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도 전에…’ 삐걱대는 민주당 혁신위의 한계

혁신의 재해석 ‘동상이몽’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새 혁신위원회 구성 절차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당 혁신’이란 미명 아래 친명계와 비명계가 사안별로 대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보다도 자신들의 주도권 방어·탈환이 더 중요해진 모순적 상황. 논의가 본질서 멀어질수록, 제대로 된 혁신위 구성은 점점 요원해져가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4일 ‘쇄신 의원총회’를 열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코인 게이트 등으로 당 안팎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끝장토론’으로 활로를 모색한 것이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쇄신 기구로 새 혁신위원회를 출범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제자리걸음

하지만 약 3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새 혁신위 구성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대신 혁신위 구성 과정서 당내 갈등과 이에 따른 파열음만 계속해서 새어 나오고 있다.

현재 새 혁신위와 관련된 논의서 이견이 없는 사안은 ‘혁신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명제뿐이다. 이외에 혁신위원장 인선이나 혁신위의 권한, 혁신 방향 등에 관해선 모두 의견이 제각각 대립하고 있다. 이번 혁신위의 ‘정체성’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탓이다.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는 각기 다른 정체성과 의미를 새 혁신위에 부여하기 위해 서로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혁신위의 권한이다. 비명계와 일부 중도 성향 의원들은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혁신위 논의를 거쳐 이 대표를 향한 공세를 이어나가는 모습이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달 30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혁신은 가죽을 벗겨서 완전히 새롭게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전권을 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의원도 같은 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서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독립적인 사람들에게 (혁신위를)맡겨서 과연 민주당에 갈 길이 어디냐? 이걸 같이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그것 때문에 혁신기구를 만들자고 한 것이고,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붙은 논쟁…구성 절차부터 지지부진
인선·권한·방향 두고 친명·비명 힘싸움

반면 친명계는 ‘이재명 리더십 흔들기’로 일축하며 “혁신위에 전권을 줄 순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위임받은 권력이 선출 권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명분도 마련했다. 친명계가 이 정도로 강경하게 버티는 이유는 이들 사이서 “혁신위가 자칫하다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혁신위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당 지도부는 지도부 역할이 있는 것이고 혁신위는 혁신의 역할이 있는 것”라며 “당의 혁신과 개혁에 중점을 두는 혁신위를 적극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전권 위임이 어떤 의미인지 잘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혁신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친명계는 ‘당원 중심 정당’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이 과정서 대의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권리당원의 입지를 강화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친명계의 주된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일명 ‘개딸(개혁의 딸, 민주당 강성 지지자)’의 목소리를 당내서 더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개딸의 정치적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비명계가 ‘팬덤 정치 청산’을 혁신 과제로 제시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실제로 친명계 장경태 의원이 이끄는 현행 혁신위원회는 얼마 전 대의원제 폐지·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혁신안을 꺼내 들었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전당대회 투표서 권리당원과 대의원 상관없이 모두 1인 1표만 행사하는 방안,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현행 60대1서 20대1 수준까지 조정하는 방안이 나왔다.

현행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대의원 1명은 권리당원 60명에 상응하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의원 권한이 과다하다’는 비판이 들끓자, 현행 혁신위서 두 가지 개선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 VS 박 대립구도…이번엔 수면 위로?
쇄신은 어디로?…전열 재정비 실패하나

당연하게도 비명계 사이에선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 같은 혁신안은 주도권 유지를 위한  친명계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비명계 의원 중 일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행 혁신위가 내놓은 안도 새 혁신위에 이관해 재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대치 상황이 지속된다면 혁신위가 예정과 달리 다음 달 이내에 출범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논쟁의 파장 또한 이미 상당하다.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중도 성향의 의원들도 점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긴커녕, 확전 양상을 보이는 셈이다. 내홍이 커지자 다시금 당 지도부의 ‘조율 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혁신위발 갈등이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의 본격적인 대결구도 형성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비명계인 박 원내대표는 ‘쇄신 의총’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됐다. 여기서 실타래가 풀려나간 혁신위 출범 논의에 이 대표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박 원내대표는 친명계 박홍근 전 원내대표가 세운 상임위원장 선출 기준을 원점서 재검토하고 있다. 팽팽한 힘겨루기 국면서 이달 하순 예정된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이 역학관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 전 대표가 박 원내대표와는 가깝고, 이 대표와는 껄끄러운 관계라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또 다른 뇌관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대립구도가 명확해진 시점에, 이 전 대표가 비명계의 구심점을 자처한다면 민주당의 내부분열은 더욱 극한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당의 위기 타파를 위해 만들려던 쇄신 기구가 되레 더 큰 격랑을 불러올 뇌관으로 변모하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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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