 휴가정치 기간인데도 정부와 여당을 향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한 김건희 여사 특혜 논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 김영호 통일부 장관 임명 강행,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책임론 등에 관련해 강한 공세를 폈다.

검찰도 국회의 방탄이 풀리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민주당 돈봉투 살포 사건 핵심 인물인 윤관석·이성만 두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법원 심사를 거쳐 윤 의원을 구속시켰고, 백현동 개발 비리와 관련해 이 대표도 곧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왜 정부와 여야 정치 지도자가 휴가정치 기간 중 자숙하며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에 몰두하지 못하고 사소한 것까지 따지면서 평소와 다름없는 정쟁의 모습만 보였을까? 불투명한 하반기 국정운영에 관해 불안한 모습을 스스로 보이는 것 같아 우리 국민만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휴가정치의 대표적인 사례는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여름휴가다. 당시 청남대서 휴식을 취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역사바로세우기’ 등 굵직한 정책을 구상했다. ‘대통령이 휴가를 통해 차기 정국을 구상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은 것도 이때부터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5년 여름휴가 기간에 소선거구제 폐지를 위해 과감한 구상을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0년 여름휴가 기간에 ‘40대 총리’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카드를 구상했다. 휴가정치를 통해 하반기 국면 전환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 휴가정치 기간엔 윤 대통령을 비롯 여야 정치 지도자가 휴가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반기 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 반전카드나 히든카드도 내놓지 못했다. 휴가정치마저 실종된 우리 정치의 현실이 벌써부터 하반기 정국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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