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고지전'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02 08: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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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다 '낙동강 오리알' 될래? 뭉쳐서 '문안드림팀' 될래?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과하자마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대선고지에 깃발을 꽂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문 후보의 고지점령은 '1일천하'였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단 하루 만에 고지를 탈환해 문 후보를 좌절시킨 것. 안 후보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훈련된 정예군도 없이 손쉽게 문 후보를 몰아냈다. 이로써 문 후보 진영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야권단일화를 두고 물러 설 수 없는 한판 대결에 들어간 양 진영의 총성 없는 ‘고지전’. 그 전장으로 <일요시사>가 들어가 보았다.

지난 9월 18일 종합편성채널 JTBC가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역전의 이변'이 연출됐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가 44.9%의 지지율을 얻으며 안 후보를 12.6p% 차로 따돌린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안 후보가 본격 출사표를 던지자 안 후보의 지지율이 수직상승했다. 야권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에 10%p 앞서며 멀찌감치 앞서 갔다. 하루 사이 고지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때 기다리다 날개 펼쳐
탁월한 전략, 우위 선점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 6대 왕인 장왕은 '3년 동안 한 번도 지저귀지 않은 새처럼 있다가 단 한 번 입을 열어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는 고사의 주인공이다.

장왕은 일찍이 역사 흐름의 맥을 짚고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다 날개를 펼쳐 원대한 고국의 뜻을 펼친 인물이다.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높이 올라 난세를 다스리고 천하를 호령한 것이다.

일찍이 중국학자들은 이러한 정치술을 '도광양회술(韜光養晦術)'이라 일컬었다. '물에 잠긴 용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미의 이 정치술은 자신의 재능을 감추고 후일을 도모하는 중국 고대 제왕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신의 재능을 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 후보의 정치술은 이와 차이점이 있겠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단 한 번 입을 열어 원대한 포부를 밝히고, 이로 인해 민심을 흔들어 지지를 끌어올린 내공은 가히 그런 정치술에 견줄 만하다. 

'세를 모으고 힘을 비축한' 안 후보는 민주당의 경선이 끝나고 추석을 앞둔 지난 9월19일을 적절한 시기로 잡고 대선 전면에 등장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쏠리는 여론을 끌어옴과 동시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추석 밥상에 '안철수'를 올려놓기 위해 19일을 선택한 것”이라며 "정치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뭘 좀 아는 사람의 기가 막힌 선택"이라고 극찬했다.

박정희 묘소 앞, 엇갈린 두 사람의 행보
총괄본부장 박선숙 VS 기획위원 박영선

이에 안 후보는 탁월한 전략으로 대선출마와 동시에 문 후보와 단일화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선 레이스를 펼치기 전에 반드시 넘어야 할 야권단일화에서 안 후보가 자신의 셈법으로 우위를 점한 것이다. 

문 후보는 수세에 몰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 후보는 단일화와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안 후보의 회동제안에 대해서는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며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안 후보는 계속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재촉하겠지만,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끌려가는 회동 테이블에 앉는 모습을 피하려 하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두 사람의 대선행보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안 후보는 출사표를 던진 다음 날인 지난 9월20일 현충원 참배로 첫 대선행보를 내디뎠다.

현충원을 찾은 안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아 "역사에서 배우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안 후보는 이날 "공과 과가 있다면 공은 계승하고 과는 바로잡으려는 노력,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날 참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문 후보는 지난 9월18일 현충원 참배 후 페이스북에 "저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 언제든지 참배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랍니다. 그러려면 가해자 측의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쪽은 '통합' 행보
다른 쪽 '반성' 강조

한 정치평론가는 같은 곳을 찾은 두 사람의 행보에 대해 "안 후보는 통합을 강조하며 중도층과 나아가 보수층의 표심을 공략했고, 문 후보는 반성을 내세우며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후보에 대한 네티즌의 평가도 다양했다. "안 후보는 국민 시선 맞춰 참배하고, 문 후보는 과거에 집착하느라 미래는 소홀했다" "안 후보는 침착했고, 문 후보는 감정에 치우쳤다"라며 안 후보에 대한 후한 평가가 우세했다.

