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7000만원 ‘대리모’ 직접 구해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7.03 11:24:57
  • 호수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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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걸리면 불법 아닙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대리모 구합니다.” 대리모는 자신을 닮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선택지다. 사정없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국내서 대리모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부담도 크다.

대리모는 문자 그대로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여성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불임 부부라 하더라도 대리모를 통해서 아이를 낳는 것은 합법이 아닌 불법이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3조(배아의 생성에 관한 준수사항)에는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해서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해 알선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불임 부부 
유혹 손길

이에 따라 ▲체세포복제배아 등을 자궁에 착상시키거나 착상된 상태를 유지 또는 출산하도록 유인하거나 알선한 사람 ▲임신 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한 사람 ▲희소·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 목적 외의 용도로 체세포핵이식행위 또는 단성생식행위를 한 사람 등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자녀가 친생자로 등록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2018년 5월18일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이은애 수석부장판사)는 A씨(남성)가 서울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처분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서 A씨의 항고를 기각하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006년 8월 결혼한 A씨 부부는 자연적인 임신과 유지가 어렵자 국내 한 대학병원을 통해 대리모 출산 방식으로 아이를 갖기로 했다. 이후 2016년 7월, 해당 병원서 A씨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생성된 수정란을 착상한 대리모 B씨는 이듬해 3월 미국의 한 병원서 딸을 출산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A씨 부부의 딸이 맞지만 당시 미국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에는 대리모 B씨가 엄마로 기재됐다.

B씨로부터 딸을 인계받은 A씨는 같은 해 7월 종로구청에 딸의 출생신고를 하면서 출생신고서의 ‘모’란에 아내 C씨의 이름을 기재했다. 그러나 출생신고서에 기재된 모의 이름과 미국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에 기재된 모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은 것을 발견한 종로구청은 출생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A씨는 소송을 냈다. A씨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한 바에 따라 출생신고서에 출생증명서를 첨부했다. 생명윤리법이 금지하는 영리 목적의 대리모 계약도 아니고, 또 부부의 수정란을 착상하는 방법에 의한 대리모는 법률상 금지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으로 이동
출산까지 모든 절차 현지서 진행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인공수정 등 과학기술 발전에 맞춰 법률상 부모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유전적인 공통성 또는 수정체의 제공자와 출산모의 의사를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모자 관계는 단순히 법률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정 ▲약 40주의 임신 기간 ▲출산의 고통과 수유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부분이 포함돼 있어 적서적인 유대관계 역시 ‘모성’으로서 법률상 보호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모의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이다. 수정체의 제공자를 부모로 보는 경우 여성이 출산에만 봉사하게 되거나 형성된 모성을 억제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자와 난자를 제공한 사람은 민법상 ‘입양’, 특히 친양자입양을 통해 출생자의 친생부모와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다. 우리 민법상 부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서 대리모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리모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부부의 정자와 난자가 건강해 수정은 되지만 자궁에 수정란 착상과 이후 과정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 ▲남편의 정자는 건강하나 아내의 난자가 수정되지 않는 경우 ▲지병 등으로 임식 혹은 출산이 산모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경우 ▲비혼 혹은 미혼이나 아이를 원하는 경우 ▲게이 또는 트랜스젠더 부부가 아이를 갖고 싶은 경우다.


이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외국 대리모를 찾는다. 실제로 인터넷 창에 ‘대리모’만 검색하면 대리모를 연결해주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최후의 수단
외국서 구해

이들 업체는 “신장이나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 암 환자, 심각한 임신 중독증, 신경정신과 질환으로 투약 중인 환자, 각종 자가면역질환, 희소 질환자는 임신이 불가능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원인 불명의 난임’”이라며 “고령으로 인한 시험관 실패도 여기에 속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혼인 연령이 높아져 보통 여성은 30대 후반서 40대 초반에 결혼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후 1~2년간 자연임신을 시도하다가 난임병원서 시험관 임신을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시험관서도 실패하면 연락을 주는 사람이 많다. 자연임신이 가능했다면 업체에 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대리모 출산을 원하는 부부는 단 한명도 없다”며 “대리모도 결국 난임치료의 한 가지 방법일 뿐이며 직업도 있다. 이들은 자궁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자궁을 제공하고 금전적 대가를 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대리모가 필요한 사람이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금액과 절차도 나와 있다. 총 7회 차로 진행되며 1회 차는 한국서 동의서를 작성한다. 이때 500만원을 지불해야 하고, 2회 차는 현지에 방문해 대리모를 계약하고 정자와 난자를 채취한다. 이때 1000만원을 지불한다.

