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시진핑의 색깔혁명 주의보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3.06.07 14:04:32
  • 호수 1430호
  • 댓글 8개

지난달 19일, 일본 히로시마서 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을 때 중국 시진핑 주석은 산시성 시안서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 5개국과 정상회의를 갖고 “외부 세력의 국정 간섭과 색깔혁명 책동에 결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실상 러시아의 앞마당인 중앙아시아를 관리할 여력이 약해지자 중국이 차이나머니를 동원해 중앙아시아 국정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미국과 서방은 중앙아시아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장벽을 친 모양새다.

왜 중국은 전 세계서 아프리카와 함께 미국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고 있는 중앙아시아에도 색깔혁명 주의보를 내렸을까? 

중앙아시아는 소련서 독립한 이후 지난 30여년 동안 독재를 겪어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수준이 낮지만 개혁의 필요성이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곳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는 개헌으로 장기집권 체제를 굳혔지만, 친미 세력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민중 시위를 통해 수도 이름을 아스타나로 되돌려놨고, 키르기스스탄도 튤립혁명으로 민주주의와 자유를 원하는 세력이 부패정권을 몰아낸 경험이 있다.

지리적으로도 중앙아시아는 과거에 세계 교통의 요지로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가 있어 뚜렷한 지형장벽이 없고 사통팔달로 트여 있는 지역이다. 역사적으로도 동·남·서아시아 및 유럽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필자는 중앙아시아가 독재정치를 바꾸려는 세력의 의지로 언제 저항운동이 발발할지 모르고, 지리적으로 서방과 접촉하기 쉬운 지역이어서 미국과 서방 세력이 접근하는 게 두려운 중국이 색깔혁명 주의보를 내렸다고 본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월에도 캄보디아 훈센 총리를 초청해 색깔혁명 방지를 위한 협력을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2013년 키에프서 있었던 마이단 색깔혁명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파괴를 불렀으며, 미국 등 외부 세력이 개입해 지역정세를 나날이 긴장에 빠뜨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이라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소련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중부유럽과 중앙아시아의 공산주의 국가들이 사회 저항운동과 혁명을 통해 도미노 현상으로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당시 세계 공산주의 국가들의 혁명(벨벳혁명·튤립혁명·장미혁명·진주혁명 등)이 대표적인 색깔혁명이다. 구 공산체제의 국가들 사이에서는 색깔혁명이 단순한 저항운동이 아닌 국가 체제를 무너뜨리는 나쁜 혁명으로 알려져 있다.

색깔혁명은 공산권 국가서 민주화운동 참가자들이 부패한 독재정권에 대항해 특별한 색이나 꽃을 내세워 펼치는 운동으로, 공산주의를 대표하는 붉은색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이 색깔혁명을 배후서 조종한다”고 주장한다. 

2014년 홍콩 시위대가 행정장관 선거의 직선제를 요구하면서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냈다고 해서 붙여진 노란 우산혁명도 중국은 단순한 시위가 아닌 색깔혁명으로 규정짓고 “미국이 색깔혁명을 부추기면서 적극적인 군사적 개입의 명분을 쌓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중국은 “미국이 세계 다른 지역서 색깔혁명을 책동하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반대 세력을 지원하고, 대리인을 찾아 민주주의와 자유의 이름으로 국제 여론을 조성해 결국엔 정권 전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 색깔혁명 주의보를 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중심이 돼 전 세계에 세워진 붉은 깃발을 온갖 색깔을 동원해 넘어뜨린 색깔혁명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서도 정권이 권력을 잘못 사용하면 저항운동이 일어나고, 결국 폭력이 동반되는 혁명을 거쳐 새 정권이 탄생되는 사이클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서 미국이나 서방 세력의 도움을 받은 시위대가 혁명을 일으키더라도 이를 색깔혁명이라고 하진 않는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서 일어나는 혁명도 색깔혁명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어 위키백과에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인 촛불시위도 색깔혁명으로 적혀 있다고 한다.

구 공산체제 국가들이 그랬듯이, 북한도 목란혁명 같은 색깔혁명으로 민주화가 이뤄지기를 희망하되, 미국이나 서방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이룬 색깔혁명이 되길 희망해본다.

세계 정치사는 “한 국가의 정권이 권력을 잘못 사용하면 대중에 의해 집회 같은 비폭력 저항운동이 일어나고, 그 저항운동이 관철되지 않으면 결국 폭력이 동반되는 혁명을 통해 체제나 권력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권력을 잡은 정권은 사회 저항운동이 일어나기 전에 개혁이라는 카드를 써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을 꾀해야 하고, 또 어렵게 잡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사라도 최고의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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