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인문학> ‘R&A’ 탄생의 순간

18세기 초 스코틀랜드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프리메이슨은 골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사회 각계각층의 중심에 있던 이들은 1754년 올드코스서 모임을 갖고 22명 회원을 바탕으로 ‘세인트앤드루스의 신사 골프클럽’을 결성했다. 단순히 골프 동우회를 조직한 것이지만 당시 멤버들은 이 클럽이 수백년 후 전 세계 골프를 지배할 기관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까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1754년 22명의 멤버로 출범한 이래 100년간 건물 없이 지내던 ‘로열&애인션트(ROYAL& ANCIENT)’는 1853년 건축물을 짓기 시작했다. 프리메이슨의 상위 계급이자 R&A의 멤버이던 존 화이트 멜빌이 초석을 올렸고, 순전히 대리석 같은 돌로만 지어진 그들만의 건축물은 11개월 뒤인 1854년 6월22일 완공됐다.

역사를 만들다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을 정비하고 체계화하던 동우회는 80년이 흐른 1834년 영국왕 윌리엄 4세를 후원자로 추대하면서 R&A 칭호를 부여받았다. 로열은 왕실의 명예를 상징하고, 애인션트는 1000년 도시 세인트앤드루스를 뜻했다.

왕실의 전폭적 후원 아래 멤버들은 R&A 칭호를 받은 20년 뒤인 1854년 클럽하우스를 짓고 그동안 제도화시켰던 골프에 관한 모든 것들을 관장했다.

동우회가 만들어진 지 140년이 흐른 1894년에 결성된 미국골프협회(USGA)와 함께 세인트앤드루스 동우회는 양대 산맥으로 전 세계의 골프를 관장·감독하게 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골프의 세계화에 발맞춰 동우회는 수백년간 사적 모임에 그쳤던 클럽을 조직화하기 위해 2004년 새로운 독립기관인 R&A를 조직하고 그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프리메이슨이 주도한 출발
순혈주의 여전한 가입 조건 

미국과 달리 여성들을 차별했던 R&A는 260년이 흐른 20 14년이 돼서야 문호를 약간 개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버드대학 출신으로 2009년에 부임한 루이스 리차드슨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총장마저 멤버로 거부당해 조롱거리가 됐지만 R&A도 세월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었다.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을 비롯한 여성들이 새 멤버가 돼 신비스럽기만 했던 클럽하우스서 남녀 차별의 역사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하지만 R&A는 아무나 회원이 될 수 없다. 가입 멤버들은 필히 프리메이슨 단원이어야 한다.

미국 조지아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이 2012년 곤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여성 갑부인 댈라 무어, 2014년 빅토리아 로메티 IBM CEO 등 단 3명의 여성에게만 개방한 것과 영국의 행보는 무관하지 않다.

영국 골프의 성지인 디 오픈을 관장하는 R&A와 마스터즈를 개최하는 미국의 골프 성지인 오거스타내셔널은 멤버 상당수가 프리메이슨 단원임을 감안하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추측이 가능치 않을까?

문호 개방 나섰지만…
계속되는 성차별 논란

그 회원들만 입장이 허락되는 곳, 누가 우중충한 3층 건물을 그토록 비밀스럽게 만들어 놓았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R&A 건물을 보고 수백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세인트앤드루스 시민들은 ‘우주에서 봐도 위대한 건축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 건축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비롭고 오묘한 기운까지 감돌게 만든다.


물론 R&A를 프리메이슨 지휘 아래 놓이게 한 장본인은 프리메이슨서 최고 높은 위치인 그랜드 마스터를 꿰찬 싱클레어경이다. 그는 로슬린 성당의 성주이면서 프리메이슨 수장이었다. 18세기 중반에 스코틀랜드 상류사회에 홀연히 등장해 골프의 모든 것을 제도화시켰던 인물이다.

프리메이슨들의 궁극적 목표인 세계 단일국가, 그것을 달성시키기 위해 싱클레어가 선택한 방법이 골프였던 것이다. 올드코스 앞 클럽하우스 겸 R&A 건물이 전초기지였다. 18세기에 골프를 체계화시킨 그를 상세히 알아보기 위해선 그가 머물렀던 로슬린성으로 가야함은 자명한 일이다.

어쩌면 그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일이 골프가 어떻게 21세기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는지를 풀 수 있는 최상의 실마리인지도 모른다. 동시에 스코틀랜드서의 여정에 대한 결말인지도 모른다.

기나긴 여정

1000년 전 십자군전쟁 이후 갑자기 사라져 버린 템플기사단과 프리메이슨의 수장 싱클레어 경이 퍼즐이 맞춰지려면 로슬린이 그 해답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싱클레어와 로슬린 성당은 내일 오전부터 찾아갈 일이다. 지금은 오전에 흘깃 보았던 박물관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골퍼라면 한 번쯤은 와서 봐야 할 순수한 의무이자 명제가 아닌가.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