한편 "문 후보는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화해'를 요구하면서 지지율을 의식하지 않고 참배하지 않은 점이 가장 진심의 정치행위"라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9월24일 있었던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에 대해서도 두 후보가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약간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문 후보는 "힘드셨을 텐데 아주 잘하셨다"라고 밝히면서도 "정수장학회, 장준하 선생 사인규명 문제 등을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데 오늘 박 후보의 사과가 이런 문제까지 풀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사과 표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구체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당부도 놓치지 않았다.

안 후보는 이날 박 후보의 사과를 두고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필요한 일을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한 "박 후보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안 후보의 이러한 답변에 대해 트위터에는 "박 후보가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은 맞는데 진심으로 사과했을까요? 야권후보한테 추격당해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봅니다"

"(박 후보가) 아직 풀고 정리할 게 남아 있는데 뭔가 얼렁뚱땅 넘어가는 듯한, 서럽고 억울한 마음을 또 한 번 서운케 하는 것 같다"라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한때는 절친, 지금은 적군
'전략통'과 '공격수' 대치

하지만 "두 후보가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각기 중도공략?좌클릭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시너지가 있다"라며 두 후보 모두에 긍정적인 평가를 한 의견도 있었다.

기싸움은 이들만 벌인 것이 아니다. 이들의 오른팔인 박선숙 전 의원과 박영선 의원도 양 후보의 전방에서 대치구도를 이루고 있다.

박선숙 전 의원과 박영선 의원은 일찍이 18대 국회에서 각각 민주당의 홍보전략본부장과 정책위의장이라는 핵심요직을 맡아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또한 1960년생 동갑내기 '절친'인 두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양 갈래로 갈려져 대선후보만큼이나 이들의 활동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 전 의원은 현재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해 총괄선거대책본부장직을, 박 의원은 문 후보 캠프의 선거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전략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에서도 본부장을 맡아 캠프를 총괄했으며, 이때 야권연대 협상 실무단 대표로 나서 통합진보당과의 야권단일화를 성사한 전력이 있다.

박 의원은 '공격수'로 불린다. 19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으면서 전면에 나서 정부와 여당의 공격을 담당했던 인사다.

진선미 민주당 대변인은 언론을 통해 "이명박 정권에 맞서 가장 앞장서서 싸운 분"이라며 박 의원이 문 후보의 기획위원으로 발탁된 이유에 대해 '대여 투쟁력'을 꼽기도 했다.

둘은 이제 두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되기 전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위치에 있다.

'SNS 전쟁' 돌입…표심잡기 경쟁에 사활
문, 서울 망원시장 VS 안, 수원 못골시장

선거전략가 ‘양박’이 포진한 두 후보 진영의 경쟁은 우선 SNS에서 판가름이 난다.

SNS는 야권 대선주자 선거운동의 주요수단으로 문 후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안 후보는 언론 담당 페이스북을 통해 일정이나 현안에 대한 견해를 올리며 유권자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문 후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표시된 '좋아요'는 지난 9월25일 3만5370명, 안 후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표시한 숫자는 5만4187명에 이르렀다.

또한 문 후보의 게시글 중 안 후보의 출마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글에 대해 1만5079명이 '좋아요'를 표시하며 가장 높은 호응을 보였다.

안 후보의 페이스북에는 대선출마 기자회견 전문에 7만91명에 육박하는 네티즌이 '좋아요'를 표시하며 SNS전쟁에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월등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매체를 통해 "전국 여론의 선행 지표이기도 한 SNS 여론에서 우호적인 유권자를 확보하기 위한 후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양 후보의 오프라인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문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해 전통적 지지층 규합에 주력했다. 같은 날 안 후보는 무인차량 로봇 연구센터를 방문해 정책행보에 주력하며 청장년층과 무당파 공략에 나섰다.

이들이 각각 지지층과 부동층을 공략하며 대조적인 행보만 보였던 것은 아니다. 문 후보는 서울 망원동 재래시장, 전날 안 후보는 경기도에 있는 못골시장을 찾으면서 사라져가는 재래시장의 상인들에게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온라인서 안철수 앞서
오프라인 행보도 분주

한 정치권 관계자는 "두 후보가 대척점을 이루는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덧셈정치, 통합정치'를 실천하는 '상생의 경쟁'을 통해 외연의 확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후보의 지지자들은 야권단일화라는 고지를 향해 고군분투를 벌여야 하는 두 사람이 '마이너스 경쟁'이 아닌 '1+1=3'을 만드는 상생의 경쟁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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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