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발 낙하산’ 외풍 부는 KT 막전막후

또 다시 시작된 꼭대기 쟁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KT가 어김없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랬던 터라 일상적이라는 분위기다. 다만 검찰의 칼끝에 서 있어 유독 뒤숭숭하다. 특히 윤석열정부 입맛에 맞는 대표이사 선임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입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정관 및 규정이 변경되거나 보수 정부 장·차관 출신 사외이사가 내정된 것이 그 이유다.

KT의 차기 대표이사를 뽑는 사외이사에 박근혜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낸 인물과 이명박정부 환경부 차관을 지낸 법조계 ‘올드보이’가 내정됐다. 대표이사 자격요건에는 ‘정보통신 전문성’도 삭제됐다. 차기 오너 자리에 ‘정권 낙하산’이 꽂히는 건 익숙하지만 사업 운영 능력조차 없을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여권 인사
내리꽂기

KT 사외이사에 내정된 최양희 한림대 총장과 윤종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각각 박근혜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명박정부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KT는 지난 9일, 이들 외에도 5명의 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KT가 발표한 사외이사 최종 후보는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곽우영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다.

곽우영·이승훈·조승아 후보는 주주 추천을 받은 인사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윤석열정부 미디어 정책 전반을 수립하는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KT는 새로운 대표이사 선출 방식과 기준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격요건에 ‘정보통신 전문성’ 항목을 삭제하고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가지 항목으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사업 운영 능력이 없는 인물이 오너로 선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일자 KT 측은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이 빠진 게 아니라 산업 전반 전문성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KT 새 노조는 성명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면면을 보면 현 대통령 자문위원회 소속, 박근혜정부 장관 출신, 대주주인 현대자동차 출신 등이 보인다”며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자의 자격요건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 등으로 변경하는 등 낙하산 CEO를 선출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누누이 강조된 소액주주, 소비자, 종업원 등 이해당사자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차기 대표이사 선출 기준도 기존 주주총회 출석 주주의결권 ‘50% 이상’서 ‘60% 이상’의 찬성으로 변경했다. 연임 후보의 경우, 의결 참여 주식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를 거쳐야만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KT 경영진이 이사회를 통해 ‘셀프 연임’을 한다는 비판에 대응한 조치로 해석된다.

윤정부 입맛 맞는 대표 선임 관측
보수 장차관 출신 사외이사 내정

이번 사외이사 선임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40여명의 인선자문단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그러나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KT 새노조는 “후보 선정 과정에 참여한 인선자문단이 여전히 누군지 모르고 어떤 기준으로 선임했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선정된 후보가 어떤 주주의 추천인지 등도 여전히 불투명한 영역으로 남게 되어 당분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은 계속해서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해 구현모 전 대표이사 연임 결정에 KT의 대주주이자 정부의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 재공모가 치러졌다. 재공모에 도전했던 구 전 대표가 급작스럽게 중도 사퇴했다.


재공모 결과 KT이사회가 KT 출신인 윤경림 대표이사를 내정하자 KT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과 수사가 본격화됐고, 윤 전 내정자도 결국 사임했다. 야당과 노조, KT 소액주주들은 민영화된 기업 KT를 향한 정치권의 과도한 압박에 반발했다.

KT 안팎에선 KT 이사회 책임론도 제기된다. ‘KT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예상되는 상황서 현 이사회 멤버를 지속적으로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외압을 버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KT 다수 노조인 KT 노조는 지난 3월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 그리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 공백을 없애고 조합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대표이사 선임 관련 정관이 개정되면서 외부 입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표이사 후보자에 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이 상향된 것이 외부 낙하산 방지에는 긍정적이지만 국민연금의 입김이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세지는
외부 입김

당초 구 전 대표를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통해 후보자로 올리며 짬짜미로 후보자를 선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외부 비판을 의식한 KT는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폐지하고 주주 추천을 비롯해 전문기관 추천, 공개모집을 통해 외부 대표이사 후보군을 물색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사내 후보군을 선발하기로 바꿨다.

대표이사 선임에 주주 추천이 추가된 만큼 KT 지분율이 높은 국민연금과 2대 주주 현대차그룹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은 KT 지분 8.27%를 가지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 4.69%, 현대모비스 3.1% 등 총 7.79%의 KT 지분을 가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번 변경안으로 사내이사의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사내서 대표이사 후보를 뽑고, 후계자 육성 업무를 하게 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사내이사는 배제됐다.

