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건설 생사 갈림길, 왜?

멈춘 현장…막힌 돈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돈의 흐름이 막히면서 공사 현장은 줄줄이 멈췄고, 어느새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이 와중에 방만 경영의 흔적마저 곳곳으로 드러나면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1969년 세림개발산업으로 설립된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수차례에 걸쳐 주인이 바뀐 전례가 있다. 1989년 진로그룹에 인수됐지만, 자금난을 겪다가 2003년 대우조선에 매각됐고, 2019년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에 또 한 번 팔린 아픔을 겪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코퍼레이션그룹 계열사인 한국테크놀로지의 휘하에 놓여 있다. 지난해 기준 도급 순위는 83위이고, 자체 아파트 브랜드 ‘엘크루’를 보유 중이다.

암담한 현실

최근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 6일 서울회생법원은 대우조선해양건설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22일 사측으로부터 임금 34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노조가 회생신청을 제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12일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재산을 동결하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현재 대우조선해양건설 채권자 명단에는 건설공제조합 외 462인이 등록됐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상위 100위에 포함된 건설사가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춘천 레고랜드 사태 이후 무겁게 가라앉은 PF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참여한 건설 현장에서 공사 중단이 속출하는 등 사전 징조가 보였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평창 스위트엠 엘크루’ ‘고성 스위트엠 엘크루’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 ‘속초 영랑호 엘크루 라테라’ 등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업체에 대한 대금 미지급 문제가 불거졌다.

회사의 수익성이 최근 들어 급격히 나빠지면서 사태 해결이 요원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2020년 23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188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기준 70억원대 누적적자로 전환된 상태다.

이런 와중에 외부 압박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건설 사무실 등을 찾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4월 콜센터운영대행업체 한국코퍼레이션과 한국테크놀로지 사무실, 김용빈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중견 건설
여기저기 민폐…회생불가?

한국코퍼레이션은 김 회장이 실질적인 소유주로 알려졌고, 한국테크놀로지의 대주주인 한국이노베이션은 김 회장과 한국홀딩스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홀딩스 대주주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2018년 한국코퍼레이션 유상증자 당시 빌린 돈으로 증자대금을 납입한 뒤 유상증자가 완료되자 이를 인출해 차입금을 변제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0년 3월 감사인의 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미공개 중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보유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회생절차에 돌입할 정도로 회사 경영상태가 악화됐음에도 정작 김 회장은 사적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일 KBS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법인카드로 서울 청담동의 한 명품매장에서 1500만원을 결제했다.


인근 골프용품점에서는 79만원이 계산됐고, 근처 피부과에서는 500만원 가까이 사용 내역이 찍히기도 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김 회장 명의의 법인카드로 사용된 접대비와 업무추진비는 각각 2억1000만원, 1억2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건설 부실은 스포츠 분야에도 커다른 불똥을 남긴 형국이다. 프로농구 구단 고양 캐롯의 최근 선수단 급여가 밀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구단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스포츠가 운영 중이다.

컬링 분야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 회장은 2021년부터 맡고 있던 대한컬링연맹 회장직을 지난 3일 내려놨다. 최악의 경우 오는 4월 강릉에서 개최되는 2023 믹스더블(혼성 2인조) 세계선수권대회에 앞서 수장을 찾지 못할 수 있다.

터져나온 잡음

골프 분야에서는 대회가 취소되는 촌극이 발생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주관으로 지난해 9월 열릴 예정이었던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 2022‘는 대회 스폰서였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운영비를 완납하지 못해 개막 하루 전에 취소가 결정됐다. 현재 KLPGA는 대우조선해양건설 채권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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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