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코너 몰린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장롱 속 수상한 현금 뭉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4선 중진의 국회의원이 막다른 길로 내몰렸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뇌물수수 혐의의 수렁에 빠졌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노 의원은 계속 결백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당의 ‘엄호사격’은 미미한 수준이다. 여차하면 ‘방탄 프레임’이 덧씌워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마저 읽힌다. 

“저를 버리지 말아 달라. 간절히 부탁드린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3쪽짜리 편지를 동료 의원들에게 돌렸다. 다음날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노 의원은 현재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돌아선 당심
찬밥 신세?

노 의원은 유력 정치인의 아들에서 4선 중진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1957년8월3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공덕동에서 태어난 그는 고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이다. 노 전 부의장은 5선 국회의원과 국회부의장, 재선 마포구청장을 역임했다. 야권 인사 중에서는 드물게 출마한 선거에서 전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노 의원은 공덕초등학교와 대성중학교를 거쳐 대성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이 노 의원의 고등학교 시절 은사다. 당시 이 상임고문은 노동운동가 활동을 하는 동시에 대성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었다.

노 의원은 중앙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1985년에는 MBC로 이직해 2003년까지 몸담았다. 그는 MBC에서 보도국 기자로 시작해 사회부 차장까지 맡았다. 1990년 ‘혜영 용철 사건’을 보도해 영유아 보육법 제정에 일조하기도 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MBC 노동조합 위원장, 전국 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던 노 의원은 2004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다. 그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제17대 총선에 출마했다. 지역구는 서울 마포구 갑이었다. 이곳은 부친인 노 전 부의장이 제13대 총선에서 당선된 곳으로 10여년이 지난 뒤에 아들이 지역구를 넘겨받은 셈이다.

노 의원은 당시 크게 일었던 ‘탄핵 역풍’의 도움을 받아 초선에 성공했다. 득표율 44%를 기록하면서 39%를 얻은 한나라당 신영섭 후보를 제쳤다.

국회에 입성한 노 의원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열린우리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이후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재선을 노렸지만,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게 2.7%p 차이로 낙선했다. 정권교체·서울 뉴타운 개발 등의 영향으로 한나라당 우세가 일찍이 예견된 선거였다.

노 의원은 2012년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17대 총선에서 만났던 신영섭 후보과의 리턴매치서 승리했다. 이후 노의원은 2014년까지 민주통합당 서울특별시당 위원장,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노 의원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올랐다. 지역구 단수 공천을 받은 뒤 무난하게 과반을 차지했다. 공천 당시 당 지도부가 해당 지역구에 조응천 의원을 전략공천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돌았지만, 결국 터줏대감인 노 의원이 공천됐다.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전략공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당초 출마를 준비하던 강 수석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의석 탈환에 차질을 빚었다.

민주 4선 중진 뇌물수수 의혹…진실은?
녹취록 이어 집서 수억원 돈다발 발견


노 의원은 비교적 무난하게 당내 중진 반열에 들어선 반면, 원내대표 도전에서는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노 의원은 3선 의원이던 2016·2018·2019년 총 세 번이나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했지만, 매번 낙선했다.

노 의원이 2020년 21대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하면서 원내대표 4수 도전 여부가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노 의원은 함께 비문(비 문재인)계로 분류되던 정성호 의원이 출마하자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했다. 당시 여론조사 2위를 기록하는 등 무난한 당선이 예견됐다. 실제 개표 결과, 총득표율 13.17%(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당선 약 8개월 만에 최고위원 자리에서 내려왔다. 민주당이 지난해 4·7 재보선서 참패하면서 당 지도부가 총사퇴했기 때문이다. 이후 친문(친 문재인)계 도종환 의원을 주축으로 임시 비대위가 구성되자, 노 의원은 “국민들이 ‘이 사람들이 아직도 국민을 바보로 보는 거 아닌가’ 이렇게 보일 수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하지만 노 의원의 비판은 기우로 끝났다. 도 의원과 임시 비대위의 활동 기간은 단 일주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도부 총사퇴 직후부터 일주일 뒤 윤호중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만 자리를 지켰다.

노 의원은 지난해 6월 제9대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당초 예정된 임기는 내년 6월까지였지만, 지난 9월 사의를 표했다. 노 의원이 지난달까지 물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졌다.

야권 일각에서는 노 의원이 이재명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로 무언의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는 후일담이 나온다.

양측 간의 묘한 긴장감은 한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민주연구원은 지난 7월 ‘지방선거 평가보고서’에서 지방선거 패배의 주된 원인으로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지목했다. 이 대표를 비호하던 강성 지지층은 당시 뜨거웠던 ‘수박 논란’으로 노 의원을 몰아붙였다.

‘수박’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사용하던 일종의 멸칭이다.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른 수박의 특징에 빗대 이 대표를 비판하는 당내 인사를 ‘민주당인 척하는 보수인사’로 낙인찍는 용어다. 당시 노 의원은 수박 인사로 내몰린 데 이어 사퇴 요구에 휩싸였다.

아내 통해
수수 혐의

이후 양측은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 해촉 여부를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남 부원장은 10·29 참사 직후 SNS 실언 논란에 직면했다. 이에 노 의원은 당 지도부에 남 부원장 해촉 의사를 전했지만, 이를 당 지도부가 뭉갰다는 것이다. 남 부원장은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로 꼽힌다.

