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핵전략, 우크라이나 전철 밟지 않아야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3.05.23 16:51:59
  • 호수 1428호
  • 댓글 9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해도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 영향권에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는 냉전시대로 돌아가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싸움 그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국제무대서 중국에 처져 있던 러시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의 위상을 드러내며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5977기)와 미국(5428기)이 전 세계 핵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3위 중국은 350기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도 냉전시대 회귀의 영향을 받아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조가 급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5년 만에 의미 있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11월엔 프놈펜서 열린 아세안·G20 정상외교에 참석해 한일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한·미·일정상회담을 차례로 가져 한·미·일 3국의 공조를 다졌다.

올해도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일본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가졌고, 지난달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 7일엔 기시다 일본 총리를 서울로 초청해 한일 정상회담을 가져 12년 만에 셔틀 외교를 복원했다.

지난 21일엔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다시 한·미·일정상회담을 갖고 3국의 공조체제를 더욱 굳건히 했다.


정상회담 의제는 주로 경제협조와 외교·안보 협력체계 구축, 그리고 북한 핵도발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급하게 전개되고 있는 한·미·일 3국 간의 정상회담을 볼 때, 궁극적으로는 우크라이나서 벌어지고 있는 미·러 냉전이 한반도까지 확산될 것을 염려해 한·미·일 3국이 굳게 뭉치는 모양새다.  

이유야 어떻든 한반도가 우크라이나처럼 국제 싸움터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미·일 대 북·중·러 대치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미·일 3국은 미국만 핵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북·중·러 3국은 모두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핵 개발을 반대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 개발을 묵인했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신생 독립국이 됐을 당시 소련의 핵미사일 176기, 핵탄두 1800기, 전략핵폭격기 40대 등을 물려받아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이었다.

그러나 199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4국이 리스본에 모여 핵무기는 러시아가 가져가고, 나머지 3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핵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리스본 의정서’를 채택한 후 우크라이나는 1996년 핵무기 전부를 러시아에 넘기고 비핵화 국가가 됐다.

한국도 1991년까지 33년 동안 전술핵무기 보유국이었으며 한때는 최대 950기까지 보유했었다. 그러나 미국의 핵 확장 억제정책에 의해 1976년부터 철수하기 시작하다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국내 전술핵무기 모두를 미국에 돌려줬다.

그 후 한국은 지난 30여년 동안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위협에 대응하면서 전술핵무기 재배치나 나토식 핵 공유 등을 미국에 요구해왔고, 때론 국내 여론에 힘입어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핵우산정책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주장을 번번이 외면했다. 


물론 한국의 핵전략이 핵 개발이나 전술핵무기 재배치로 갈 경우 북·중·러가 반대할 것이고, 미국이 나토서 전술핵무기를 1960년대 최대 7000기서 최근엔 170기까지 계속 줄여왔던 터라 미국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핵해법이 다른 상황서 윤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서 NPT 준수를 명기한 워싱턴 선언에 서명했다. 한국 비핵화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리스본 의정서’가 30년 후 전쟁을 막지 못한 요인 중 하나였듯이, ‘워싱턴 선언’이 한반도 전쟁을 막지 못하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핵협의체만으론 북한의 핵위협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 

북한은 한국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됐을 땐 핵위협의 부당성을 주장해놓고 한국이 1991년 비핵화 국가가 되자마자 핵무기 개발을 시작해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핵무기 20기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결국 2차 세계대전 이후 핵보유국 중심으로 재편된 국제질서 주도권 싸움에 끼어든 것이다.  

30여년 전엔 북한이 한국의 전술핵무기 보유를 반대했는데, 지금은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걱정하고 핵도발에 대응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한반도 현실이다.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우크라이나서 전쟁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한반도서 핵위협에 따른 긴장이 지금처럼 고조됐을까? 우리가 자문자답해야 할 문제다.   

아울러 1차 세계대전의 중심에 있었던 오·이·독(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3국동맹과 영·프·소(영국, 프랑스, 소련) 3국협상,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의 중심에 있었던 독·이·일(독일, 이탈리아, 일본) 3국동맹처럼, 한·미·일과 북·중·러 3국동맹이 혹시 3차 세계대전(핵전쟁)의 중심에 있지 않을지 걱정도 해야 하는 우리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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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