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손절’ 송영길 히든카드

간, 쓸개 다 빼줬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는 생물이라고들 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선거를 앞두면 이 생물의 움직임이 더욱 극적으로 변한다. 최근 여야는 다수당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에 앞서 내부 단속에 나섰다. 특히 전‧현직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앓고 있는 야당의 상황이 정치권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2대 총선을 11개월 앞두고 연달아 악재를 만났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이어 송영길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됐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돈봉투를 뿌렸다는 내용이다. 

전·현직
대표 리스크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당시 당 대표 후보) 캠프가 조직적으로 정치자금 9400만원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과정서 송 전 대표가 범행을 인지했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과 지난 1일에는 송 전 대표 자택, ‘평화와 먹고 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 선거 캠프 관계자 등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송 전 대표는 현재 돈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상태다. 지난달 24일 프랑스 파리서 귀국한 그는 당시 곧바로 검찰에 조사받겠다며 자진출석했다. 하지만 검찰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서면 진술서를 제출하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조사자가 일방적으로 조사 일정을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지난 2일 송 전 대표는 다시 한번 ‘자진출석’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은 기자회견도 진행해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토로했다. ‘피의자 신분’인 그는 A4용지 6장 분량의 입장문을 미리 준비해 ‘전근대적 수사’ ‘인생털이 수사’ ‘이중 별건 수사’ ‘총선용 정치수사’ 등의 표현으로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신혼부부, 워킹맘, 20~30대 비서 등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며 “임의동행이란 명분으로 데려가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격 살인을 하는 잔인한 수사 형태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석열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냈다. 송 전 대표는 “윤석열정권의 대미‧대일 굴욕외교와 경제 무능으로 민심이 계속 나빠지자 정치적 기획수사에 올인하고 있다”며 “민심이반을 기획수사로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돈봉투 살포 공모, 개인적 자금 조달 의혹 등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자진출석했다 ‘문전박대’
구속영장 피하려는 꼼수?

수사의 단초가 된 ‘이정근 녹취록’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송 전 대표는 “다급해진 검찰이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저의 집과 측근을 압수수색했다”며 “인디언 기우제처럼 뭔가 나올 때까지 하는 마구잡이식 수사는 심각한 인권침해로 연결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자진출석 카드를 반려했다. 사실상 ‘문전박대’였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자가 적법하게 진행되는 수사 절차에 대해 근거 없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단서가 확인됐는데도 수사를 안 하면 오히려 직무유기다.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실체적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송 전 대표는 10여분 만에 청사를 떠나야 했다. 이 과정서 송 전 대표의 이중적인 행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 수사를 자처하며 자진출석했던 그가 초기화된 휴대전화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주거지 압수수색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휴대전화에는 연락처, 통화내역, 문자 등이 없는 초기화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대응은 자진출석 과정서 밝힌 ‘수사 협조’와는 거리가 먼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기자회견을 통한 혐의 부인이 다수의 관련자에게 보낸 모종의 메시지가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금품 살포라는 혐의의 특성상 많은 관계자가 피의자 혹은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지금처럼 무단출석과 대인배 놀이는 오히려 수사를 방해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권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송 전 대표는 자숙하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자진 출두 퍼포먼스를 벌이며 언론을 향해 대인배 흉내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빛 바랜
퍼포먼스

이어 “올해 초 이재명 대표도 검찰에 출두할 때 자신을 김대중‧조봉암에 빗대며 정치범 연기를 하더니 송 전 대표 역시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공당의 대표까지 지낸 분이 ‘나 한 명으로 퉁치자’는 식으로 사법거래를 시도해서야 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송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한 것에 대해서도 “탈당과 복당이 단톡방 들락거리기처럼 흔해 빠진 민주당서 탈당이 무슨 정치적 의미가 있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어떤 범죄 피의자도 자기 마음대로 수사 일정을 못 정하는데 이는 특권의식의 발로”라며 “겉으로는 검찰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듯하나 실제로는 검찰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민주당의 태도다. 민주당 내부서조차 송 전 대표의 이번 자진출석을 두고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이어 돈봉투 살포 의혹이라는 치명적인 악재가 발생하자 민주당 차원서 송 전 대표를 ‘손절’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문재인정부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기면서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이 당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윤석열정부 출범과 맞물려 치러진 지난 지방선거 완패로 지방권력의 추가 넘어간 부분도 총선에 대한 부담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서 전·현직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일부 의원에겐 ‘털고’ 가야 하는 흠집이 된 모양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송 전 대표의 검찰 자진출석에 관해 언급했다. 조 의원은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나는 도주의 의사가 전혀 없고 도주할 수도 없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드림으로써 구속영장 기각의 명분을 쌓겠다, 그런 여러 가지 포석을 둔 게 아닌가”라고 해석했다. 

