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못 잡는’ 학폭 공소시효의 한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20 14:36:19
  • 호수 14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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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힘 있는 놈들의 나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성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어떤 학생에게 학교는 ‘폭력’의 장소다. 학교폭력을 당한 이들은 스스로를 ‘생존자’라고 부른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6일 16개 시도교육감이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은 1.7%인 5만4000명으로 2021년에 비해 0.6%p 증가했다. 학급별로는 ▲초등학교 3.8% ▲중학교 0.9% ▲고등학교 0.3%로 나타나, 모든 학교서 학교폭력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피해 유형별 응답 비중은 언어폭력(41.8%), 신체폭력(14.6%), 집단따돌림(13.3%) 순이었다.

드라마
한 편으로…

과거에는 학교폭력 심각성이 조명되지 않았으며 가해자 처벌 수위도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피해자를 두고 “당한 사람이 잘못” “당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 “철없는 애들끼리 장난친 것” 등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2020년대부터는 학교폭력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서 방영한 드라마 <더 글로리>가 큰 인기를 끌어 학교폭력 심각성을 다시 인지시켰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한다. 학교폭력이나 그에 준하는 따돌림으로 피해자 자존감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심각한 경우는 평생을 정신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자해 내지는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심한 폭행을 당한 경우 영구적인 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질병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다.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비해 가해자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몇몇 가해자는 피해자를 찾아가 용서를 빌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정부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해당 법 제20조(학교폭력의 신고 의무)에는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받은 기관은 가해 학생 및 피해 학생 보호자와 소속 학교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기재돼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신고를 하는 것도, 부모에게 자신이 겪은 피해 사실을 알리기도 어렵다. 신고 후 2차 가해가 있을 수도 있고, 신고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촉법소년 연령 기준으로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다.

학교생활 내내 끔찍했던 폭력 피해
고소장 접수했지만…공소시효 8개월

이런 상황이 복잡하게 작용해 학교폭력 피해자는 성인이 된 후 가해자를 상대로 학교폭력 고소장을 접수한다. 그러나 이 시기는 사건 공소시효가 임박했거나 지난 상황이 많다.

부산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A씨는 학교폭력 피해자다. A씨는 초‧중‧고등학교를 경남의 한 지역에서 다녔고 12년 동안 학교폭력을 당했다. A씨는 자신을 ‘생존자’라고 부른다.

A씨는 현재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대인관계 형성 어려움 ▲불안장애 ▲불면증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에서 1년간 치료 중이다. 게다가 현재까지 알 수 없는 복통을 앓고 있다. 학교폭력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전 기간 동안 당했다. 종류는 ▲집단따돌림 ▲폭행 ▲특수폭행 ▲상해 ▲특수상해 ▲모욕 ▲갈취 등이다. 


A씨는 “오랜 기간 폭력에 노출돼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자신이 당한 학교폭력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거슬러 올라가 설명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 때부터 A씨는 집단따돌림을 받았다. 같은 반 남학생 친구는 A씨를 교실의 초록색 칠판 가운데 데려다 놓고 발로 찼다. A씨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기 전까지는 폭력이 멈추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A씨를 향해 지우개, 연필, 볼펜, 교과서, 의자 등을 던졌고 A씨의 교과서와 실내화를 화장실 변기통에 집어넣었다. 어떤 날은 실내화 안에 압정을 넣어서 실내화를 신다가 발을 다쳤다. 괴롭힘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A씨 어머니는 A씨가 학교폭력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눈치채 A씨를 인근에 있는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 조치했다.

총 12년
“생존자”

전학으로 끝날 줄 알았던 학폭이었으나 이는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전학 간 곳의 친구들은 A씨를 두고 “얘, ○○초등학교에서 왕따당해서 전학해온 거래. 더럽고 냄새가 난다”며 욕설과 구타를 수차례 가했다. 무리 지어서 노는 애들은 A씨를 두고 “○○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근처에 A씨가 있으면 일부로 어깨를 강하게 밀쳤고, 체육시간에는 A씨 머리 위로 모래를 뿌리거나 돌을 던졌다. 같은 반 아이 중 한 명은 A씨 어머니를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얼굴의 붉은 점을 보고 “다리미로 지졌다. 병○ 아니냐”며 모욕적인 발언을 이어나갔다.

남학생은 A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A씨가 지나가면 때리려는 행동을 취했다.

