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 냄새’ 전두환 후손들 곳간 해부

무슨 돈으로 삼형제 먹고 사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의 폭로로 전두환 일가 비자금 은닉 의혹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는 모양새다. 전씨 일가와 관련된 각종 기업체에서는 수상한 자금흐름이 관측됐다. 전우원씨 발언으로 비밀금고, 미술품 등 10여년 전 제기됐던 비자금 은닉 수법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올해는 전두환씨가 “29만원밖에 없다”고 밝힌 지 20년째 되는 해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이나 숨어있던 ‘검은돈’을 이번에는 모두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할아버지의 연희동 자택에는 하늘에서 돈이 쏟아지듯, 계속해서 현금뭉치가 들어왔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전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에 구체적 폭로가 덧칠되면서, 점차 비자금 은닉처와 그 수법의 윤곽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비밀금고
현금다발

우원씨는 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연희동 자택 내부에 비밀금고가 두 곳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그는 아버지 전재용씨의 둘째 부인이자 자신의 친모인 최모씨에게 들은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종합해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할머니(이순자씨)가 쓰는 옷장 벽을 밀면 금고가 있고 창고쪽 복도 끝에 가서 벽을 밀면 또 금고가 나왔다고 (제 어머니가) 말하더라”며 “아는 사람이 밀어야지만 금고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금고를 열고 들어가면 1000만원 단위 현금이 묶여서 준비돼있고, 차곡차곡 (방 전체)벽에 쌓여 있었다고 하더라”고 부연했다.

그는 현금이 너무 많았던 나머지 비밀금고 밖에도 현금 가방이 놓여 있었으며, 가족들이 연희동 집에 커다란 더블백을 가져와 수억원씩 담아갔다고도 주장했다.


현금 규모에 대해선 “정말 하늘에서 돈이 쏟아져 내려오듯이 비서와 경호원들이 계속 돈다발이 담긴 큰 가방을 들고 와 쌓아놓고 또 쌓아놨다가 아는 분들이나 가족이 오면 가져갔다”며 “상상할 수 없는 규모”라고 회상했다.

다만 지금은 연희동에 돈뭉치가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수사가 한 번 진행되고 난 후에는 확 줄어들었고 그 이후부터 (돈가방을 쌓아 놓는 일은) 안 했다”며 “아마 다른 곳에 돈을 챙겨 놓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원씨는 지난달 자신의 해외생활 자금 출처를 비자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때 그는 자신이 미성년자였을 때 명의를 이전받은 자산 목록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비엘에셋의 지분 20%, 웨어밸리 비상장 주식, 준아트빌 등이 모두 한때 자신의 소유였다. 

10년간 지지부진…비자금 찾기 새 국면?
‘수상한 저수지’ 의혹 업체 다시 수면 위

비엘에셋은 전재용씨 가족이 지분 100%를 소유했던 부동산 개발회사며, 웨어밸리는 전재용씨와 전두환씨 측근이 돌아가며 대표직을 지낸 IT보안업체다. 준아트빌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고급 부동산이다. 이들의 가치는 당시에도 수십억원에 달했는데, 이 재산이 비자금을 통해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우원씨는 자신이 미성년자였던 시절 전재용씨가 비자금을 은닉할 목적으로 명의변경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비엘에셋 지분은 2013년 추징됐고, 비상장 주식은 전재용씨의 ‘황제노역’ 이후 계모 박상아씨에게 양도했다”는 등 구체적인 자금흐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전재용씨는 외삼촌 이창석씨와 함께 27억원 이상을 탈세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을 선고받았다. 2016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는 노역형에 처해졌다. 전재용씨는 약 2년 반 동안 노역한 대가로 벌금 38억6000만원을 탕감받았다. 


이외에도 웨어밸리는 배당금을 통해 전재용씨의 비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웨어밸리는 2020~2021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약 15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도 약 4억원을 지급했다. 

우원씨는 자신이 박상아씨에게 증여한 비상장 주식을 전재용씨가 사용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웨어밸리는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했다. 해당 주장대로라면 약 2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 중 일부가 전재용씨 수중에 들어갔을 수 있다. 

정확한 기억
손자의 폭로

웨어밸리가 2015년 2억원, 2017년 3억원 이후 배당금 지급이 뜸하다 전재용씨가 출소한 이후부터 3년 연속으로 배당금 지급에 나선 점도 의심을 키운다. 이미 웨어밸리는 2013년 검찰 ‘전두환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에 5억5000만원을 환수당했다.

수사팀이 웨어밸리에 전두환씨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제3자 추징’을 실시한 것이다.

