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족수’ 정개특위 발 여야 동상이몽

국힘 “현행 유지 및 축소해야”
민주 “세비 줄이고…” 온도 차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국회의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예산은 동결하는 것을 전제로(의원 정수를) 30~50명 늘리는 안들이 나오고 있다. 80~90% 의원들이 동의할 것이다.”(지난달 1일, 김진표 국회의장의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이후 같은 달 22일,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50명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정개특위에 제출했다. 기존 300명에 50명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우자는 것이다.

김 의장이 쏘아올린 ‘의원 정족수’ 논란은 지난 17일, 정개특위가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서 의결해 국회 전원위원회에 올릴 3개의 선거제도 개편안 중 2개안(2‧3)에 35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거제 개편안은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의 1안(민주당)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2안(민주당) ▲도농복합 선거구제(도시 중대+농어촌 소)+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국민의힘)의 3안으로 제출됐다.

여야로 구성된 전원위원회서 350명 증원에 동의했으나 국민적 여론이 ‘반대’로 형성되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의원 수가 늘어나는 안은 상정할 가치조차 없다”며 급한 불을 껐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려는 근본 취지는 민주당이 비틀어놓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국적·정체불명 제도를 정상화하자는 데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서 의원 정수를 전혀 늘려선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소선거구제에 문제가 있으니 가급적 중대선거구로 해 진영 대결을 지양하자는 의견이 있었는데도 우리 당의 뜻과 전혀 다른 내용이 통과됐다”며 “의원 정수를 늘리는 꼼수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은 “비례대표 폐지와 선거구 개편을 통해 국회의원 수를 최소 100명 이상 줄여야 한다”며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을 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비례 의석이 늘어날 경우 군소정당들의 출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장 내년 22대 총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국민의힘은 한 표라도 더 가져와 여대야소 정국을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결정적으로 의원 정족수 증원에 대한 국민적 반발 여론이 좋지 못한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도 반박에 나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도 당연히 의원 정수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할 문제고 국민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의장 자문위가 다양한 의견을 내놨고 이를 들어보자는 차원인데 나머지(민주당)는 선뜻 동의하고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것처럼 상대를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나쁜 정치 행태”라고 지적했다.

반면 같은 당 이재명 대표는 의원 정족수에 대한 어떤 입장도 내지 않았다.

같은 당 이탄희 의원도 21일 “세비부터 절반으로 줄이고 토론하자”며 진화에 나섰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세비는 2022년 기준으로 약 1억5500만원, 월평균 1285만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한국 가구당 평균소득은 6414만원(2021년 기준)이다. 즉, 기존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가구당 평균소득에 맞춰 국민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국민의 생활 감각으로 의정활동을 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파격적’인 제안도 동료 의원들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절반이나 깎인 세비를 받으면서 과연 의정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해당 결의안은 오는 22일, 전체회의 통과 시 이튿날인 23일 본회의를 열고 전원위 구성을 의결하게 된다.

앞서 지난해 11월18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의원 정수를 늘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전국을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등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연동해 의석 수를 배분하고 지역구(220석)와 비례대표(110석) 의원 비율을 2 대 1로로 조정해 전체 국회의원 의석 수를 총 330석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 현행 의원 수를 300명에서 30석을 늘리는 대신, 관련 예산은 동결토록 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정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이어야 한다. 앞서 여야는 2016년, 20대 총선에 앞서 의석수 300석을 유지하면서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변경하는 데 합의한 후 현재까지 이대로 운영되고 있다.

정가에선 워낙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자칫 당리당략에만 매몰됐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우려 목소리도 제기됐다. 또 현행 거대 양당체제의 기득권 구조에서 굳이 비판 여론을 감내하면서 정족수를 증원하기에는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국회의원들의 세비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의원이 제안한 세비를 절반으로 감축하는 게 핵심이 아닌,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부분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때 정가에 몸담았었다는 정계 인사는 “국회의원들이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 및 법안 발의 등 의정활동을 보면 몇 몇 의원들은 활발하게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의원들을 볼 수 있다”며 “단순히 국회의원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350석 논란의 핵심은 세비가 아닌 말 그대로 의원들의 정족수를 늘리는 것”이라며 “민생은 뒷전이고 여야로 갈라져 서로 치고받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꼬집었다.


<par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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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