그러던 중 노 의원이 뇌물수수 의혹에 휩싸였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의혹 불똥이 노 의원에게 번졌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부총장이 사업가 박모씨에게 정치자금 3억여원, 인사청탁금 7억여원 등 총 10억원 남짓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었다.


이후 지난 8월 말 박씨의 녹취록이 추가 공개되면서 전 청와대 관계자와 야권 중진 정치인이 이 전 부총장에게 금품을 전달 받았다는 의혹이 함께 제기됐다. 검찰은 언급된 야권 중진 정치인으로 노 의원을 지목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 의원은 박씨의 아내 조모 씨를 통해 5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2월25일 박씨 아내 조모씨로부터 박씨 운영 발전소 납품 사업 관련 부탁을 받고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명목으로 현금 2000만원 ▲같은 해 3월15일 조씨 통해 박씨가 추진하는 용인 물류단지 개발사업 실수요검증 절차 관련 청탁을 받고 1000만원이다.

이 외에도 ▲같은 해 7월2일 한국철도공사 보유 폐선부지를 빌려 태양광 전기를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 ▲같은 해 11월22일 지방국세청장의 보직인사에 관한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 ▲한국동서발전 임원 승진인사에 관한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이다.

검찰은 지난달 중순 노 의원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노 의원의 국회 사무실·자택·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노 의원의 자택 장롱에서 3억원 상당의 현금 뭉치를 발견했다. 노 의원은 이 돈이 2014년과 2017년 부의금, 2020년 1월 출판기념회 후원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노 의원이 이자 수익을 볼 수 있는 은행 예금 대신 자택에서 거액을 보관해 온 점을 수상히 여기고, 돈의 출처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의 해명에도 의문점이 남는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현금 뭉치 일부가 띠지로 묶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노 의원 자택에서 확보한 현금 뭉치 3억 원 중 일부가 2020년 하반기∼지난해 초 날짜가 찍힌 띠지로 묶인 사실을 파악했다.


수사팀은 띠지에 적힌 시기와 노 의원 주장에 따른 현금 확보 시점이 맞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게다가 해당 현금은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하는 재산 내역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노 의원이 조씨를 만날 때 요구 사항 등을 메모한 의원 일정표, “노 의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조씨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미한
엄호사격

검찰은 지난 6일 노 의원을 불러 소환조사한 뒤 지난 1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에 명시된 혐의는 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자택 압수수색 당시 발견한 3억원에 관한 혐의는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이어 준비해온 사진을 가리키며 압수수색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앞서 밝힌 자금 출처 중)일부는 봉투조차도 뜯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십여개의 봉투에서 그 돈들을 일일이 꺼내봤다. 여기 당시 현장에 있던 축의금·조의금 봉투와 이를 꺼내서 돈뭉치로 만드는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 있다”면서 “압수수색 영장에도 없던, 목록에도 없던 걸 이렇게 불법으로 돈뭉치를 만들어서 저를 부패 정치인으로 낙인찍었다. 명백한 증거 조작이고, 증거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에 묻겠다”며 “왜 각각의 봉투에 있던 돈을 다 꺼내서 돈뭉치로 만들었는가. 증거로 인정되려면 현상 그대로 보전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이것이 윤석열·한동훈 검찰이 야당 정치인을 수사하는 방식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가 제출한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지난 15일 국회에 접수됐다. 현역 국회의원인 노 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이 있다.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려면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요구서를 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해야 한다. 국회는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열어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야 한다.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노 의원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대대적인 ‘엄호사격’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검찰과 정부를 매섭게 비판하면서도 체포동의안 부결 당론은 채택하지 않았다.

국회로 넘어온 체포동의안
가부 상관없이 ‘가시밭길’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직후 “노 의원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안 수석대변인은 “노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노 의원이 자신의 무고함을 밝힐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는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영장 청구는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원칙에 반하는 과잉 청구로, 노 의원의 방어권과 의정활동을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의원은 그간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했고, 불구속 상태에서도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했다”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사정이 없는데도 검찰은 피의사실 유포 등을 통해 노 의원에게 주홍글씨를 새겨 넣으려 한다”고 맹폭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노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고 결과를 의원 자율 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앞서 민주당은 노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탄압’으로 규정했지만,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기에는 부담을 느낀 것이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체포동의안 가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지만, 부결을 밀어붙일 경우 기존의 ‘방탄 정당’ 이미지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 의원이 의총에서 신상 발언을 요청해 검찰 수사의 편파성을 지적하며 공정하게 수사받을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며 “체포동의안에 대한 입장을 당론으로 정할지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해 검찰에 대항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도부는 자율 투표로 가더라도 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피하면서도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방안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지도부 안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아예 당론으로 박아둬야 한다는 강경론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향후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노 의원 건이 가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라는 것이다.

여론이 
더 무섭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당초 지난 16일 본회의 상정이 유력했다. 하지만 여야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함께 미뤄졌다. 다만 체포동의안 가부 여부와 상관없이, 노 의원 앞에는 당분간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망이 점차 조여들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국민 절반 “폐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도착했다.

가부 여부를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상반기 국민 절반 이상이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론조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20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5월17~18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38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0.1%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폐지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중대범죄에 제한해서 불체포특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응답은 23.0%를 기록했다.

반면 ‘현행 유지’ 응답은 16.7%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계양을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불체포특권 찬반 논쟁이 일었다.

이 대표가 검찰 수사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국회 입성을 노린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제21대 국회의 첫 체포동의안은 이 대표가 아닌 노 의원 몫이 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18명이며, 응답률은 3.3%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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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