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 쳤나? 안철수 “총선 후 대표직서 사퇴하겠다”

“제 모든 진정성은 정권교체”
명예 대표론엔 부정적인 입장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6일 “총선 직후 당 대표직서 물러나겠다”며 사실상 배수진을 쳤다. 안 후보 입장에선 이번 국민의힘 당권 도전마저 미역국을 마시게 될 경우, 정치적 입지가 심하게 좁아질 수 있는 만큼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진행자의 전날 TV조선 TV 토론회 관련 발언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제 모든 진정성이 정권교체에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제가 대선에 출마하려고 (당 대표직을)이용하겠다는 마음이 아닌 걸 국민들은 아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부 안 후보의 지지자들 사이에선 안 후보가 이번 3·8 전대서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배신자로 낙인찍혀 탈당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제가 처음 정권교체를 시작했던 사람이니 총선서 승리해서 국회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면 제 소임은 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22대 총선까지 약 13개월 동안만 국민의힘 지휘봉을 잡아 총선을 진두지휘해 승리로 이끈 뒤 여대야소 정국으로 만든 뒤 이른바 ‘아름다운 퇴장’을 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당헌당규로 보장돼있는 2년의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하차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서 제기된 이른바 ‘당정일체론’에 대해선 “당정일체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상호보완적이고 서로 협력관계로 가야 된다는 것은 당헌에도 나와 있고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용산보다는 당이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더 많아 민심을 훨씬 더 잘 알 것”이라며 “용산서 민심과 다른 그런 결정이나 행보를 보였을 때 그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하고 보다 더 좋은 민심에 맞는 것들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 대표론’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안 후보는 “전당대회 와중인데 자칫하면 국민들께서 대통령이 당무 개입한다는 그런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대통령을 전대에 끌어들이는 게 내년 총선 승리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선출되고 난 후 그때도 이런 요구들이 있다고 한다면 당원들의 뜻을 모으고 총선에 도움이 될 것인가, 어느 정도 될 것인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건의드리는 게 맞다”며 “(전대 이후에는)고려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진행자의 TV 토론회 점수를 묻는 질문에는 “마음 같아선 10점 주고 싶지만 9점이나 8점”이라고 답변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최근 최대 경쟁자로 평가받고 있는 김기현 후보가 자신을 앞선다는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상황인 만큼 어떻게든 반등의 모멘텀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한다.

게다가 앞으로 예정돼있는 TV 토론회가 그에게는 득보다는 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지층 일각에선 당장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안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 국제컨벤션센터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서 배우자인 김미경 교수가 지난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저는 국민의힘에서 뼈를 묻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른바 ‘철새 정치인’ ‘외부인’이라는 당원들의 인식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당의 혁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공정한 공천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이 원한다면 어디든 출마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붙으라면 기꺼이 붙겠다”고 ‘험지 출마론’ 수용을 시사했다.

또 김 후보의 낮은 인지도를 겨냥해 “당 대표는 당의 얼굴이다. 국민이 누군지도 모르고 자기 것도 없이 어딘가에 기대 얹혀사는데 거대 민주당과 싸워 이긴다는 건 어림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도권 및 2030 청년층의 당원이 급증한 것을 감안한 듯 안 후보는 “수도권서 이기려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보수를 기반으로 중도와 2030세대 마음까지 잡는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가 먼저 변하고 혁신해서 우리는 개혁, 민주당은 반개혁의 구도를 세워야 한다. 우리가 먼저 미래 대 과거에서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며 “시대착오적인 진영정치를 부수고 실용 정치로 청년층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대 대선후보 TV 토론회 당시 안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는 질문 등의 질문으로 입길에 오르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바 있다.

게다가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안 후보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 때문에 ‘안초딩(초등학생)’이라는 호칭도 붙었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로 나섰던 홍 시장은 “TV 토론 뒤 SNS를 보니 별명들이 생겼다”면서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 후보를 ‘안초딩’이라고 불렀다.

5년 후인 2021년 2월18일, 홍 시장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 후보와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후보단일화 TV 토론회를 두고 “지난 대선 때 토론하는 것을 보고 ‘안초딩’이라고 놀렸던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안 후보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당원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 → 당원투표 100%’ ‘과반 특표자 없을 시 결선투표’의 변경 룰이 다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당원 비중이 지난 2021년, 6·11 전대 당시에 비해 수도권 및 2030세대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 후보 캠프 쪽에선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실제로 2년 전엔 TK(대구․경북)과 PK(부산․경남) 선거인단 수가 약 16만8000명으로 과반을 차지했었으나 현재는 39%로 다소 감소했다. 37.7%인 수도권 선거인단 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당심이 전 같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전대룰 변경에 대해 “민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며 특히 비윤(비 윤석열)계 인사들 사이에서 반발이 심했던 데다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의 주도로 이뤄졌던 만큼 당원들이 어느 계파에 좀 더 힘을 실어줄 지는 뚜껑을 열아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후보는 안 후보의 연속 이틀 ‘총선 후 대표직 사퇴’ 약속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공천을 다 마쳤고 선거를 다 마쳤는데 계속 대표할 필요가 없으니 그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권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될 텐데 왜 그렇게 우회적으로 꼼수처럼 비칠 수 있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준석계 천하람 후보도 YTN라디오 인터뷰서 “안 후보가 총선이 끝난 후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당을 원만하게 안정적으로 이끌 자신이 없느냐는 점에서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kangjoom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