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민주당 전대 돈봉투 파문

송영길 이대로 끌려가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악재에 악재가 또 겹쳤다. 잇따른 악재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이번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이 터져나왔다. 한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수십명의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뿌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총장이 2021년 전당대회서 송영길 전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을 위해 건넨 돈봉투가 최종 표결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시 약세 후보였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 전당대회를 기억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친문(친 문재인)계의 지지를 받았던 홍영표 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냈던 우원식 의원, 그리고 송 전 대표 간의 3파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녹취록 
들어보니…

이 관계자는 “친문 세력과 비문(비 문재인) 세력의 대립 구도서 송 전 대표는 다소 생뚱맞게 ‘중도 후보’를 자처하고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당선됐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당원들이 ‘당내 화합’에 지지를 보내준 것인 줄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때 치러진 전당대회로 뽑히는 대표는 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떠안아야 했다. 어깨가 무거운 자리였던 만큼 눈독을 들이던 인사도 많았다. 다음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각 계파에서는 놓칠 수 없는 자리라고 인식했고, 각자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거에 밀어 넣었다. 이 중에서 눈에 띄었던 후보는 홍영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알려진 친문계의 좌장 역할을 해오던 인물로 당시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후보로 점쳐지고 있었다. 

홍 의원은 이전 전당대회서부터 당 대표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바 있으나 당시 이낙연 전 총리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는 개혁국민정당 출신으로 친문 정치인들과 더러 인연을 쌓아왔고, 2012년 당시 조심스러웠던 분위기 속에서 안철수 의원을 공개 저격하며 대표 친문계로 자리매김했다. 

원내대표 시절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을 통과시켜 당내 의원들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정계 전문가들은 친문계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홍 의원이 선거전을 잘 치룬다면 대표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송 전 대표는 막강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거전에 참여했다. 그는 인천시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었고, 그 이전에 두 차례나 당권에 도전했던 적도 있었던 만큼 동정표도 존재했다. 또 당시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던 당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인식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람으로 차기 대선이 힘들다고 판단한 민주당원들은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당의 혁신을 요구한 바 있다. 그렇다고 강한 비문 노선을 띤 인물은 경계했다.

문 전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은 임기 마지막까지도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당원들은 문 전 대통령과 지나치게 반기를 들지도, 또 그의 정치적 메시지를 그대로 수용하지도 않을 인물을 찾고 있었다.

그 틈을 송 전 대표가 파고든 것이다. 송 전 대표는 당초 친노(친 노무현)계에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었으나 분당 사태 당시 문 전 대통령과 힘을 합쳐 민주당을 끝까지 이끈 공적을 인정받았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부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며 의원들에게 범친문계로 인식돼왔고, 이때 여러 계파로부터 신임을 얻기도 했다.


2021년 당선된 송 전 대표, 어떻게 이겼나?
대의원 영향력 약세였는데…돈발로 역전승?

다만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은 당원들 마음속 깊이 자리했다. 인천광역시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지만, 송 전 대표는 중앙정치서 의원들을 이끈 경험이 전무했던 탓이다. 그가 꾸준히 ‘유력한 당 대표 후보’라고 평가받았음에도, 당원들이 단 한 번도 그를 대표로 뽑아주지 않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우 의원은 민평련계로 오랫동안 손학규계 정치인으로 인식돼온 인물이다. 2016년까지도 손학규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비문계의 대표 주자로 당시 전당대회를 뛰어들었다. 당원들이 원하던 ‘개혁’을 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했고, 원내대표 경험을 바탕으로 당원들에게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친문의 홍영표, 비문의 우원식, 중도의 송영길의 싸움은 매우 치열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서 압승을 기록한 민주당은 180석의 슈퍼 여당이 돼있었고, 이때 뽑힌 신임 대표에게는 슈퍼 여당의 대통령 후보와 지방선거 공천권 등이 걸려 있었다. 향후 당내 권력, 더 나아가 차기 정부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였던 것이다. 