특히 사내이사 수 역시 3명서 2명으로 축소됐다. 복수 대표이사 제도도 폐지됐고 대표이사 1인 중심 경영체제로 전환해 대표이사의 책임이 더욱 강화될 계획이다.

KT가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기보다는 탈 많은 지배구조를 엎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 문제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대리인 문제’는 수십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리인 문제는 주주와 경영자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데서 생긴다.

KT 같은 소유분산기업일수록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리인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학계도 주식회사 소유권이 분산돼있으면 경영자를 향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통상 소액 주주는 경영자에 대한 모니터링 비용(Monitoring Cost)이 견제와 감시로 예상되는 이익보다 크다.

모니터링 비용은 소액 주주가 전적으로 부담하지만, 모니터링에 따른 이익은 지분율에 비례해서다. 견제와 감시에 허점이 있어 KT 경영자가 회사를 지배하기 쉬워진다.

최근 KT 이사회 운영구조만 봐도 알 수 있다. KT 이사회 정원은 총 11명으로, 사내 3명, 사외 8명이었다. 구 전 대표 체제에서는 사내 2명, 사외 8명이 이사회를 이끌었다. 겉으로 보기엔 외부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사내이사보다 많아 관리·감독이 수월하다고 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불 보듯
뻔한 인사

업계에서는 현재의 사태가 이강철 전 사외이사와 남중수 전 KT 사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전 이사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참여정부서 정무특별보좌관과 시민사회수석(전 정무특보)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 남 전 사장이 KT 수장으로 임명됐을 때 인연을 맺었다.

이 전 이사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황창규 당시 회장 체제서 영입된 ‘코드인사’로 알려져 있다. 통신업계를 떠나 있던 ‘올드보이’의 이름이 다시 언급되기 시작한 건 구 전 대표가 연임을 각오하면서부터다. 당시 KT 내부에서는 윤석열정부와 연결고리가 거의 없던 구 전 대표가 연임을 마음먹고 모종의 역할을 해줄 인물로 ‘올드보이’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그러나 구 전 대표는 사퇴했고 자신의 후계자로 최측근인 윤 전 내정자를 지목했다. 윤 전 내정자는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사외이사로,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했다.

윤석열정부와 인연이 없었던 만큼 기조라도 맞추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임 전 금통위원은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 캠프’에 특보로 참여했다.

윤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지만 별다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교롭게도 임 전 금통위원은 경기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남 전 사장과 겹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KT가 대통령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얼굴마담’ 전문성 제로
때마다 물갈이 논란 왜?

검찰은 정부여당과 기조를 맞춘 듯 수사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공정위가 지난해 12월12일 KT 자회사인 KT텔레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조사자료 등을 확보했다. 당시 공정위는 KT텔레캅이 시설관리 일감을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확인할 목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수사 초기에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자료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구 전 대표와 윤 전 내정자는 지난 4월7일,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로부터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구 전 대표 등은 KT텔레캅 일감을 시설관리업체 KDFS에 몰아주고 구 전 대표의 형을 불법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사회를 장악하고자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고발장에 담겼다. 구 전 대표 등은 KT가 소유한 호텔서 납품 대금 부풀리기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정치권의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의혹도 받는다.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혐의로도 고발됐다.

검찰은 4월29일에는 KT 법무실 장모 전무를, 지난 5월5일에는 이모 전 KT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을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부사장은 KT그룹 소유의 호텔 운영을 담당하는 KT에스테이트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공정위 자료를 확보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검찰은 제기된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구 전 대표가 자신의 친형이 운영하는 기업을 현대차그룹을 통해 불법 지원했다는 의혹에 관한 수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대차가 구 전 대표 친형이 운영했던 커넥티드카 솔루션 기업 ‘에어플러그’를 2021년 7월 거액에 인수하면서 불법 지원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당시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던 에어플러그를 현대차가 비싸게 사주고, KT 자회사를 통해 보은성 투자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KT는 의혹 전반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이다. KT는 “관리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며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반박했다. 정치권 로비 자금 사용 의혹에 관해서는 “임의로 이익을 사외 유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외이사진 장악을 위해 향응·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봐주기 없다”
검 수사 속도

KT의 두 노조는 정치권과 이사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KT노조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대표 선임에 따른 혼란은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전망으로 이어져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주주총회서 KT의 1·2대 대주주가 윤경림 후보자 선임안을 반대할 것으로 전망됨에도 이것을 바꿔내기 위한 어떠한 방안도 실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치권서 민영화된 KT의 성장 비전에 맞는 지배구조의 확립과 자율적이고 책임성 있는 대표 선임 절차를 훼손하면서 외압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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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