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이재명 순장조 손익계산서

들어가면 못 나온다 나가면 못 들어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가결이냐, 부결이냐. 어떤 결론이든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들이 또 있다. 구속 수감돼있거나 재판 중인 야당 대표의 측근이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정국을 달구고 있다. 국민 여론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행보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아래부터 위로 훑어 올라가던 검찰 수사는 ‘윗선’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검찰이 먼저 국회의원, 당 대표 등 이 대표의 방탄조끼 틈새로 칼을 밀어 넣었다. 

검찰 던지고
국회 받는다

지난 16일 검찰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3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4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최종 결재권자로서 초과 이익환수조항을 빼도록 결정하면서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배당받도록 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측근을 통해 민간사업자에게 성남시나 성남도개공 내부 비밀을 흘려 민간업자가 총 7886억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한 혐의도 있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2013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사업자 공모 전 민간업자에게 내부정보를 알려주면서 사업자로 내정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211억원의 부당 이익을 얻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됐다.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 대표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는 대가로 이들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건축 인허가나 토지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

대장동·성남FC로 영장
체포동의안 가결? 부결?

또 뇌물을 공여받은 것임에도 기부받은 것처럼 기업이 이 단체를 통해 성남FC에 돈을 지급하게 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으로 3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진술서로 갈음한다면서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더 이상의 추가 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희대의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검사 독재정권의 헌정질서 파괴에 의연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라며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 내린 날”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 일은 성남시장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법 절차에 따라 지역을 개발하고 주민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민간에게 넘어갈 과도한 개발이익 일부를 성남시민에게 되돌려 드린 것”이라며 “단 한 점의 부정행위를 한 바가 없다. 부정한 돈 단 한 푼 취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국회의원은 헌법에 따라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이 대표를 구속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야 한다. 이 대표가 6·1 지방선거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민주당 의석수만 보면 체포동의안은 부결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국민의힘 115석,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7석 등이다. 

방탄 국회
그 위력은?

문제는 민주당에서 나올 수 있는 이탈표 수다. 169석 가운데 30명 안팎의 이탈표가 나오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다. 이 대표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 달래기에 나선 이유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체포동의안 가결과 부결 모두 악재가 될 수 있다. 가결되면 당 대표가 구속되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결 시에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주장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대표의 혐의와 관련해 정견 발표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은 이미 계산기 두드리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당장 내년 총선과 관련해 ‘공천’ 문제도 걸려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셈 계산을 하는 게 의원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굵직한 사건에 연관돼 구속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에 ‘증거인멸’이 들어가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녹음파일, 각종 보고 문건, 이메일 등 객관적 증거와 이와 부합하는 사건 관계인의 일치된 진술을 확보했다. 인적‧물적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장을 위시한 지역토착세력이 민간업자, 대기업 등과 유착한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범죄”라며 “부정부패 범죄로서 죄질,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 취득 이익이 막대하고 중형이 예상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고 부연했다.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검찰은 “이 대표 본인 및 측근을 통해 인적‧물적 증거를 인멸하거나 향후 계속 인멸할 우려가 현저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입단속 
효과 있나


최근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인 정성호 의원이 구속된 이 대표의 측근을 특별면회(장소 변경 접견)한 것을 검찰이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정 의원은 지난달 18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구속 기소)을, 지난해 12월9일에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구속 기소)을 서울구치소서 특별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의원이 두 사람에게 ‘마음 단단히 먹어라’ ‘알리바이 만들어라’ 등의 취지로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 기소)도 지난해 12월 특별면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실장, 김 전 원장, 이 전 부지사는 모두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정 의원이 정 전 실장을 위로했을 뿐이고 회유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전 실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고 검찰 기소에 매우 억울해하고 있다”며 “정 의원이 정 전 실장을 회유할 이유도 없고 회유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3명은 아직 이 대표에 대해 이렇다 할 진술을 한 적이 없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원장은 이 대표가 인정한 ‘최측근’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키맨’으로 분류된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3명이 입을 열 경우, 치명타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대장동 5인방의 경우 ‘각자도생’ 상태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정민용 변호사 등 5명은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사건 초기 구속됐다가 석방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는 이 대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작심발언’ ‘폭로’ 등의 표현이 나올 정도로 활발하게 언급 중이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검찰과 거래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형량을 낮추기 위해 검찰과 이른바 ‘딜’을 했다는 의견이다. 


유동규·남욱 입 열고 김만배 조용
정성호, 최측근·키맨들 관리 의혹

한국은 공식적으로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유죄협상제, 사전형량조정제도로 불리는 플리바게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을 뜻한다.

속사정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폭로 이후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았다. 

반면 김만배씨는 입을 꾹 다문 상태다. 석방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 그는 폭로전에서 한발 떨어져 있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김만배에게 들었다’는 식의 진술을 한 게 있어 김씨의 입에 검찰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최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법조계 인식이다. 

검찰은 지난 14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가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됐다 풀려난 지 약 3개월 만이다. 검찰은 김씨 주변의 자금흐름을 파악해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 의혹까지 연결될 가능성을 보고 있다.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결국 재구속됐다. 

여기에 50억원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재점화된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규명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북송금 의혹 등에 연루돼 구속 상태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도 초기 입장에서 선회해 입을 열었다. 김 전 회장의 입이 열린 이상 그의 금고지기로 알려져 있는 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의 입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는 쌍방울 계열사 간 자금흐름을 꿰고 있어 대북송금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분류된다. 

지금부터 
거리두기

이 대표는 측근이 대부분 구속되거나 기소되면서 ‘사면초가’ 상태다. 이들의 입에 이 대표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 대표의 운신 폭은 자유롭다. 169석 거대 야당의 대표라는 방탄조끼도 입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영어의 몸’이 되면 주변인물에 대한 지배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운명의 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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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