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vs ‘윤석열표’ 예산안 비교

나라 가계부 동상이몽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가계살림 걱정은 가계부로 갈음하고, 나라살림 걱정은 예산안으로 갈음한다. 요즘 정계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협상으로 바람 잘 날 없다. 여야가 내년도 나라살림을 너무 다르게 걱정하고 있는 탓일까. 아니면 서로가 지독히도 양보하지 않는 탓일까.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란 ‘3고’ 악재 속에도 정계는 정치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네 번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으며, 한국의 금리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4일 기준금리를 3.00%에서 3.25%로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3% 이상의 금리가 설정된 건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살벌한 물가

물가 상승률 또한 심상치 않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기준 2.5%p 상승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달러 환율은 1300원대와 14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경제에서 심상치 않는 지표들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2023년도 한국의 경제 위기를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와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전문가의 97%, 일반 국민의 96%는 ‘한국 경제가 위기상황’이라고 대답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현재 경제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상 초유의 위기에 맞서 힘을 합해야 할 시기에도, 여야는 수차례 예산안 협상을 뒤집으며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 진통을 겪던 협상은 결국 법정기한(지난 2일)을 넘겼다.


여야의 입장 차이는 극명하다. 야당은 대통령실 이전에 관한 비용과 행전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예산 등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고, 여당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안이라 불리는 지역화폐 예산에 대해 거부하고 있다. 

지역화폐 정책이란 정부가 지역에서 상품권을 구입한 주민에게 10%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제도다. 즉, 100만원의 지역화폐 상품권을 구입한 주민은 기존 100만원에 더해 나라에서 받은 10만원까지 총 110만원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지역화폐라는 한계점이 붙어 소비 범위는 상품권이 발행된 지역 내로 국한된다.

처음 도입된 2018년엔 고용산업 위기 지역으로 지정된 전북 군산, 경남 거제와 고성, 전남 영암에서 실시됐으며, 지역주민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비록 다른 곳에서 사용할 수 없지만, 생필품 소비가 대부분 거주지 주변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지역주민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공짜로 10%의 금액을 더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드리우는 경제 위기 ‘3고 시대’
예산안 협상 결국 법정시한 넘겨

지난 10월 경기도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기 지역화폐 사용자 중 80%가량이 정책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또 원래 취지였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지역화폐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 중 절반가량은 “새로운 동네 가게나 전통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과반이 넘는 57%는 “경기지역화폐 사용을 위해 소비가 늘었다”고 답했다.


즉, 지역화폐 정책 덕분에 경기 활성화와 지역 소매점들에 대한 지원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이다. 지역화폐 정책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처음 도입했던 제도로 ‘이재명 대표 공약’으로 불렸다.

주요 정치인의 대표 공약이라는 점과 소비자의 만족도에 힘입어 지역화폐 정책은 매년 규모가 불어났다. 도입 첫해에 1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데 반해 2019년엔 884억원으로 늘었고, 코로나19에 대한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엔 668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코로나 지원금이란 명분으로 화폐의 적용 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된 탓이다. 1년 뒤인 지난해 지역화폐의 예산이 1조522억원으로 잡히며 본격적인 국가 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올해부터 축소되기 시작하더니 내년에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윤정부는 예산을 지방정부에 일임하며 중앙정부에서는 해당 정책을 지원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2023년 예산안 발표 브리핑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은 효과가 특정지역에 한정되는 온전한 지역사업“이라며 ”긴급한 저소득과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데 우선순위가 있다고 생각해 정부예산안에 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화폐 실효성 있나? 전액 삭감
경찰국, 대통령실 이전 비용 반대

이에 야당이 맞불을 놨다. 예산심사를 통과하려면 입법부인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이것을 해주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야당이 물고 늘어진 예산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과 신설된 경찰국 예산이다.

우선 야당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대통령실이 언급한 금액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실은 500억원가량을 예산으로 책정했지만, 사실은 1조원이 든다는 것이 야당 측의 시각이다.

취임 전부터 ‘용산 이전’을 고집해오던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이 497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재위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전에 들어간 모든 비용을 합하면 1조652억원이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실이 책정한 비용 496억원에 더해 부처 전용 예산 645억원,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관련 예산 1149억원, 2024년도 영빈관 신축 예산 381억원 등을 더한 금액이다.

민주당은 용산으로의 이전 비용뿐만 아니라 청와대를 사용하지 않는 비용까지 모두 다 계산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민주당은 경찰국에 들어갈 비용도 불허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는 본관에 신설될 경찰국에 2억원의 금액을 2023년도 예산안에 담았다. 2억원이라는 소액이지만 민주당은 이마저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필요 없는 부처를 ‘마음대로’ 만들어 예산을 책정했다는 주장 아래서다.

웬만하면…

여소야대 형국에서 역대 정부는 예산안 통과를 위해 야당에게 정치적인 거래를 시도해왔고, 역대 야당도 집권 여당의 예산안을 ‘웬만하면’ 동의해줬다. 역대급 전쟁터라 불리는 제21대 국회가 내년도 살림살이를 현명하게 짤 수 있을지 국민들은 회의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