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패 손에 쥔 코오롱 후계자

성공 카드 잡고 고? 스톱?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코오롱그룹 후계자의 존재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룹 차원의 조직개편과 초고속 승진이 맞물린 덕분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를 떨쳐낼 기회마저 제공받았다. 물론 충분한 성과가 뒤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11월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부사장을 사장 승진 명단에 포함시켰다. 2020년 부사장 임명과 함께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을 맡았던 이 사장은 2년 만에 사장으로 영전할 수 있었다.

최적의 조건

이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자동차 부문 성장 전략은 최근 들어 밑그림이 한층 명확해진 양상이다. 지난 4일 코오롱그룹은 수입차 판매 등 모빌리티 분야를 전담하게 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공식 출범했다고 알렸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오는 31일 인적분할에 따른 재상장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7월 코오롱글로벌에서 자동차 부문을 떼어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인적 분할한다고 공표했던 사안의 연장선상이다. 당시 코오롱글로벌은 이사회를 통해 회사를 건설·상사 부문과 자동차 부문으로 나누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사장을 보좌하는 역할은 전철원 사장이 맡기로 했다. 전 사장은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사장까지 오른 영업통이다. BMW본부를 이끌며 보여준 성과를 인정받아, 부사장에 오른 지 1년 만인 지난해 11월 이 사장과 함께 승진 명단에 포함됐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또 한 명의 대표이사로 낙점받았다.


새롭게 출범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5대 핵심 모빌리티 사업으로 ▲브랜드 네트워크 강화 ▲인증 중고차 확대 ▲온·오프라인 역량 겸비 사업자 진화 ▲사업 카테고리 확장 ▲신사업 진출 등을 정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산하에 BMW와 롤스로이스 등 자동차 브랜드, 뱅앤올룹슨과 보스 등 오디오 브랜드의 판매사업을 두고, 수입차 판매 법인인 코오롱아우토(아우디), 코오롱오토모티브(볼보차), 코오롱제이모빌리티(지프)를 자회사로 편입한다.

재계에서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 만큼, 이 사장이 이참에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부호를 완벽히 떨쳐낼 수 있을 거란 견해가 나온다. 이 같은 기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이 사장 입장에서 실패할 확률이 극히 낮은 패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존재감 커지는 최근 행보
능력 검증 시험대 올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지난해 매출 2조2000억원, 영업이익 7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20%에 가까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2025년에는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상승세가 이어지면 이 사장의 공헌도는 덩달아 부각될 수 있다. 이 경우 지지부진했던 지분 승계 절차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코오롱 최대주주는 지분 49.74%(627만9798주)를 보유한 이 명예회장이다. 이 사장은 임원으로 승진한 지 약 7년이 지났음에도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후계자가 경영일선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지분 승계 과정을 밟는 일반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설령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단기적 성과가 기대치를 밑돌더라도 이 사장은 경영실적에 심각하게 연연해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다. 이 사장은 미래 성장 전략 수립과 신사업 발굴 등에 집중하고, 전 사장은 판매망 및 AS 관리 등 신설 법인의 영업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맡는 구도인 까닭이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성장세가 미진하다면 이 사장 역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이 경우 최근 들어 그나마 희미해진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1984년생인 이 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 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했고, 2년 후 코오롱글로벌 부장,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2018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로 명함을 바꿔 달았다. 전무 승진 이후에는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책을 통해 패션 부문의 전권을 넘겨받았다.

곧바로 이 사장은 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패션 부문에 칼을 들이댔다. 브랜드를 젊은 이미지로 새롭게 구축하고, 오프라인 일변도의 기존 유통구조를 온라인과 모바일로 재편했다. 온라인 사업 강화, 비아웃도어 사업 추진 등 대대적 체질 개선 움직임도 이어졌다.

물음표 지우나

그러나 분주하게 밑그림을 그리는 것과 별개로 특별한 성과는 없었고, 위상 추락이 뚜렷해졌다. 2010년 연매출 ‘1조 클럽’에 진입했던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 부문은 2019년 1조원 이하의 매출을 기록하며 대외 위상 하락을 실감해야만 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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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