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45)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감정적 대응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동서의 숨은 재산 찾는 것이 열쇠

“그래, 그 후론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사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일정기간 동안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채권자들은 재산을 조사하기도 하고 독촉도 하고 그러잖습니까. 그러다가 나중에는 민사재판을 걸고 나왔습니다.”
“안된 말이지만, 사장님께서 패소하였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재판과정에서 저는 단순 차주이고 동서에게 당했다고 아무리 주장해도, 판사는 모든 서류가 제 명의로 돼 있어서 법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도저히 제가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는 거지요.”

지푸라기 잡는 심정

“어쩔 수 없지요. 그래, 패소한 금액이 얼마나 됩니까?”
“당시에는 하도 억울하고 분하기도 해서 판결문인가 패소장인가 송달되었어도 자세히 보지 않았습니다만, 밀린 이자를 포함해서 5억원 이상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10년이 경과한 지금쯤은 이자가 엄청나게 많이 불어났겠지만요.”

“가만, 10년이 경과했다는 것은 재판이 결정 나고 10년이라는 겁니까? 아니면 대출한 시점으로부터 10년이라는 말입니까?”
“아. 대출한 시점을 말하는 겁니다. 뭣이 잘못되었습니까?”
“아닙니다. 제가 물은 건 비록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10년 동안 아무런 조치를 해놓지 않으면 10년이 경과하여 소멸시효에 걸리기에 혹 여쭤보는 겁니다. 계속 말씀하시죠. 아참, 그리고 그동안 신용금고 측에선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신용금고에선 상환재촉은 하고 있으나 자신들도 당시에 지상권 설정을 하지 못한 잘못도 있고, 내가 단순 차주 입장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 어쩌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내가 가진 재산이 하나도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최 사장님께서 하신 말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래 남도 아닌 가장 가까운 가족 분으로부터 그런 일을 당하셨으니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입었겠습니까?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기 마련이듯이, 잘 살펴보면 문제가 예상보다 쉽게 해결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그가 일그러진 얼굴을 확 펴며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표정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이사님, 어떤 방안이라도?”

“아니, 아직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판단하기엔 어차피 최 사장님 혼자선 해결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아니 그럼?”
“제 말은 재판에 패소한 시점부터 5년간 5억원에 대한 법정이자 연리 20%로 그냥 줄잡아 계산해도 10억원 상당이 됩니다. 이 돈을 최 사장님께서 금고 측에 상환할 수가 있겠습니까? 물론 정산을 할 경우 금고 측과 어느 정도 협상도 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지금 제 입장으로선 몇 천만원이라도 상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10억원이라는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먹고 죽으려고 해도 없습니다.”
“그래서 안 된다는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론 방법은 역시 원인을 제공한 최 사장님의 동서분만이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만, 그 사람들은 찔러도 피가 안 날 겁니다. 얼마나 뻔뻔한지 상종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그렇겠지요. 그러나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습니다. 그 동서를 가족이 아닌 단순 채무자라고 생각하십시오. 최 사장님 말씀 중에 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만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먹고 살만하긴 합니다.”
“그래요? 그런데 왜?”
“제가 알기론 동서 명의로 등기된 재산이 없는 것 같아서….”

“최 사장님, 돈을 받기 위해서는 돈을 찾아야 합니다. 가령, 현재는 그 동서분이 자신명의로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가지고 있던 재산을 처나 자식 등 가족 앞으로 명의신탁 해놓은 재산이 있는지 이것부터 찾아내야 한다. 이겁니다. 특히 그들은 부동산업과 빌라 등을 짓는 건설업자이니 어딘가에 부동산을 감춰두고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어디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까?”
그제야 뭔가 골똘히 생각하던 최 사장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스쳐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아, 언젠가 제 집사람에게 들은 것 같은데, 당시 인천 연수동 쪽에 주택 한 채를 구입한 후 오래전에 자기 친동생에게 명의를 옮겨놓았다가, 다시 누군가에게로 명의를 옮겼다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누구의 명의인가

최 사장이 다시 실망스럽다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그러나 나는 뭔가 잡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그치듯 물었다.
“사장님께서 기억이 나지 않으시면 사모님이나 다른 가족에게 수소문 해보십시오. 그 동서집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가족들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것을 찾느냐 찾지 못하느냐에 따라 이 건의 해결 열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 말에 최 사장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양복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차례 가는가 싶더니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 듯했다.

“여보세요. 당신이야? 무엇 좀 물어보려고. 거 왜, 큰동서 주택을 동생명의로 해놓았다가 다른 사람명의로 옮겨놓았다고 했었지? 지금은 누구 명의로 해놓은 거야? 뭐? 장인어른 명의로 되었다가 다른 사람 명의로 또 넘어갔다고? 왜 나한테는 말하지 않았지? 그래, 그럼 현재는 누구 앞으로 되어있어? 그럼, 바로 알아보고 연락 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통화를 끝낸 그에게 내가 물었다.
“뭐라고 합니까?”


“아 예, 동서는 처음 구입 때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한 적이 없고 곧바로 자기 동생 명의로 신탁해놓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동생과 뭔 일로 사이가 나빠지자 장인어른 앞으로 해놓았는데, 몇 해 전에 다시 옮겼다고 하네요. 그런데 누구 명의로 옮겼는지는 잘 모른다고 합니다. 저희부부는 동서가 법을 피해 남의 이름으로 요리조리 재주를 피우는 나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지, 이 건하고는 무관하다고 생각해서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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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