당시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들의 의견이 40% 반영됐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특히 당내 정보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현안을 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달 당비를 내는 그들은 그동안 정부와 민주당의 주요 정책을 좌지우지해왔으며 전당대회서도 막강한 화력을 자랑해왔다.

몇몇 전당대회서 대의원 투표를 이긴 후보가 권리당원 투표로 뒤집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실제로 2020년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서 미미한 표를 얻었던 김종민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전체 1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바 있다. 

2021년 전당대회 역시 권리당원을 얼마나 본인 쪽으로 끌고 오느냐의 싸움이었다. 당시 권리당원은 안철수계가 탈당한 뒤 당에 들어온 이들이 주를 이뤘다. 즉, 적극적인 ‘친문 강성 당원’들이었던 셈이다. 권리당원들이 친문 성향이 강했던 터라 당시 송 전 대표는 사태를 반전시킬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했다.

송 전 대표는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두 분 원내대표가 잘했으면 민주당이 이렇게 (2021년 재보궐선거서)참패했겠는가”며 “원내대표를 해보신 두 분이 아닌 당 지도부를 해보지 않은 제가 해야 쇄신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두 후보를 압박했다.

분위기 
뒤숭숭

‘무계파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들고나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 메시지는 쇄신을 바라고 있었던 당내 권리당원들에게 큰 울림을 줬고, 송 전 대표는 반전의 계기를 맞게 됐다.

점차 당내 이미지가 좋아지더니 홍 의원의 지지율을 따라잡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선거 당일이 찾아왔고, 상승세를 타던 송 전 대표는 홍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최종 득표율에서 송 전 대표는 35.60%를 받았고, 홍 의원은 35.01%를 받았다. 두 사람간의 격차는 약 0.60%p 었으며 우 의원 역시 29.38%를 받아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민주당 출범 이래 가장 낮은 1위 득표율이자, 가장 높은 3위 득표율이었다. 그만큼 경선이 치열했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당대회서 많은 사람들은 송 전 대표가 드라마를 써내려간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돈봉투 사태는 그런 송 전 대표의 역전 드라마가 비리의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당시 송 전 후보 캠프서 일했던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돈봉투를 의원들에게 뿌려 송 전 대표의 당선을 도왔다는 주장이 터져나온 것이다.

즉, 권리당원들과 대의원들이 송 전 대표의 메시지를 받고 울림을 얻은 것이 아니라, 이 전 부총장이 건넨 돈봉투를 받고 울림을 얻었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는 권리당원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갔지만, 당내 세력이 다른 후보들보다 약하다고 평가받고 있던 참이었다. 당시 45%의 득표권을 갖고 있었던 대의원들 중 송 전 대표 세력은 거의 없었다는 게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전당대회에 참여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이번 돈봉투 사건은 대의원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며 “대의원 표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통제가 가능한 범위에 있다. 다시 말해, 현역 의원들을 세력 안으로 끌어들이면 전당대회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다. (송 전 대표 측이)돈봉투를 현역 의원들, 대의원들에게 전달해 전당대회서 반전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약세에도…
결과 영향?

