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2차 피해는 없어야 한다

  • 이윤호 교수
  • 등록 2023.05.04 14:13:18
  • 호수 14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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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피해’란 ‘범죄 후 피해(post crime victimization)’, 또는 ‘이중 피해(double victimization)’로 불리는 것으로, 피해를 신고한 후에 따르는 제도와 개인에 의한 추가적인 피해자 비난이다. 범죄행위의 직접적인 결과는 아니지만 피해자에 대한 제도와 개인의 반응을 통해 일어나는 피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범죄피해를 신고하지 않는 이유 중에서 보복이나 2차 피해의 두려움 때문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특히 여성, 아동, 소수집단 등이 더욱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피해자임에도 오히려 피해자 비난의 인식과 행위, 그리고 피해자의 외상을 이해하기보다는 평가절하하는 등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자신의 피해를 부정하거나 자신을 비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실제로 범죄를 신고한 피해자의 90%가 부정적인 사회적 반응을 경험했고, 이런 경우를 ‘두 번째 폭력’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제도화된 2차 피해는 당연히 형사사법제도 내에서 가장 분명하다. 피해자가 형사사법 절차와 과정을 거치면서 형사사법제도와 관계자들로부터 다시 한번 피해를 겪게 되는 것을 제도화된 2차 피해라고 한다.

심하게는 특정한 문화적 집단, 계층, 또는 특정한 성별 집단으로부터 그들의 경험을 범죄피해로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피해자에 대한 인권을 완전하게 거부하기까지 한다. 경찰이나 다른 형사사법 관계자들의 부적절하거나 침해적인 행동으로부터 초래될 수 있는 것들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경우로 수사로부터 기소할 것인가 말 것인가, 재판 자체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범법자에 대한 양형의 결정, 그리고 그의 궁극적 석방의 결정을 거치는 범죄수사와 재판의 전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 


이처럼 형사사법 과정을 통한 2차 피해는 피의자 또는 범법자의 권리에 대항한 피해자의 권리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 때문에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보편적으로는 형사사법 절차와 과정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피해자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아마도 범죄 관련 기존의 제도가 그 명칭부터 형사사법, 즉 ‘범죄자 사법(criminal justice)’이지 ‘피해자 사법(Victim justice)’이 아닌 것처럼, 용어 자체가 대변하듯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중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해자는 자신의 자유의지로 범행을 선택했기에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마땅하지만, 피해자는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신의 안전을 위임받은 국가가 보호받지 못한 결과로 범죄피해를 당했음에도 오히려 그 국가기관으로부터 다시 피해를 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2차 피해를 초래하는 제도적 기관은 비단 형사사법 기관만은 아니다. 의료기관에서도 피해자의 존엄성이 침해될 수 있고, 학교서도 아동학대 피해 학생이나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게 2차 피해를 가할 수 있으며, 사회복지기관에서도 부정적 낙인이라는 2차 피해를 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종교기관서도 피해자의 바람과는 반대로 그들이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용서와 포용이나 화합이라는 굴레 속으로 피해자를 강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동학대 어린이 피해자가 고통스러운 사건을 반복적으로 진술하고 영상 녹화를 강요당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언론서도 침해적이고 부적절한 보도로 알게 모르게 2차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피해자 부조, 지원, 보호단체나 기관도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이나 절차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개인들의 태도일 것이다. 피해자와 접촉하는 일부 사람들, 심지어 가족까지도 피해자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피해자를 비난함으로써 범죄의 고통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 그들은 피해자의 행위가 피해에 기여했거나 심지어 유발했다거나 적어도 촉발했다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


피해자는 어떤 경우라도 피해자일 뿐이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를 보라. 성폭력에는 자기방어가 있을 수 없으며 그냥 피해자일 뿐이다. 피해자는 그냥 보호받고 지원받아야할 존재지, 어떤 경우라도 비난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특히 제도적 2차 피해의 경우,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기대되는 기관과 사람들에 의한 권력남용이나 직권남용이라면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권력남용의 피해자가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받기가 특히 어렵다는 점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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