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영아 살해인가, 살인인가?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3.07.01 00:00:00
  • 호수 14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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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살해(Infanticide)’는 영아를 뜻하는 ‘Infant’와 살인·죽임을 뜻하는 ‘–cide’의 합성어다. 영아 살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돼왔다. 최근 영국에서는 26세 여성이 화장실서 혼자 출산한 직후 영아 살해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발생했고, 판사는 참혹하고 잔인한 일이 벌어졌다며 개탄했다고 한다.

영아 살해는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게 일반적 추정이다. 이를 증명하듯 요즘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에서 2000여명 정도까지 출산 이후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미에선 학술적으로 ▲영아 살해를 엄마가 아이의 예견되는 고통을 들어주겠다는 목적서 행하는 사랑의 행동으로 아이를 살해하는 이타적 영아살해(Altruistic infanticide) ▲극도로 정신병적인 살인, 아이가 장애물로 간주되는 것을 원치 않는 아동 영아 살해 ▲아동학대로 초래되는 학대·사고 영아 살해 ▲배우자 보복 영아 살해로 유형화하곤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유형화는 변화하는 사회적 여건을 감안해 바뀌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요한 건 영아 살해에 대한 법률적 대응이 범행이 발생하는 사회적 조건과 가장 적합한 양형 둘 다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향은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 형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법원은 영아 살해의 중요한 결정요인이 사회적 상황임을 인정하곤 했다.

문제는 이런 입장은 영유아 살해를 이해하기는 더 쉬워도 예방하기는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영유아 살해는 대부분 세상으로부터 부정되거나 숨겨져온, 임신과 출산을 한 여성들이 주로 범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유아 살해 여성은 상대적으로 어리거나 가난하거나 싱글이며, 사회적 관계가 불안정하고 가족, 지역사회 지원체제서 소외되고, 범행 시 어떤 형태의 극단적인 감정적 고통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나와 있다.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스스로 살해하는 여성의 동기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이들에게는 임신의 수치심과 두려움이 보편적이고, 이는 그들을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상황이나 임신을 숨기도록 인도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에게는 비밀리에, 그것도 종종 극단적인 공황서 출산하고, 궁극적으로는 버리거나 살해하는 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나 자신의 갓 태어난 아이를 살해했음에도 이들에게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정신적, 심리적 문제와 사회, 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한 책임의 경감으로 살인이 아니라 가벼운 형이 수반되는 영아 살해로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형벌이란 자고로 취약한 표적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가중 처벌함이 마땅함에도 가장 취약한 존재인 영아를 살해했음에도 감경된다는 점에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임신, 출산이 혼외 또는 서출이라는 데 대한 수치심을 비롯한 사회경제적인 ‘스트레스 요인(stressor)’을 고려한 선처일 것이다.

갓 태어난 아이를 살해하는 여성들의 정신상태에 관한 연구에서, 이 여성들은 자기-보호가 아니라 만약 임신, 출산이 알려지면 부모, 파트너, 기타 사람들의 반응을 염려하고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죄책감과 수치심서 냉철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런 이유를 감안해 일부 전문가들은 영아 살해가 지금처럼 여성의 특수한 상황을 감경요소로 고려해 살인으로 다루지 않는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더 어렵게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영아 살해는 이방인 사이의 살인보다 더 엄중한 친족살인, 그것도 가장 취약한 자신의 갓 태어난 아이를 살해한 살인의 범죄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 여성의 임신과 출산의 상황적 특성을 고려해 영아 살해 여성의 삶의 사회적 여건, 환경, 조건들을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한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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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