민주당 대의원들은 최소 5명 이상의 권리당원 추천을 받아 2년에 한 번씩 선발된다. 지역위원회서 서류를 받아 신청을 받고 지역위원회와 중앙당서 소정의 심사를 거친 후 뽑히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는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며 정치에 뜻이 있는 대의원들은 의원들의 말 한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 전 부총장이 살포했다고 알려진 돈봉투는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인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에선 금액이 다소 적은 점을 들어, 국회의원이 통솔하는 대의원들에게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매달 세후 1000만원 이상 받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해당(최대 300만원) 금액에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액의 규모를 보아 하니) 전당대회에 이래저래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밥이나 거마비 정도로 쓰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의원실은)실제 받아보지는 못했으나 이 돈봉투가 돌고 있다는 소문은 당시 들어본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전당대회서 이 같은 성격의 돈봉투는 그동안 ‘관행처럼’ 계속 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돈봉투 의혹이’ 이번에 한 번 걸려 들어온 것일뿐 갑자기 생겨난 문화가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송 전 대표 입장에서는 진짜 황당하고 억울할 것 같다”며 “지난 수십년 간 돈봉투를 돌리는 문화는 계속 행해져온 것으로 안다. ‘다들 그랬는데 왜 나만 잡냐’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한쪽으로 급격히 쏠려있는 판세에서는 돈봉투가 조금 적게 기승을 부렸겠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2021년 전당대회는 1, 2, 3위 후보의 격차가 매우 적었다. 이 떄문에 돈봉투 살포가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최초 보도한 기자 주장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본인의 통화를 모두 녹음해 핸드폰에 저장했는데 그의 휴대폰서 나온 통화 녹음만 3만건에 달한다.

“억울한 것 알지만…”오래된 관행 증언
‘불똥 튈라’ 이 대표 측 꼬리자르기 결심

폭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윤관석 의원 등과의 전화 통화서 돈봉투를 어디서 누구에게 줄지를 긴밀히 상의했고, 이 과정서 송 전 대표의 이름도 수차례 거론됐다. 

치열했던 선거, 송 전 대표의 당선, 관련자들의 통화. 3년 전에 벌어졌던 이 3개의 칼날은 현재 송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어 돌아왔다. 여기에 돈봉투를 송 전 대표가 직접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과 돈봉투 스폰서의 자녀가 이재명 대표의 선거캠프서 일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파리 정치대학원에서 특강 등을 이어가고 있던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살포 의혹이 터져나온 뒤 지난 24일, 귀국했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가 하루빨리 사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이 있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책임질 사람에는 이재명 대표도 포함된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최고회의서 김기현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가)3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대화를 하신 겁니까? 서로 말 맞춰서 진실을 은폐하기로 모의라도 한 것이냐?”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날 장예장 청년 최고위원은 “저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청년들을 대표해 이 돈봉투를 찢어버리겠다”며 본인이 직접 준비한 돈봉투를 꺼내 들어 찢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돈봉투나 돌리는 민주당의 86운동권은 그만 정치서 퇴장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아직 송 전 대표를 감싸는 쪽으로 쏠려 있다. 그동안 전당대회서 오랜 관례로 자리 잡아온 돈봉투 건을 그에게만 문제삼아서 되겠냐는 동정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서 “전혀 큰 문제가 아니고 이슈거리도 아니다”라며 “해당 논란이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나 내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여당이나 언론서 침소봉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 문제가 지속된다면 이 대표 입장에서는 계속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송 전 대표 입장도 난처하겠지만, 제일 큰일난 것은 이 대표 쪽”이라며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연결고리까지 의심받고 있는 만큼 사안을 계속 끌면 끌수록 칼날은 결국 이 대표에게까지 향하게 된다. 최근에 터져나온 스폰서 자녀 취업 문제도 현상 중 하나”라고 우려했다.

자르기?
버티기?

이어 “이 대표 쪽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송 전 대표를 잘라내려 한다고 들었다. 송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이 대표 쪽을 이끌어준 것도, 여의도 정치에 영향력이 적었던 그를 도와준 것도 송 전 대표지만, 이번 사건이 크게 문제된 만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을 송 전 대표에게 떠밀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심-송심이라고 불렸던 둘의 관계는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해있다. 최근 이 전 부총장 측 정철승 변호사는 “민주당이 이 전 부총장을 손절하려는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이번 사건으로 송 전 대표가 이 대표에게 배신감마저 들게 될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꼬리를 자르려하는 친명계 쪽과, 어떻게든 붙어있으려는 송 전 대표 사이의 수싸움이 이제 막 시작하려 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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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