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좋빠가’ 인사 막전막후

“그냥 앉혀” 밀어붙이기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장관급 인사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잇단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을 지명할 정도로 외부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여권서조차 우려하던 ‘설마’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와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각각 방통위원장, 통일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지지율이 꺾일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와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서조차 부정적 시선이 강하다. 두 사람 모두 방통위원장과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경력은 충분할 수 있으나 논란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달부터 임명 강행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우려도 상당하다. 자칫 윤석열정부 정책 동력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굳이?
갸우뚱∼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자리를 지켰던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새 수장에 부산고검장을 지낸 김홍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와 이 특보가 내정됐다.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임기를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본래 임기가 7월 말까지였던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면직 처분됐다. 법원은 한 전 위원장이 낸 면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새 수장을 맞는 두 기관은 당분간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특히 방통위는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등을 포함해 이른바 ‘방송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방통위의 자체 권한이 커질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다만, 두 위원장 임명 시점에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둘 다 장관급이지만, 권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지만 방통위원장은 이를 거쳐야 한다.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는 김 교수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는 방문규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김 교수는 이명박정부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역임했고 윤석열정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방 실장은 행정고시 28회로 박근혜정부서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차관을, 문재인정부서 한국수출입은행장을 역임했다. 여권 내부는 싸늘함과 안도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그대로 내정된 게 문제라는 견해도 나온다.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서조차 이 특보와 김 교수에 대한 인사가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도부에서부터 걱정이 많았다. 이동관 특보는 아들 문제와 국정원 개입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고, 김 교수는 언행이 문제”라며 “정부 정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장예찬 최고위원도 지난달 6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 특보가)후보자로 지정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해명이나 후속 조치, 이런 것들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런 우려를 지지자분들이나 당원분들이 문자로 많이 보내주신다. 1주일 사이에 문자가 1000통 넘게 왔다”고 덧붙였다.

방통위·통일부에 이동관·김영호 “철회 없다”
내정 전부터 언급된 ‘문제 인사’ 임명 강행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도 “일부 기관에 극단적 우파 성향의 인물이 안착하면 내년에 있을 총선에 화가 될 수 있다. 정치적 사상이 개인의 자유이긴 하나 ‘기관장’은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특보 아들의 학폭 문제는 장인홍 전 서울시의원이 2015년 8월26일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 행정사무조사에서 “하나고에 다니던 시절 교내서 폭력사건을 일으켰지만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위원회에 출석한 전경원 하나고 교사는 “피해자의 진술서를 갖고 있던 일부 젊은 교사들이 교직원 회의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왜 열리지 않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던 사실이 있었다”며 “학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도 “이동관씨 부인이 학교에 와서 학폭위가 열리지 않은 것에 이의를 제기한 교사들 명단을 적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특보 아들이 2012년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사건은 묻히는 듯했다. 2015년 하나고 입시비리가 공개돼 서울시의회의 진상규명이 진행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 특보는 이명박정부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이었고, 2012년에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종로구 경선에 출마했다.

사건 당시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를 보면 이 특보 아들의 가해 정황은 상세한 편이다.

“복싱·헬스를 1인 2기로 해 배운 후 연습한다며 팔과 옆구리 부분을 수차례 강타했고, 침대에 눕혀서 밟았다” “이유 없이 1주일에 2~3회 꼴로 때렸으며 식당서 잘못 때려 명치를 맞기도 했다” “공부에 방해된다며 피해 다니자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 “그 친구가 나보고 ××를 때리라고 시켰다. 그래서 나는 ××를 살짝 때렸는데 약하게 때렸다고 내가 대신 맞으라고 해서 주먹으로 팔뚝을 맞았다”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 즐비하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소속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장은 학폭 사실을 신고받거나 보고받은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당시 하나고는 피해 학생들이 일부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이 특보 아들의 학폭 사건을 인지했지만 학폭위는 열리지 않았다.

법무부 검증
여전히 부실

하나고의 학폭위 개최 의사 결정 과정에 ‘고위공직자(이동관 특보) 출신 인사의 자녀라는 사실’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후 그가 김승유 하나고 초대 이사장(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통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015년 9월,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학폭위를 열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당시 교감(학폭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6년 11월 해당 교감을 ‘혐의 없음’ 처리했다. 논란이 재점화되자 이 특보는 지난달 입장문을 냈다.

