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생필품 절도’ 6‧25 참전용사에 생활비 지원, 누구?

26일, 경찰에 식료품 든 박스와 생계지원 카드 전달
방문 여성은 욕실 화장품 브랜드 ‘인프레쉬’ 직원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오늘 새벽에 (6‧25 참전용사 절도)기사를 보고 한국인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서울서 급히 내려왔습니다.”

지난 26일, 불상의 여성 A씨가 자신보다 큰 박스를 들고 부산진경찰서를 방문했다. 박스 안에는 참기름, 참치캔 등 식료품들이 들어 있었다. A씨는 식료품이 가득 담긴 박스를 경찰에게 건네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는 말과 함께 전화번호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박스 안에는 식료품들과 함께 자필 편지와 카드가 발견됐다.

A씨는 편지를 통해 “오늘 아침, 한 기사를 보고 이렇게 급히 부산진경찰서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늘 고생하시는 경찰관 분들게 폐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됐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실례를 무릎쓰고 찾아뵙게 됐으니 부디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를 서울서 부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오게 한 것은 오늘 아침 송출된 한 노인 분에 대한 신문기사였다”며 “버젓이 자녀들이 있음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대단한 금은보화가 아닌 그저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반찬거리를 훔친 노인 분의 소식을 들은 누구든, 가슴 한편에 먹먹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그 분이 1950년 6월25일, 한국인이라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한국전쟁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접하고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며 “천수를 누리며 좋은 것만 보시고 드셔야 할 분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구석진 그늘서 외롭게 살고 계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바로 지금이야말로 그분들의 피와 땀, 젊음 위에 세워진 땀 위에 살고 있는 우리 후손들이 나설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시작으로 그리 대단치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법을 어기게 된 참전용사 분께 작은 마음을 전해드리고자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려 한다. 따뜻한 한 끼 하실 수 있는 반찬과 그 분의 생활변경 안에서 편하게 쓰실 수 있도록 소정의 금액을 넣은 생활비 카드를 전달드린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번거로우시겠지만 지금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참전용사 분께 전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소문 결과 A씨는 국내 욕실 화장품 브랜드 기업 인프레쉬(INFRESH)의 임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인프레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부산진경찰서를 방문했던 분은 20대 중반의 남모 사원”이라며 “기사로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뒤 생필품과 카드를 동봉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저희가 진행하고 있던 지원사업으로 곤경에 빠진 참전용사 분을 도울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참전 유공자 중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참전용사 분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인프레쉬가 6‧25 관련 단체에 지원을 이어오고 있는 배경에는 차윤복 대표의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6‧25 참전용사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평소 지론에 기인한다. 또 지인이나 주변인물 중 6‧25 전쟁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업은 지난달, 에디오피아 참전용사 안질환 수술 전액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국내 참전용사들의 생계지원을 위해 선불카드를 제작해 6‧25참전유공자회에 전달했던 바 있다. 또 6‧25 전사자 유해발굴감식단 활동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매년 연말마다 제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6‧25 참전유공자회에 후원하고 있으며 해당 명단도 사내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업데이트 및 공개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16개 참전국과 6‧25 참전유공자회에 전달한 순금 제작된 카네이션 선물상자 안에는 기업명인 ‘인프레쉬’가 아닌 인프레쉬 제품을 구매한 구매자들의 명단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인프레쉬 측은 “저희는 이번 선물 전달에도 인프레쉬 대신 여러분들의 성함을 빌리기로 했다. 감사의 마음만큼은 언제나 기업이 아닌 한국인으로서 전하고 싶은 결정에 부디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이런 기업이 번창해야 한다. 바로 회원 가입해서 몇 가지 구입했다” “이렇게라도 참전용사 분들의 어령누 상황이 알려져서 처우도 개선되고 노후엔 좀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 “나라도 못하는 일을 하다니…진짜 존경스러운 기업이다” “돈쭐내야겠다”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사연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부산진경찰서에는 해당 6·25 참전용사를 돕겠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7일에는 부산서 거주 중인 한 80대 6‧25 참전용사 B씨가 반찬거리들을 동네 마트서 훔치다가 경찰에 입건되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부산시 금정구 소재의 한 소형 마트서 지난 4월부터 5월 초까지 식품 관련 물건들을 훔쳤다. 그는 7차례에 걸쳐 참기름, 참치캔 등 8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물건이 조금씩 없어진다’는 마트 사장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CCTV를 통해 B씨의 주소지를 파악해 검거했다. B씨는 경찰에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해 물건을 훔쳤다. 죄송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B씨가 이가 안 좋으셔서 미역국을 끓여 먹는데 참기름이 필요했고, 반찬이나 젓갈 등을 주로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동종전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경미한 데다 국가유공자인 점 등을 고려해 B씨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사건(20만원 이하 벌금·구류 등)에 대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는 약식재판으로 전과가 남지 않는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