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망각의 각인’ 최원규

장판에 담긴 노인 이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중구 소재 갤러리 봉산문화회관에서 ‘2023 유리상자-아트스타Ⅱ’ 작가로 최원규를 선정했다. 개인전 ‘망각의 각인’은 최인규가 8개월 동안 길 위에서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중 일부의 장판을 교체해주며 얻은 재료를 시각언어로 각인한 설치작품으로 구성됐다. 

봉산문화회관은 전시공간 밖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유리상자를 운영하고 있다. 설치된 작품을 입체적으로 관람하기 용이한 점 때문에 시민이 쉽게 찾고 즐길 수 있는 생활 속 예술공간으로 소개되고 있다. 

민낯의 흔적

봉산문화회관은 올해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두 번째 전시로 최원규 작가의 ‘망각의 각인’을 선보인다. 지난해 9월 최원규는 주변부 삶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고 공유하는 작업인 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작품을 공모했다. 당시 심사위원은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서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고자 한 행위와 예술적 태도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낮에는 지난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민낯의 장판으로, 밤에는 유리상자 안 조명에 빛나게 각인된 물질의 언어로 최원규의 작품은 이중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현대사회의 큰 흐름 속에 묻힌 주변인의 삶을 담담하지만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유리상자 전시공모 두 번째
진정성 있는 태도 높은 평가


최원규는 “숨은 살아있기 위한 가장 근원적이면서 물리적인 행위다. 하지만 숨의 행위는 인식되지 못하고 망각된다. 사회가 하나의 유기체라면 그 속에서 매일 살아가는 개인은 그것을 기능하고 성장하게 하는 들숨이자 날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망각의 각인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궤적을 찾아 시각언어로 풀어내고자 하는 숨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숨 프로젝트는 2021년 4월부터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11개월간 진행됐다. 현재의 대구를 만든 중‧장년층의 역사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으로, 그들의 생활공간서 수집한 바닥재에 각각의 역사를 각인함으로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역사를 기억하고 잊히고 있는 주변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최원규는 “어느 이름 모를 골목 어귀서 기다리는 무언가도 없이 붙박여 앉아 하루를 보내는 어머니, 한낮의 공원에 홀로 앉아 있는 누군가의 아버지를 스치며 이 작업을 구상했다”며 “분명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삶을 덤덤히 드러내고 기억해 동시대에 희미해진 우리와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건네려 했다”고 말했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가 동반자라는 사실

철학자 허경에 따르면 최원규는 2020년 부산의 대규모 임대아파트 단지의 이사와 철거 과정서 나오는 옛 장판을 처리하는 사람을 알게 된다. 이 과정서 만난 어르신의 집에서 일을 돕고 이야기를 듣다가 장판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허경은 “관람객이 보고 있는 장판에 적힌 말은 어르신의 것이자 최원규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원규는 “매일 나를 스쳐 지나는 주변의 삶. 그러나 드러나지 않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려 하는 보통의 삶을 기억해 다시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며 “이것은 곧 ‘나의 삶은 어떻게 기억되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우리 안의 나이며 우리의 존재를 잊는 순간 나의 존재로 희미해진다”고 강조했다. 

삶의 궤적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최원규의 이번 전시는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와 급속한 도시화·산업화에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소외감을 공감하는 상호작용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며 “다변화된 예술이 삶과 동떨어질 수 없다는 점을 가슴 깊이 각인해 당신의 삶과 나의 삶, 그리고 우리의 삶이 결코 다르지 않은 동반자임을 각인시킨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최원규는?]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23유리상자-아트스타Ⅱ 최원규’ 봉산문화회관(2023)
‘Oblivion;Imprinted(망각의 각인)’ 대구예술발전소(2022)
‘Breath-Lifescape(숨-삶, 풍경)’ Space9(2021)
‘Breath-The way back(숨-귀환)’ 공공미술 프로젝트(2020)
‘Breath-The forest of oblivion(숨-망각의 숲)’ 홍티아트센터(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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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