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코인계 풍운아’ 김남국

딱 걸린 가난·약자·서민 코스프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 다르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당 지도부도 재빠른 ‘손절’에 나섰다.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범죄 의심’ 통보를 받은 검찰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금세탁 혐의까지 언급되고 있어 김 의원에 대한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3800원 밥 먹고 뜯어진 운동화 신고 다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두고 같은 당이던 장경태 의원이 한 말이다. 김 의원은 평소 검소하다고 평가받았다. 과감한 ‘가상화폐 투자’로 겉으로 보인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코인 업계 일각에선 의외의 ‘유망주’라는 비아냥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대표적
청년계

김 의원은 정치권서 흔히 볼 수 있는 변호사 출신 정치인이다. 1982년 광주서 태어난 그는 2008년에 중앙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대표적인 동문으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있다. 김 의원은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온 후 제1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법무법인 예율, 김남국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근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법무부 소년보호위원 역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가정법원서 국선 보조인으로 근무했다.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조국 백서>의 공동 저자기도 하다.

그가 ‘검찰개혁’에 동의하기 시작한 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강압적인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김 의원은 2015년 1월14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2020년 2월18일에는 서울 강서갑 선거구 출마를 선언 후 국회 기자회견도 예정돼있었다. 하지만 돌연 취소하면서 일각에선 그가 이전의 결정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출마 의사가 있음을 밝히는 글을 올리면서 “청년세대에게 도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 강서갑은 조 전 장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금태섭 전 의원의 지역구였는데 김 의원은 조 전 장관을 지지하던 입장이었다.

당시 언론에선 두 사람의 경선 과정을 “친 조국 대 반 조국” 구도로 묘사하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김 의원이 공천 과정서 탈락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이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김 의원은 금 전 의원이 선거에 나서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반응했다.

결국 민주당은 당시 김 의원 대신 금 전 의원을 내세웠다가 강선우 후보에게 경선서 패배하고 말았다. 대신 김 의원을 경기 안산시 단원을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김 의원은 2020년 4월15일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박순자 후보를 3653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돼 경기 김포을의 박상혁 의원과 함께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최초의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원의 ‘코인 의혹’은 지난 5일 <조선일보>가 김 의원이 대량의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고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직전인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이를 인출했다고 보도하며 논란이 된 사건이다. 위믹스 코인은 주로 지난해 1~2월 대량 유입됐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위믹스 코인 개당 가격은 2021년 11월 약 2만50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당시 김 의원이 보유했던 위믹스의 가치는 최고 60억원대였다. 김 의원은 약 80만 위믹스 코인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위믹스 코인의 가격은 최저 4900원서 최고 1만1000원 사이를 오갔다. 위믹스가 다른 거래소로 이전된 시점의 가격도 비슷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국 백서>로 이름 날리다 한순간 나락으로
검소한 이미지 ‘와르르’…배신감 느낀 국민


김 의원이 직접 밝힌 건 LG디스플레이 주식 매도 금액으로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것과 위믹스를 이용해 빗썸에서 다양한 암호화폐를 구매했다는 것뿐이다. 클레이스왑이나 비트토렌트, 그리고 타 코인에 투자했다는 사안들은 검찰 수사가 시작 후 김 의원의 지갑이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공개되며 나온 이야기다.

언론과 코인 커뮤니티 등에서 그의 지갑을 확인하고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며 조금씩 그의 투자 방식 윤곽이 잡히게 됐다.

그는 2021년에 LG디스플레이 주식을 매도한 약 10억원의 금액으로 업비트에 상장된 비트토렌트에 투자했다. 비트토렌트는 2021년 2월 업비트서 가장 핫했던 코인이다. 김 의원은 비트토렌트를 매수·매도하여 10억원을 40억원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40억원의 현금을 빗썸으로 옮겨 위믹스에 투자했다. 이 시절 위믹스는 P2E(Play to Earn, 게임으로 돈 벌기) 게임을 향한 기대감과 함께 게임사 중 꽤 큰 규모의 기업인 위메이드서 만든 코인이라는 점이 주목받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김 의원의 위믹스는 가치가 대략 100억원 남짓까지 올라갔으나, 그는 고점서 매도하지 못했고, 보유하던 위믹스를 지난해 업비트와 클립으로 나눠 옮겼다.

김 의원은 업비트에 있던 위믹스를 다시 빗썸과 클립으로 옮겨 다양한 가상자산에 재투자했다. 이후 클레이스왑을 이용해 위믹스와 클레이페이라는 잡코인을 교환했다. 당시 위믹스의 가치는 30억원 정도였기에 클레이페이(59만개)를 받았는데, 결국 클레이페이는 제작사가 도망간 스캠 프로젝트로 밝혀지며 30억원은 4700만원이 됐다.

이 밖에도 클레이스왑토큰, 메콩코인, 젬허브, 보물, 마브렉스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국 의원실은 “지난해 1~2월에 현금화하지 않았고 거래소를 옮긴 것이며 대부분 지금도 가상화폐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믹스 코인으로 다른 여러 가지 가상화폐를 샀다고 한다. 그간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는 거의 현금화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겉과 다른
‘자낳괴?’