3회 차에는 대리모와 계약 후 3일 이내 500만원을 내야 하고, 4회 차에는 임신이 확정된 것을 확인한 뒤 500만원을 내야 한다. 임신 12주 차 경과 시 5차로 500만원을, 임신 24주 차가 지나면 5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출산 때는 현지로 재방문해야 하며 4000만원을 또 지불해야 한다. 총 드는 금액은 대략 7500만원으로 환율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넘치는
사기꾼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추가 금액은 ▲PGS 배아당 50만원 ▲동결보존 배아가 남아있을 경우 배아 이식 추가 시도 140만원 ▲동결보존 배아가 남아 있지 않아 이식을 못한 상태서 배아 생성 추가 시 700만원 ▲첫 방문 때 배아가 생성되지 않아 이식을 못한 상태서 배아 생성 추가 시도 시 560만원 ▲다태 임신·출산 시 500만원 ▲의학적 사유의 제왕절개 400만원 ▲자궁 외 임신 130만원 ▲임신·출산 과정 중 발생한 임신 합병증으로 수술이 필요하거나 대리모 장기의 영구적 소실 또는 기능 장애가 예상되는 경우 250만원 등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못할 금액이다. <일요시사>는 해당 업체와 상담을 시도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업체는 상담 전 결혼과 질병을 확인했다. ‘혼인 상태인 사람만 대리모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고 쓰여 있지만, 별 다른 서류 확인 절차는 없었다. 즉, 미혼이거나 불임 판정을 받지 않아도 대리모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업체는 “상담, 계약, 배란을 위한 출국, 배아 생성 후 대리모 계약을 위한 출국, 임신‧출산 예정일을 맞춘 출국으로 과정이 진행된다. 만약 배아가 생성되지 않았거나 이식했는데 착상이 안 되면 이전 단계를 반복한다”며 “이 모든 과정이 한 번에 성공해 빨리 진행될 경우 1년이 걸린다. 대리모는 카자흐스탄서 만난다. 원래는 우크라이나서 했는데 너무 많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국가는 계속 옮기고 숨기는데, 인터넷 후기나 정보가 없는 건 우리가 통제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리모는 불법이 아니지만, 국가가 좋아하진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합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 관련 규정이 없다. 만약 불법이었으면 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리모 지원자는 많은데 좋은 조건을 가진 대리모는 드물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좋은 조건을 가진 대리모 후보자를 선택해서 권한다”고 부연했다.

“최상 조건 여성들 준비”
1년 걸려 최소 7500만원


업체에 따르면 대리모 후보자는 나이, 체형, 인종, 출산 경험, 과거 프로그램 참여 경험 등으로 체형은 BMI 정상, 나이는 20대 중반서 후반을 가장 선호하며 가급적 러시아계 사람으로 한다. 비용이 맞지 않아 한국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모든 과정이 끝나고 대리모가 출산해도 ‘대리모 기록’은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업체 관계자는 “현지 병원 발행 출생기록을 갖고 현지 관공서에 출생신고 시 현지 출생증명서가 나온다. 이 증명서를 한국에 보내 구청이나 주민센터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며 “출생신고가 완료되면 아이 여권이 발급되고 그 여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서 출산한 자녀로 등록되는 것이다. 입양이나 대리모 사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리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선 부부가 카자흐스탄에 직접 가야 하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진행하는 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업체는 대리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 대면 상담부터 받아보라고 권했으며 그 외 다른 정보는 받을 수 없었다.

불법 외에도 문제는 존재했다. 법적인 보호장치가 전혀 없어 사기를 당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난자 매매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속여 1억7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30대 브로커가 항소심서 실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D씨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난자를 매매하고 대리모를 알선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속여 피해자 6명으로부터 1억74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그는 “아파트에 대리모들이 살고 있다. 동남아 계열 대리모 4000만원, 한국인 대리모 600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피해자를 속여 난자 공여 값이나 계약금을 챙겼다. 


D씨는 또 2016년 7월 한 여성에게 미국인 불임 부부에게 난자를 제공해 대리모 역할을 해 아이를 낳아주면 5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뒤 계약금 300만원을 주고 난자를 불법 채취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난자를 매매하거나 대리모를 소개해주겠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D씨는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다는 소망을 이용해 사기를 친 것이다.

모호한 규정
싹 손질해야

한 대리모 관련 연구 전문가는 “한국은 대리모에 관한 법정 규정이 애매하다. ‘하면 안 된다’ ‘된다’ ‘뭔가 문제가 있으면 처벌한다’ 이런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정자나 난자 생식세포 공여에 대해서는 있지만, 대리모에 대해서는 없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되는 건 아니다. 매혈이나 장기매매를 금지하고 있는 것처럼 아무리 환자의 목적이 급해도 다른 사람의 몸을 거래하는 대리모 시술은 불법이다. 그러나 가족 간이라든지, 소위 말하는 이타적 목적과 불임 부부를 돕기 위한 시술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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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