대선 경선까지
편파적 관리?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조 의원은 이 대표가 지난달 24일,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기자의 질문을 받고 “김현아(전 국민의힘)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고 되물은 것에 대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모래에 머리 박고 있는 타조 같은 그런 모습 같은 느낌이 들어 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 역시 송 전 대표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에게 이른바 ‘정치적 수혜’를 입은 적 있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이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인천 계양을 선거구는 당초 송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회의원 배지를 내놨고 이를 이 대표가 이어받은 것이다.

‘송영길 지도부’ 체제로 치러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서도 송 전 대표가 이 대표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파적인 관리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비명계(비 이재명)서 제기된 주장으로 당시 당 지도부는 경선 도중 후보직에서 사퇴한 정세균·김두관 후보가 받은 표를 ‘무효표’ 처리했다.

그 결과 이 대표는 득표율 50.29%, 턱걸이 과반으로 간신히 결선투표를 피했다. 

이 전 총리 측이 무효표 처리를 두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이재명 후보를 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로 선포했고 추천장을 공식적으로 수여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송 전 대표가 돈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되고 귀국과 동시에 논란이 폭발하자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시 상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이 대표는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고개를 숙인 상태다. 지난달 17일 ‘이정근 녹취록’ 등으로 의혹에 불이 붙은 지 6일 만에 이 대표는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과했했다. 그러면서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당으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당 내부서도 반응 안 좋아
꼬리 자르기에 태도 바꿀까

이어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수사기관의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며 “민주당은 확인된 사실관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할 것이고 이번 사안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검찰에 비판 일변도로 대응했던 이 대표가 송 전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수사기관의 힘을 빌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여기에 당시 프랑스에 있던 송 전 대표의 귀국도 요청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송 전 대표는 귀국했고 민주당서 탈당했다. 자의든 타의든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현재 송 전 대표는 ‘사면초가’ 상태다. 불체포특권이 있는 국회의원 신분도 아닌 데다 당적마저 없어졌다. 민주당 방패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치권이 총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아군이라 여겼던 민주당 내부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형국이다.

검찰이 송 전 대표를 돈봉투 의혹의 최대 ‘수혜자’로 보고 있어 수사를 피할 수도 없다.

검찰이 쥐고 있는 카드도 송 전 대표에 불리하다. 1만여건에 이르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음 파일이 확보된 상태고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송 전 대표의 휴대폰도 검찰로 넘어가 있다. 민주당서 의혹에 연루된 인사 일부를 정리하는 선에서 꼬리 자르기로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녹취록에 이름이 언급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자진 탈당 형태로 당을 떠났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지난 3일 탈당 의사를 밝혔다. 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비공개 최고위서 이 대표 등 지도부를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그동안 여러 가지 당에 많은 누를 끼치고 국민들에게 걱정을 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할 말은 많지만 조사 과정서 성실하게 이 문제를 밝혀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민 여러분과 지역구, 당에 이런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면서 “법적 투쟁으로 진실을 밝혀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내년 총선
송에 달려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송 전 대표의 태도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기획본부장은 이 대표의 ‘외면’에 태도를 바꿨다. 이전까지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다가 최근에는 활발하게 입을 열고 있다. 현재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뚜렷하게 드러난 현직 의원은 2명이지만 이 사안이 언제 ‘게이트’로 번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송 전 대표의 입에 달렸을 수도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돈봉투 살포’ 국민의힘도?
민주당 때리다 역풍 맞을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 여당인 국민의힘은 내부 정비에 나선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서도 좀처럼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복원, 한일 셔틀외교 복구 등 다양한 이슈가 산적해 있는데도 지지율은 민주당에 밀리고 있다. 

당무감사위로 진상조사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2일, 신의진 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첫 회의를 열었다.

고양시정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아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전 의원이 기초의원 등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당무감사위에 진상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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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