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초전도체’ 진실게임

전 세계 흔든 반지하 연구소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2주 만에 명성이 곤두박질쳤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8일(현지시각) ‘상온 전도체의 짧고 화려한 삶’이라는 논평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상온·상압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는 한국의 LK-99에 대한 평가다. 미국 연구진이 LK-99와 관련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내자, 초전도체 관련 주가는 폭락했다.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한국 연구진의 논문 하나가 올라왔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이하 퀀텀연구소) 대표와 김지훈·권영완 연구진이 상온·상압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논문이었다. 이후 3일 만에 미국의 토론 사이트 ‘레딧’서 거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무한동력
의문 투성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퀀텀연구소. 지난 9일, 기자가 찾아간 연구소는 굳게 닫혀 있었다. 연구소는 30평 남짓한 반지하였다. 문 앞에는 “지나치게 잦은 방문객으로 직원들이 업무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한탕주의’에 관심이 시들해진 탓일까? 연구소 앞은 조용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가 국내외 연구 결과 초전도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검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는 지난 8일(현지시각) 공식 SNS를 통해 “LK-99는 상온은 물론 저온서도 초전도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높은 저항을 지닌 저품질의 재료일 뿐”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LK-99가 지닌 반자성체 성질이 초전도체 성질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MTC는 “흥미롭지 않다”며 잘라 말했다. LK-99에 담긴 구리, 납, 인 등이 이미 반자성을 지닌 물질이라 별도의 신물질일 가능성도 작다는 것이다.


CMTC는 직접 LK-99를 제조하거나 실험했다는 언급은 없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인도 국립물리학연구소(NPL), 중국 베이징대 국제양자물질센터(ICQM) 3곳의 연구 데이터를 평가하면서 이같이 결론내렸다.

CMTC는 3곳의 보고서에서 초전도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극도로 높은 반도체와 절연체 저항성을 보여 그 수치가 상온서 구리보다 10억배나 높았다고 밝혔다. 금속 중에 은이 전도성이 높지만 가격이 비싸 전선은 구리로 만들어진다.

앞서 LK-99 논문의 공동 저자인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는 지난 5일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완벽하진 않지만 틀림없이 초전도 특징을 띠는 물질이라는 것을 실험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저항이 ‘0’이라는 점, 임계온도 위에 금속처럼 옴의 법칙을 보인다는 점, 금속서 저항이 떨어지는 쪽으로 전류가 불연속 점프한다는 점 등 초전도체 특징을 다수 관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지려면 10여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퀀텀연구소는 최동식 명예교수의 초전도 이론을 기반으로 초전도체를 구현하고 실험을 통해 입증하는 기업이다. 최 교수는 이론적으로 초전도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온·상압서의 초전도체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퀀텀연구소의 핵심 연구자 대부분은 최 교수의 제자로 이석배 퀀텀연구소 대표는 고려대 비전임교수와 동국대 겸임교수를 지냈고, 김지훈 연구소장은 아이셀텍 연구소장을 거쳐 퀀텀에너지연구소에 합류했다. 외부 인사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의 김현탁 교수와 오근호 한양대 교수 등 연구자들이 추가로 합류하며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

LK-99는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 이름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퀀텀연구소는 2008년에 설립됐으며, 최 교수의 사망 이후 2018년 전후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전선에 사용하면 전기 손실 ‘제로’ 
꿈의 물질 실존해도 상용화까지 10년

초전도체는 에너지 손실이 없어 ‘꿈의 물질’로 불린다. 초전도란 전기저항이 0이 되는 것을 말한다. 전기저항은 온도가 낮아지면 점차 감소하다가 사라진다.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것은 곧 에너지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음을 뜻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기 저항으로 인한 연간 전력 손실액이 1조6990억원으로 알려진다.

초전도체는 임계온도 이하서 전기저항이 0이 된다. 그리고 초전도체는 자석 위에서 공중 부양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를 마이스너 효과라고 부른다. 임계온도 이하서 초전도체는 내부 자기장을 밖으로 밀어낸다. 마이스너 효과가 생기는 이유는 외부 자기장이 초전도체 표면에 생성한 전류가 외부 자기장을 상쇄하는 자기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자성체를 공중에 뜨게 해 자기부상열차나 진공 열차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할 수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공중에 뜨게 되면서 마찰이 없어 속도에 대한 제약이 줄어든다.

LK-99가 세계 과학계의 주목받은 이유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는 주장 때문이다. 극저온이나 초고압 상태서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실험 결과는 있지만, 상온·상압서 초전도체는 없었다.

LK-99 개발이 성공한다면 인류 문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 하지만상온 초전도체와 관련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른 회의적인 시각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상온 초전도체 논문이 아카이브에 등재된 지 3주밖에 지나지 않아 검증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지난 4일 브리핑서 “현재까지 보고된 해외의 LK-99 관련 이론 및 실험 발표 중 아직 초전도성을 확인한 검증 결과가 없다”며 관련 전문가 30명으로 검증위를 꾸려 교차 검증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지금까지 연구진이 공개한 논문과 동영상을 근거로 할 때 LK-99가 상온 대기압서 초전도성을 유지하는 물질이라고 확정할 수 없지만, LK-99의 초전도체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놓지 않은
희망의 끈

검증위는 “시료에 대해서는 원재료(황산납 등) 수급이 어려워 최소 2주 이상이 걸리고, 최초 검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일이 걸린다”고 전했다.