그러나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해 2월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8억원을 가상화폐 거래소서 은행에 이체했다”고 밝혔다.

이후 본인의 케이뱅크 계좌 이체 내역을 공개했지만 2021년 당시 케이뱅크와 계좌 제휴 관계인 업비트에는 위믹스가 상장되지 않은 상태였다. LG디스플레이 주식 대금으로 위믹스에 투자한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 위믹스가 상장돼있던 빗썸, 또는 빗썸과 제휴한 NH 농협의 계좌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1일에는 KBS의 단독 보도를 통해 김 의원이 마브렉스 코인에도 약 9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브렉스는 넷마블이 게임 거래용으로 출시한 암호화폐로, 빗썸에 지난해 5월6일 상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같은 해 4월21일부터 5월3일까지 10억원 가까이 코인을 매수했고, 5월3일부터 5월6일까지 보유량의 3분의 1을 매도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김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자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업비트, 빗썸, 카카오의 블록체인 관련 계열사 세 곳을 압수수색해 김 의원의 ‘위믹스’ 등 가상자산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하기까지 했다.


김 의원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조세포탈,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향후 뇌물수수죄의 입증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하려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

정치자금법은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않고는 후원금(후원회에 기부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도 성립한다. 즉, 김 의원이 입법 등 대가를 약속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만 입증되면 된다는 얘기다.

검찰이 지금 당장 입증하는 것이 아닌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영장을 발부받고 수사 과정서 대가성에 대한 틀을 만들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법에 따라 가상자산은 ‘금전’이나 ‘유가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밖의 물건’에 포함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언론 인터뷰서 “코인은 재산상 이익은 되지만 정치‘자금’이라는 유체물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2009년 대법원 판례에는 정치자금을 ‘금전 등 일체’로 규정한 대목이 있어, 코인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억 수십억
자산 불리기

만약 김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선이 무효화돼 국회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 범죄수익은닉죄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인정될 시 성립한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는 ‘재산상의 부정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범한 죄로서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 등을 특정범죄 중 ‘중대범죄’로 정하고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범죄수익은닉 혐의는 코인을 디지털 지갑에 분산 예치하면서 감췄다면 성립할 수 있다. 또 재산 형성 과정서의 은닉이 아닌 ‘형성 과정을 가장하는’ 행위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 범죄수익은닉죄는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범죄수익의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 혹은 ‘특정범죄를 조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범죄수익 등을 은닉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조세포탈 혐의도 나머지 두 혐의와 맞물려 있다. 자금 형성 중 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았을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코인은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돼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검찰이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이후 대가성 입증에 성공한다면 뇌물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의 이익 수수나 요구 혹은 약속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이 있을 때 성립한다. 형법 제129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할 수 있다.

또 뇌물과 직무 행위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어야 한다. 김 의원의 경우, 위메이드가 관련 법 입법을 대가로 로비를 한 게 입증된다면 뇌물죄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김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과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는데, 이 때문에 입법 로비 및 대가 지급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승 연구위원은 “당시 P2E 규제 완화에 대해 정치권의 스탠스가 열려 있었기 때문에 입법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만약 정치인이 대가를 받고 법안을 발의했다면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뇌물죄가 성립한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수수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경우에 해당된다. 이 경우 법정형이 최하 5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나올 수 있다.

조세포탈·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시
대가성 입증 시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 의원이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하게 된 ‘시드머니’의 출처가 중요하다고 입을 보은다. 남부지검 출신 한 변호사는 “현금 출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어드랍 형태로 코인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어 관련 계좌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탈당을 했으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통해 이 대표 지시로 상황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에 당 차원의 자체조사단, 윤리감찰단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윤리특위 제소는 김 의원 논란이 불거진 지난 5일 이후 12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늑장 제소’라며 ‘의원직 제명’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리특위는 당장 김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에 착수했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입장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에 대한 신속한 징계 절차를 요구한 반면 민주당은 국회법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며 “시급하다고 절차를 뛰어넘을 수 없다”며 맞섰다.

윤리특위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정의당도 “제소 사유와 수위에 있어 국민 상식에서 납득 가능한 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전날 권익위를 통해 의원 암호화폐 전수조사를 실시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권익위 조사에 제약이 있다면 금융정보원과 금융위원회 등 기관 합동 조사도 가능하다”며 “양당도 전수조사를 당론으로 즉각 결단해 의혹을 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 및 민주당은 ‘의원 전수조사’엔 긍정적이지만 권익위를 통한 조사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과 김근태계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는 당에 전수조사 권익위 요청을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의원 관련 사안을 밝힌 후 의원 전수조사를 주장하면서 김 의원에 대한 ‘징계’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낙동강
오리알

국회법에 따르면 전날 제출된 징계안은 2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회부된다. 이후에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 청취를 거쳐야 한다. 자문위는 의견 제출을 요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의견을 국회의장에 제출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3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본회의에 징계안을 올리기까지 최대 80일이 걸릴 수 있다.

김 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 회의서의 경고 ▲공개 회의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 4단계 중 하나로 결정된다. 징계안은 윤리특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모두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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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