전두환씨의 차남 전재용씨 외에도 장남 전재국씨, 삼남 전재만씨 모두 벌여둔 사업들이 비자금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동안 전재국씨는 출판 사업을 통해 독립생계를 유지 중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2021년에도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출판사인 시공사에서 3억5000만원을 추징했다. 시공사에도 전두환씨 비자금이 일부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전재국씨는 시공사 외에도 북플러스·리브로 등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세 업체 간의 내부거래 내역에서 20여년간 약 150억원대의 횡령·배임이 있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각 업체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상호 간 내부거래액이 각기 달랐는데, 이를 모두 합산하면 156억원에 달했다. 전재국씨가 비교적 조작이 쉬운 내부거래액 항목을 이용해 비자금을 횡령·세탁했다는 의심이 나온다. 

자금흐름
볼 수 없나

또 전재국씨는 음악 관련 출판사인 ‘음악세계’를 통해 수천억대 규모의 해외 부동산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전재국씨는 2019년 베트남 노른자위 땅에 약 7500억원 규모의 부동산사업을 벌이려다 실패했다. 음악 출판사가 아파트 공사 시행사로 들어갈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당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토지 비용과 공사비 등으로 7500억원, 이자 등으로 1400억원을 투입해 총 1조4000억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토지 소유자에게선 전재국씨 측이 해당 사업을 먼저 제안했고, 수개월 이내에 약 2000억원을 입금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재국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계획이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일각에서는 전재국씨가 은닉 비자금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을 계획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전재만씨가 장인 이희상 전 동아원 회장과 공동 운영 중인 양조장 ‘다나 에스테이트’ 역시 비자금 창고 의혹을 받고 있다. 우원씨는 지난달 이곳에 관해 “‘검은돈’의 냄새가 난다”거나 “최고의 돈세탁 시설이 아닌가 싶다”고 직격했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미국 내 고급 와인 산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위치했다. 해당 양조장에서 생산된 와인들은 비교적 고가에 판매된다. 비싼 품목은 한 병에 100만원을 호가한다. 이마저도 회원제로 사전예약을 해야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5월 이뤄진 한미정상회담 만찬 테이블에 오른 와인인 ‘바소’ 역시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주다. 이 양조장의 현재 가치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원은 이곳에 700억 이상을 꾸준히 투자했다. 2016년 동아원이 무너지면서, 이곳의 경영권이 사조그룹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출판사, IT기업, 양조장…
보여도 이제 못 잡는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이 전 회장 측이 경영권을 되찾은 상태다. 


전재만씨가 양조장 대표로 활동한 이후로 이곳에 전씨 일가의 비자금이 흘러갔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으나,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원씨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가서 땅값을 확인해보라. 게다가 와이너리는 대규모 최첨단 시설이 필요해 돈이 넘쳐나는 자가 아니고서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절대 아니다”고 지적했다.

양조장 사업 시작부터 상당한 비자금이 투입됐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우원씨는 일가가 고가의 미술품을 활용해 비자금을 은닉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2013년 전씨 일가에게서 다양한 미술품을 압수해 추징금을 환수한 바 있다.

최씨는 지난 7일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서 우원씨와 통화하며 “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 김환기 화가의 대표작 파란 그림이 있었다. 문짝 두 개만한 크기의 몇 십억원짜리 그림이었다”며 “(전우원씨가)어릴 때 우리 집 식탁 뒤에 걸려 있었는데 아빠(전재용씨)가 액자만 버리고 그림만 말아서 새엄마(박상아씨)에게 갖다줬다”고 증언했다.

전씨 일가는 2013년 9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미납 추징금을 모두 납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전두환씨가 2003년 재판서 자신의 예금액이 29만1000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지 10년째 되던 해였다.

전씨 일가가 자진 납부를 약속하면서, 검찰은 연희동 자택을 비롯한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모두 1703억원(당시 추산가) 상당을 추징할 방침이었다. 전두환씨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살짝 웃도는 액수였다.

하지만 전씨 일가의 반발과 연이은 소송으로 추징금 환수율은 답보상태에 놓였다. 전씨 일가가 자진 납부를 공언했던 2013년에서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도, 환수율은 58.2%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매 수익 추징을 두고 법적 분쟁 중인 오산 땅(55억원 상당)을 포함해도, 미납 추징금은 867억원이 남는다.

부역자들
입 열까?

2021년 11월 전두환씨가 사망하면서 비자금 추적과 추징금 집행은 사실상 요원해졌다. 비자금 조성에 직접 관여한 이의 ‘양심선언’ 없이는 실체 파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원씨는 앞으로 또 다른 양심선언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돈세탁을 도와주신 분들은 당연히 얻는 게 너무나 많기 때문에 충성을 다하고 지금도 입을 닫고 있다”며 “대가로 받은 것들이 회사나 아파트 등”이라고 말했다. 우원씨와 최씨는 전두환씨의 비서들이 목동 소재 아파트 등을 보수로 받아갔다고 주장한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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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