학교폭력은 중학교 입학 후 더 심해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괴롭혔던 아이들이 그대로 중학교로 갔던 탓이다. 그들은 A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갔고, 샤프로 A씨의 몸을 찌르는 등 폭행을 일삼았다. 한 번 폭행을 시작하면 10분 이상 지속됐고, 교과서를 찢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체육복과 교과서를 훔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로 A씨를 끌고 가 변기에 A씨의 얼굴을 넣으려고도 했다. 같은 반 학생은 47명으로 직접 괴롭히진 않았지만 A씨를 피했다. A씨가 같은 반 아이와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면 “쟤, 왕따다”고 말해 훼방을 놨다.

이동 수업 중 쉬는 시간에는 화장품을 A씨 머리 위에 붓고 분무기를 머리에 뿌렸다. 선생님이 오자 A씨의 머리를 털어주는 척 화장실에 데려갔다. 화장실에서는 다시 A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머리와 배, 다리, 등 위주로 여러 차례 폭행했다.

보호 뒷전
무방비 노출


이때부터 A씨는 학교를 벗어나기 위해 제과제빵 학원에 다녔다.

고등학교서도 학교폭력은 지속됐다. 고등학생 때는 같은 반 아이가 수업 중 A씨를 복도로 불러내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겁이 났던 A씨는 야간자율학습과 방과후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5교시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다른 지역 미용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을 땄다. 대회가 있으면 무조건 참가해 상을 받았다. A씨에게 미용은 학교서 도망치는 수단이었다. 

미용은 꿈이 아니라 생존수단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집에서 새벽 2시까지 연습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폭력 수위가 높아졌다. 같은 반 아이 한 명은 A씨의 자물쇠 다이어리를 갈취해 교실에서 큰 소리로 내용을 읽었다. A씨가 하지 말라고 말리자, 욕을 하며 A씨의 머리채를 잡았고 다이어리 모서리 부분으로 A씨 어깨 쇄골 부분을 2차례 가격했다. 그리곤 다이어리를 던진 뒤 뺨을 때리고 무릎으로 A씨 배를 올려 찼다.

A씨는 가해자를 상대로 현재 특수상해죄로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5월과 11월이라는 점이다. 그전에 있었던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


경찰 신고해도 막을 수 없는 가해자
“잔혹성은 나이를 가리지 않아” 지적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B양은 지난해 4월, 한 학년 위 선배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 그 선배는 B양이 다니던 학원에 장애가 아이를 향해 신체 비하 발언을 했고, 지나다니며 치거나, 욕을 했다. 선배는 계속해서 욕하면서 길을 막았다.

B양이 지나가다가 선배 얼굴에 오른쪽 팔 옷이 스쳤다. 순간 선배는 “너 애미가 그렇게 가르쳐서 행동이 그렇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옆에 있던 아이들이 놀라 관리자에게 말했고, 가해자에게 사과하라고 했지만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B양을 보면 “죽여버린다. 한쪽 팔이 없어져야 한다”고 협박했다. 하원 후 가해자는 B양을 따라와 팔을 때리며 “집에 가서 말하면 죽는다. 경찰에 신고한다”고 협박했다.

가해자는 B양의 집까지 찾아와 유리창에 돌을 던져 금이 가게 했다. B양 부모가 학교에 해당 사실을 전달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경찰서에 신고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학교폭력 피해자는 무방비하게 폭력 상황에 노출된다. 부모가 직접 나서도 피해를 막기 힘들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학교폭력에만 ▲공소시효 폐지 ▲촉법소년 폐지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피해자 입장 중시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가해자로부터 피해자 완벽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학교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공간에 만날 수밖에 없는 것 ▲피해자가 학생일 때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움 등의 공통점 때문에, 일반 사건과 동일한 법을 적용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다.

이제 와서?
반성은커녕…

A씨는 “학교폭력의 잔혹성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나는 고등학생 때 당한 학교폭력이 가장 최근이지만, 기억은 초등학생 때 겪은 학교폭력이 가장 선명하다. 제발 어리다고 법의 잣대를 피해 가지 않길 바란다. 내가 겪은 사건은 8~9년 지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소시효가 지났는데, 그 당시 가해자는 반성은커녕 ‘기억이 안 난다’ ‘지어내지 말라’ ‘스토커 신고하겠다’고 말한다. 이건 가해자의 부모도 마찬가지”라며 “나는 재난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재난에는 이유가 없다. 그러니 앞으로 내 아이가 학교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도와달라. 사람이 만든 재난은, 사람이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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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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