그는 2011년 아들과 친구 A씨 사이에 물리적 다툼이 있었지만 일방적 가해는 아니었고 당사자 간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피해 학생 A로 추정되는 인물도 언론에 입장문을 보내 “(이 특보 아들에게)사과를 받고 1학년 1학기에 화해했다. 올해 4월에도 만나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며 자신을 학폭 피해자로 분류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이 특보가 낸 입장문에 등장하는 아들의 학폭 피해 학생은 한 명으로 언론에 입장문을 보낸 A씨다. 그러나 2012년 피해 학생들이 작성한 진술서는 두 건이 더 있다. 진술서를 작성한 학생 2명과 진술서 속 ‘친구들’의 사례를 종합하면 피해 학생은 최소 4명으로 늘어난다.

학폭위 개최 없이 이 특보의 아들 전학으로 마무리된 사건은 이 특보가 개입된 은폐 의혹으로도 연결된다. 이 특보는 이와 관련해 “‘잘 봐달라’는 취지가 아니라 상황을 정확하게 알기 위한 문의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다만 입장문 속 다른 항목서 이미 자신의 배우자가 학교에 방문해 담임교사와 아들 학폭 문제로 상담했다고 밝혔고, 이 자리서 전학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상황 파악을 위한 문의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특보 자신은 이명박정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면서 공영방송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2017~2018년 진행된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수사·재판기록 곳곳에 담겨있다. 이 특보는 KBS 개입 의혹에 대해 “요청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특보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이 수사 과정서 다수 언급됐다.

“내년 총선에
적잖은 영향”

지난달 28일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국익전략실서 근무한 B씨는 “2010년 5월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요청해 작성된 것”이라며 “청와대서 이 보고서를 요청한 이유는 당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성향의 KBS 내부 인사를 솎아내겠다는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국정원의 2010년 6월3일 자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 방안’ 문건의 중간 결재자였다.

문건을 직접 작성한 정보분석관도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좌편향 등 부적격 간부에 대해 파악해달라는 취지로 보고서 작성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KBS 문건에는 시사프로그램 PD 등 직원 10여명이 ‘좌편향 간부’로 분류돼 이름과 성향이 적혀 있다.


국정원 관계자들은 ‘좌편향’이라는 규정 역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B씨는 “정연주 전 KBS 사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 노조 활동을 했던 인물 등을 좌편향 인사로 분류했다”면서 “청와대 지시사항 및 국정원 지휘부 지시사항 자체가 당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좌편향 인사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실행한다면 홍보수석실서 직접 KBS 사장에게 취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KBS 담당 IO(국정원 정보관)의 나이가 40대 후반에 불과하고 직급도 4급으로 낮았다”며 “이런 급의 인사가 KBS 사장을 찾아 내부 인사에 관여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정도 급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국정원 개입·아들 학폭 의혹 진행 중
“남북관계 적대세력” 주장 인물이 수장?

홍보수석실이 문건 작성을 요청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 특보가 홍보수석일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문건을 보고받은 사례만 수십 건에 이른다.

‘언론 장악’을 두고 국정원과 청와대 홍보수석실 사이 활발한 소통이 있었다는 사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입을 통해서도 언급됐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11년 2월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서 “(한 언론사)편집국장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그 사람 평가를 지원한 게 거기서 끝나야 하는데 그것이 다시 옆으로 흘러가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발언했다.

통일부 장관에 임명된 김 교수의 언행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는 “남북관계는 적대관계”라며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해왔다. 김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평결을 “체제전복세력에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라고 비난하고, 당시 촛불시위를 “전체주의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라이트’ 성향으로 알려진 김 교수는, 2018년 7월6일부터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라는 문패를 달고 지금까지 2800여개에 이르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는 2019년 4월18일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 기고를 통해 “김정은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뤄져서 남북한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된다”며 “2000년 6월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다. ‘민족통일’이 아닌 ‘체제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윤석열정부를 포함한 탈냉전기 역대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과 대조적이다.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윤정부의 공식 방침과 거리가 멀다. 특히 ‘흡수통일’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헌법 4조에 반하기도 한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두고는 “반일종족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강제성을 부인해 역사학계와 한국 사회에 큰 파문을 몰아온 단행본 <반일종족주의>의 북콘서트(2019년 7월17일) 자리서 밝힌 의견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이번에도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법무부 인사검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거셌던 만큼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알았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폭 피해자에 대해서 굉장히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 특보 아들 사건과 관련해 하나고나 서울시교육청에 어떤 자료 요구도 하지 않았다. 법무부가 교육부에 요청한 자료 내역서도 이 특보 아들의 학폭 관련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대통령실이 이 특보에게 학폭 전력과 이후 소송이 있었는지 구두로만 질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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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