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사 들인 고려아연 지분경쟁 내막

선대의 끈끈한 유대는 어디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창업주들의 뜻을 이어받아 70년 넘게 끈끈한 동업관계를 이어온 영풍그룹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 사이에서 고려아연 지분 늘리기 경쟁이 표면화된 것이다. 지분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장씨 가문과 백기사를 끌어들이기 시작한 최씨 가문의 물밑경쟁이 예사롭지 않다.

영풍그룹은 고 장병희 창업주와 고 최기호 창업주가 손을 잡고 1949년 문을 연 ‘영풍기업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두 가문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영풍그룹이 70년 넘게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작용했다. 장씨 가문은 ㈜영풍, 최씨 가문은 고려아연을 각각 경영하며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 중이다.

암묵적 합의
달라진 기류

영풍그룹은 2010년대 중반경부터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해왔고, 이후 두 가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크고 작은 변동이 목격됐다. 특히 장씨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장씨 일가의 ㈜영풍 주식 보유량이 최씨 일가를 크게 앞지르게 된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장씨 일가는 고려아연 지분을 줄이고, 최씨 일가는 ㈜영풍에 대한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장형진 전 영풍그룹 회장이 고려아연 계열사인 서린상사가 보유하던 ㈜영풍 지분 10.36%를 1330억원에 매입하면서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반대로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은 2018년 PCB(연성회로기판)를 납품하는 영풍의 계열사 인터플렉스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하지만 최근 영풍그룹에서는 기존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 상태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사이에 둔 물밑경쟁이 자칫 70년 넘게 이어진 동업관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형국이다.

갈등의 전조는 지난 8월 부각됐다. 당시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분야에서 한화그룹과 사업 제휴 및 지분 투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는 한화그룹과의 긴밀한 사업적 협력관계가 구축됐음을 의미했다. 

공교롭게도 장 회장은 협력에 대한 안건을 승인하는 이사회에 불참했다. 최근 3년 사이 장 회장이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렇게 되자 파트너십 체결이 장 회장의 의중을 벗어난 결정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게다가 장씨 가문 휘하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가 고려아연 주식을 장내 매입하자, 두 가문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해석했다.

예고된 수순
분쟁 표면화

고려아연의 자사주 정리 결정은 두 가문의 갈등 국면을 부각시킨 또 하나의 사례였다. 지난달 23일 고려아연은 보유 중이던 자사주 6.02%를 처분했다. 전체 처분 금액은 7868억원이고, 처분한 자사주는 119만5760주에 달했다.

고려아연은 신성장동력인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배터리 소재, 자원순환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추진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LG화학(2576억원), ㈜한화(1568억원)와 4144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나머지는 트라피구라(2025억원), 모스탠리(653억원), 한국투자증권(1045억원)으로부터 3723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썼다. 자사주를 넘기고 해당 지분율만큼 투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변곡점 앞둔 ‘한 지붕 두 가족’
포기할 수 없는 각자의 이유

재계에서는 장씨 가문에 비해 고려아연 주식 보유량이 적은 최씨 가문이 사업적 파트너를 끌어들였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 같은 견해가 뒤따르는 건 실질 지배세력과 경영세력이 이원화된 고려아연의 현 상황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은 지분율이 26.11%에 달한다. ㈜영풍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장씨 가문 측 우호지분은 31.25%에 이른다. 다 합쳐봐야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씨 가문의 지분율과 현격한 차이가 존재한다.

다만 외부 투자세력이 어떤 식으로 개입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최씨 가문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5%)와 자사주 매각(6%)에 참여한 외부 투자세력을 등에 업을 경우 두 가문의 지분율 격차는 3.5%로 좁혀진다. 현 시점에서 보면 이사회 구성원 일부가 임기 만료되는 올해 말까지 최씨 가문이 얼마나 지분율을 높이느냐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최후의
승자는?

두 가문의 경영권 분쟁은 생각지 못한 계열사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각 결정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달 25일 영풍정밀은 전 거래일 대비 20.08% 상승한 1만5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과 영풍에 밸브와 펌프 등을 공급한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배터리와 수소 사업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면서 두 기업에 설비를 제공하는 영풍정밀 주가도 올 들어 강세를 보였다.

이를 두고 영풍그룹 계열사인 고려아연을 둘러싼 지분경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을 1.49%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룹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두 가문이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장씨 알짜 회사인 고려아연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 거란 계산이다. 

실제로 장 회장은 지난달 23일 오후 고려아연의 자사주 처분을 결의하는 이사회에 참석했다. 이사회에는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6명이 전원 출석했고 자사주 교환 및 처분 승인 안건에 이사회 전원이 찬성했다. 장 회장도 이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갈등 봉합
어떻게?


이를 두고 고려아연 지분경쟁이 종료됐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장 회장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극단적인 분쟁으로 가지 않고 모두에게 유리한 방안을 찾자는 의미로 해석해아 한다는 것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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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