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위태’ 김은경호 30일 기록부

산으로 가더니 내려오질 않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민주당을 ‘윤리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며 국회 문을 열어젖혔다. 연일 당의 아픈 곳을 찌르며 개혁을 촉구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당내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분골쇄신’의 의지가 피어나지도 못하고 주저앉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쇄신을 위한 ‘김은경 혁신위’(이하 혁신위)가 출범했다. 위기에 빠진 민주당에 동아줄이 될지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민주당의 시큰둥한 반응이 이어지면서 혁신위가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모양새다.

고군분투

혁신위는 닻을 올리기까지도 갖은 풍파를 겪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5일,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과거 발언에 발목을 잡혀 낙마했다. 과거 이 이사장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천안함 자폭설’ ‘코로나19 미국 기원설’ 등 각종 음모론을 주장했던 것이 흠으로 작용했다.

수습에 나선 민주당은 새로운 위원장으로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인선했다. 이를 시작으로 혁신위는 김 위원장을 포함해 외부 인사 8명, 내부 인사 3명인 11인 체제를 갖췄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로부터 당원과 소통이 잘 되는 민주정당, 당원이 주인인 정당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당부받았다.

혁신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논란에 직면했다. 김 위원장이 한 언론 인터뷰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관해 “(검찰에 의해)만들어졌을 수도 있다”고 발언하면서다. 김 위원장과 이 전 위원장, 두 인물이 쏘아 올린 화살은 ‘리더십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이 대표에게 그대로 꽂혔다.


우여곡절 끝에 출항한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1호 혁신안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내세웠다. 당내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당론으로 채택할 것도 요구했다. 앞서 이 대표가 먼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체포동의안 포기를 선언하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 지도부는 “불체포특권은 의원들 개개인의 권한으로 동의가 필요하다”며 살며시 선을 그었다. 불체포특권이 없으면 입법부가 어떻게 검찰 독재 정권과 싸울 수 있겠냐는 입장이다. 혁신위가 원외 인사 위주로 구성된 만큼 당 의원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후 민주당은 의원총회서 1호 혁신안에 관해 본격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노란봉투법’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진행되지 못했다. 혁신안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자 이 모습을 본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혁신안 들이대도 눈·귀 닫는 민주
벼랑 위의 김…혁신위 위한 혁신?

민주당은 끝내 1호 혁신안을 매듭짓지 못한 채 2호 혁신안이라는 과제를 또 하나 떠안았다. 1호 혁신안을 발표한 지 열흘 만의 일이다. 두 번째 혁신안은 면피성 ‘꼼수 탈당’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었다. 단순히 복당 벌칙을 규정하고 이를 강화하는 것이 아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거액의 코인 보유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했던 김남국 의원(무소속)을 비난하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21년 전대 돈봉투 의혹으로 자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무소속)이나 송영길 전 대표 역시 ‘꼼수 탈당’이라고 비판받았다.

하지만 혁신위가 꼼수 탈당 근절 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하고 얼마 뒤 기다렸다는 듯, 재산 신고 누락 의혹으로 제명됐던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복당했다. 민주당이 김 의원을 다시 품으면서 혁신위는 물론 당의 위상까지 단숨에 추락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혁신이나 쇄신, 반성과 변화 같은 말은 민주당과 어울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호신위’로 전략한 혁신위를 해체하라는 목소리 역시 커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를 두고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갈팡질팡하는 혁신안이 비명(비 이재명)계, 친명(친 이재명)계 그 어느 쪽에게도 지지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당초 혁신위가 ‘대의원제 폐지’ ‘공천 룰’ 등 굵직한 현안에 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사소한 난관조차 헤쳐 나오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1호에 이어 2호 혁신안까지 ‘뭉개기’로 끝난다면 혁신위 자체가 동력을 잃을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민주당을 향해 “현재 의원들이 기득권에 안주하고 절박해보이지 않는다. 오합지졸 콩가루 집안”이라며 ‘사랑의 매’와 함께 따끔하게 질책했다. 스스로가 ‘외부 인사 중심의 혁신위를 구성할 정도의 위기’라고 진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극복의 의지가 없다는 민주당에 공개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혁신위가 조급했다”며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또 빠르게 혁신안을 만들어도 당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재명 호신위’로 전략?
“당장 해체” 목소리 커져

혁신위를 위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 위원장은 소통이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12일 혁신위는 사회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오후에는 기자간담회를 연달아 열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서 김 위원장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부분은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이들 눈높이에 맞는 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혁신위 무용론’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들의 쇄신이 이 대표를 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로 굴러가는 한 혁신위의 활동 범위는 제약적일 것이란 여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앞서 혁신위가 발표한 안들이 전폭적으로 수용되지 못한 이유 역시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여론과도 연결된다.

‘혁신안과 궤를 함께하지 않는 이들을 설득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더 이상 민주당서 일하시면 안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앞으로 (의원들을)설득해야 하고 지금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며 소그룹 단위의 만남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개별적으로 김 위원장을 찾아 의견을 피력한 의원도 있는 만큼 혁신위는 당분간 당 안팎과의 소통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혁신위는 소통을 통해 민심잡기에도 나섰다.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지역을 순회하며 국민 의견을 청취하고 혁신 제안을 받기 위한 창구로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회의론

다만 혁신위가 민주당 쇄신에 끝까지 힘을 실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혁신을 받아들일 준비도, 생각도 없는 이들은 떠먹여 줘도 소화하지 못한다는 회의론이 작게나마 존재하기 때문이다. 1호 혁신안이 발표된 지 3주나 지났던 14일, 민주당 의원 168명 중 31명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혁신위가 민주당의 쇄신을 성공적으로 견인할지는 인내를 갖고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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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