퀀텀연구소는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회를 열거나 학술지 논문 게재를 통해 연구 결과를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퀀텀연구소 관계자는 “조만간 연구 성과를 설명할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상온 초전도체 연구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LK-99 관련 논문을 둘러싸고 저자들 간에 분쟁이 이어졌다. 지난 10일 고려대학교에 따르면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권영완 연구교수가 LK-99 관련 논문을 다른 저자 동의 없이 올렸다는 의혹과 관련한 제보를 접수해 이르면 내주 예비조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제보 접수 30일 내로 검증 절차에 따라 예비조사를 완료하고 6개월 내 본조사를 마무리해 연구 부정행위를 판단한다.

권 교수는 LK-99 관련 논문을 아카이브에 올렸다. 이후 2시간 뒤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을 비롯해 김현탁 교수, 오근호 교수 등 6명이 참여한 논문이 뒤이어 올라왔다.

이에 대해 퀀텀연구소와 김현탁 교수 측은 권 교수가 다른 저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논문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김현탁 교수는 윌리엄앤드메리대 학보신문을 통해 “권 교수가 올린 논문은 국내 학술지에 게재된 내용과 동일하다”며 “이 학술지를 인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중 출판이자 자기표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달 말
검증 주목

김현탁 교수에 따르면 그는 지난 7월 17일 이석배 대표에게 6인의 저자로 이뤄진 논문을 국제학술지 <APL 머티리얼스>와 아카이브에 제출하자고 요청했다. 김현탁 교수는 권 교수의 기여도가 제한적이라 생각했지만, 이석배 대표는 권 교수를 저자 목록에 포함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교수의 논문 발표 행위가 부정행위로 인정되면 징계 절차에 들어가지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김현탁 교수는 미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와 인터뷰서 두 논문에 대해 “본인 허락 없이 게재됐다”고 주장했다. 


상온 초전도체 관련 논문을 둘러싼 연구진의 갈등까지 겹친 가운데, 상온 초전도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세계적인 연구그룹들이 검증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LK-99는 아직 상온 초전도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미국 프린스턴대도 LK-99가 자석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회의적인 연구 결과가 늘면서 ‘제 2의 황우석 사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2004년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인간배아복제는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획기적 10대 연구 성과’로 선정된 바 있다. 한국인의 연구성과가 사이언스의 10대 연구 성과에 선정되기는 처음이었다. 당시 ‘저항 없는 초전도체 개발’도 같이 등재될 정도로 초전도체에 관한 과학계의 관심이 컸다.

그러나 과학계는 이들의 논문 데이터가 다소 부실해 보여도 데이터 조작 흔적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LK-99 진위 여부는 논문을 고의로 조작한 황우석 사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LK-99 논문이 등재된 아카이브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빠르게 공개하기 위한 것으로 누구나 쉽게 게재할 수 있어 정확성·전문성서 아직은 의심의 여지가 있다.

제2의 황우석 사태?…논문 조작과 달라
데이터 다소 부실하나 조작 흔적 없어

이에 이석배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2020년 처음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제출했지만 랑가 다이어스 로체스터대 교수 사태 때문에 <네이처>가 논문 게재를 부담스러워했고 다른 전문 학술지에 먼저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며 “한국 학술지에 먼저 올려 한국 전문가의 검증을 받고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 세계서 나온 자료를 취합해서 한 달 후쯤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LK-99 레시피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실증 연구와 데이터가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한 리포팅이 오고 있는데 적은 인원으로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석배 대표는 초전도체 진위에 대해서는 “실험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료도 만들어야 하고, 외부 연구소의 데이터도 체크해야 하는 등 일이 쏟아지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후일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논란은 이뿐만 아니다. 퀀텀연구소는 홈페이지에 파트너사로 여러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등을 소개해놨지만, 이들이 모두 협력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었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는 연구소 측에 파트너사로 자사 이름을 올린 이유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와 포스코, SK엔펄스 등도 모두 “현재까지 우리와 협력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퀀텀연구소는 공식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연구소와 공식 협력 관계인 유일한 기관은 한국에너지공대 한 곳이 유일했다.

협약을 주도한 박진호 에너지공대 부총장은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서 LK-99 샘플을 제공받아 전 세계에 3대밖에 없는 고성능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부총장은 이번 LK-99 연구에 참여한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의 소개로 2017년 퀀텀연구소로부터 협력 요청을 처음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물질 자체 특성은 괜찮은데 재현성이 떨어지고 샘플 자체의 순도 문제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후 재현성 문제나 샘플 자체 순도가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2주 신화’
막 내릴까

그는 “전력 반도체, 전선 등 우리 연구 분야는 초전도 특성이 나오면 좋다”며 “전문 분야에 한 번 응용해보기 위해 기본적인 측정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 원소들이 구하기 어렵지 않고 간단한 물질”이라며 “세라믹 기반이라 박막 구현은 어려워해서 저희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초기 단계로 데이터 분석에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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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