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지지 않는 새마을금고 논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21 08:49:29
  • 호수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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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장담 못 하는 심폐소생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상승과 예금 인출 사태로 금융권이 휘청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안심하라며 설득에 나섰다.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수수료 비리 의혹 등이 불거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방만 경영도 재조명된다. 올해만 성추문 등 사건 사고가 23건에 달한다. 행정안전부는 반성의 기미는커녕 “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불황으로 핑계 삼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지난 4일, 경기도 남양주시 동부새마을금고 호평지점서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했다. 대출 부실로 같은 지역에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고객들은 예·적금을 해지하기 위해 해당 지점에 몰렸다. SNS 등을 통해 새마을금고가 위험하다는 소문이 퍼졌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치중한 결과라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PF 대출 
치중 결과

부동산 PF시장 후발주자였던 새마을금고는 연체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6.18%까지 솟았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대출 위주인 기업대출 연체율은 역대 최악인 9.63%에 달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불안심리는 지난 2일 절정에 이르렀다.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이 눈에 띄게 줄면서 시작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258조2811억원이다. 지난 2월 말 265조2700억원에 비해 약 7조원 감소했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5.34%)도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1분기 기준 상호금융 전체 연체율(2.42%)을 2배 이상 웃돌았다. 내부서 파악한 지난달 기준 잠정 연체율은 6.4%에 달한다.


새마을금고는 “기존 고객이 가입한 상품의 만기로 예금이 빠져 지난 3~4월 금고 예금 잔액이 잠시 감소했다”고 안심시키면서 “5월부터는 상승세를 회복했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적 불안감으로 번져 진화작업은 어려워졌다.

새마을금고의 감독 관할 기관은 행정안전부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을 낮추겠다고 특별대책을 발표했으나 되려 “오죽하면 정부가 나서나”는 등 불안심리만 키웠다. 행안부는 연체율이 높은 금고 100개를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중 연체율이 10%가 넘는 30개 금고에 대해서는 특별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70개 금고에 대해서는 특별점검을 결정했다. 필요하면 통폐합도 고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5일엔 기획재정부도 동참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부실한 금고는 우량 새마을금고서 인수·합병을 통해 예·적금 100%를 이전해 보호한다”고 달랬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서울 종로 교남동 새마을금고를 직접 찾아 “안심하고 새마을금고를 이용하셔도 된다”며 예금 가입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이튿날엔 행안부,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컨트롤 타워인 범정부 대응단이 꾸려졌다. 새마을금고 지점이 합병하더도 고객의 모든 예금을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또 예·적금을 다시 예치하면 비과세 혜택과 당초 약정이율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곪을 대로 곪은 게 결국 터졌다
급한 불 끄기 나선 정부 대책은?

지난 7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종로구 새마을금고 본점을 찾아 6000만원 신규 예금을 가입했다.

불안감만 키웠다는 지적에 행안부는 자세를 바꿨다. 이날 행안부는 연체율이 높은 새마을금고 30곳에 대한 특별검사 계획을 연기했다. 같은 날 범정부 대응단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뱅크런서 돌아온 재예치 건수는 이날 3000건을 넘었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상호금융권의 규제 강화에 나섰다. 새마을금고 같은 상호금융조합은 각 조합원의 자금을 예탁받아 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탄생 배경은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기 위함이다. 직능 중심 조합으로는 농협·수협·축협 단위조합과 산림조합이 있다. 지역 중심 조합으로는 신용협동조합(신협), 새마을금고가 있다. 관리·감독하는 주무 부처는 모두 다른데, 신협은 금융당국이 맡는다. 전문성으로 보면 금융위가 관리해야 한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행안부가 중점적으로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행안부의 관리·감독 부실이 꾸준히 제기됐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을 금융위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미다. 

행안부는 “새마을금고는 설립 취지가 달라 행안부 관리가 필요하다”며 “지역사회 공헌과 서민금융 지원의 목적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행안부 입장은 실상과 달랐다.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이 가계대출을 뛰어넘어서다. 새마을금고 통계에 따르면 햇살론 등 공공대출은 2010년 말 기준 1조6302억8000만원서 2020년 말 6988억4700만원으로 급감했다. 약 57%로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의 총자산은 90조7774억원서 209조1199원으로 2배 이상 불어났다. 반면, 기업대출은 최근 5년 새 급격히 늘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기업대출액은 18조367억6700만원이었다. 올해 기준으로는 111조6000억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뱅크런
막아라”

논란에 휩싸인 연체율 역시 기업대출서 발생했다. 심지어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1.65%로 비교적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관련 대출금 회수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9.63%로 높은 수준이다.

탄생 배경이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행안부 입장이 무색할 정도다. 행안부의 전문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리·감독을 금융위로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의 대응이 한발 늦었다고 지적한다. 같은 상호금융권조차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신규 공동대출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상호금융권의 부동산 PF 신규 대출을 중단하도록 지도했다.

이에 지역 농·축협, 신협 등 발을 맞췄던 반면, 새마을금고는 취급한도를 축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새마을금고만 행안부의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논란이 일자 행안부는 “우리가 오히려 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고 반박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통감하기보다는 권한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만, 감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2020년에는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의 감독을 금융위와 협의하도록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했다. 최근 개정된 법은 금감원장 등에게도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는 미봉책에 가깝다. 발 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새마을금고법 일부 개정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제안 이유로 “새마을금고의 경영건전성 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2021년 1월 발의된 이후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머물러 있다. 

행안부가 기득권 유지 차원서 감독권을 고집한다는 해석도 있다. 행안부 외풍은 새마을금고의 인사권에 영향을 줄 정도다. 실제로 새마을금고 인사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1명을 행안부 장관이 중앙회장과 협의를 거쳐 추천한다. 9명 이상 13명 이하로 구성되는 예금자보호준비금 관리위원회에도 행안부 장관이 3명을 지명한다.

이사장의 
절대권력

게다가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예산 승인 권한도 행안부 장관에게 있다. 최근 공포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에는 행안부 장관이 임원을 직접 제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반면, 행안부가 감독할 명분으로 제시한 지역금융 기능은 약화됐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비수도권 자산 비중은 2012년 61.8%서 2021년 54.7%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신협은 68.6%서 66.8%로 1.8%p 감소에 그쳤다. 새마을금고의 비수도권 대출 비중은 2012년 63.2%서 2021년 55.5%로 낮아졌다. 

신협은 70.0%서 67.0%로 3%p 떨어졌고, 농협은 60.4%서 62.3%로 오히려 1.9%p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새마을금고의 방만 경영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행안부엔 새마을금고를 관리할 금융 전문가도 없다. 심지어 행안부 공무원 10명이 전국의 새마을금고 4000개를 관리한다.


지역 단위 경제에 이바지해온 역사적 배경과 달리 지방 금고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0년 기준 1480개였던 금고 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1293개까지 감소했다.

일각에선 “지역별 금융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새마을금고가 지역경제를 위한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양철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상근이사도 이번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신 전 상근이사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서 “새마을금고는 고수익을 좇는 조직이 아니다”며 “부동산 PF 투자도 상생이 아닌 수익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지역 자금은 지역을 위해 쓴다는 원칙만 지켜도 이번 사태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새마을금고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올해만 23건
횡령·사기는 시중 5대 은행과 맞먹어

무분별한 영업행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전국의 새마을금고서 올해만 23건의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감정가격 과다평가 대출’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대출 등 관계형 비위’가 12건으로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도 다양했다.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이 9건이었다.

이 밖에 ‘횡령’ ‘직무관련 투자’ ‘출퇴근보조비 중복 수령’ ‘부정 환전을 통한 차액 편취’ ‘목적 외 예산 사용’ 같은 금품 관련 8건 등이었다.

이는 개별 금고 이사장의 막강한 지배구조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새마을금고 사건사고는 다른 상호금융권과 비교해 건수나 피해액이 큰 수준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새마을금고 임직원의 횡령은 총 60건에 피해액만 385억580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 60건·154억원, 신협은 58건·78억원, 수협은 20건·53억원 등이었다.

올해는 지역 금고뿐만 아니라 중앙회서도 비위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지난 3월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팀장급 직원 A씨를 구속했다. 지난 6일에는 박차훈 중앙회장의 측근인 류혁 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사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임직원이 저지른 횡령·배임 등 사고는 수년간 발생해왔다. 행안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횡령·배임·사기·알선수재 사고는 85건으로, 피해 금액은 640억9700만원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의 금융사고 건수는 총 210건에 불과했다. 피해액은 1982억원으로 한 곳당 약 40건, 400억원 안팎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사장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이번 사태의 일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무리한 대출을 실행한 건 관리·감독 부실이다. 행안부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관리감독 부실
행안부도 책임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시중 은행보다 20배 높다.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며 “새마을금고 관리주체를 현재 행정안전부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소관부처로 바꾸고 금융기관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책임감을 통감하고 해결에 나선 모습은 다행스럽다. 새마을금고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철저하게 감독할 명분도 주어진 셈이다. 정부는 행안부 관리 부실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금고 이사장 각자의 막강한 권한도 손질할 때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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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